안진회계법인이 대우건설의 3분기 보고서에 검토 '의견거절'을 명시하면서 회계법인 의견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분기 보고서의 경우 연간 보고서와는 달리 회계법인의 의견표명이 흔치 않은 일인데 안진회계법인이 1분기, 반기 보고서에서 하지 않았던 의견표명을 왜 갑자기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안진회계법인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에 연루돼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수사당국과 시장을 상대로 일시적으로 보여주기식 의견표명을 한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의 3분기 보고서를 검토한 후 '한정의견'을 준 삼일회계법인에도 같은 시선이 돌아온다. 삼일회계법인은 대우조선해양의 1분기 보고서에는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고 반기 보고서와 3분기 보고서에는 '한정의견'을 제시했다.
회사가 적어 놓은 미청구공사 등의 기초잔액 정보에 확신을 가질 수 없어 한정된 의견을 제시했다는 것인데, 삼일회계법인 역시 대우건설의 분식회계 문제로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에 대우조선해양 감사에서 보다 깐깐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회계업계는 이런 해석에 적잖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회사가 제출한 자료가 부족했거나 회사 자료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에 감사인이 합당한 의사표시를 했는데, 다른 사건과 무리하게 결부시켜 해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그동안 의견거절이나 한정의견이 없을 때는 부실감사 지적받았던 점을 거론하며, 이번에는 역으로 너무 깐깐하게 감사한다고 평가하는 등 이중잣대를 들이댄다고 비판하고 있다. 젊은 회계사들의 모임인 청년공인회계사회는 "과거에는 적정의견이 99%라며 회계사들이 대충 감사하는 것 아니냐는 언급이 심심찮게 나왔는데 정작 의견거절을 내면 멀쩡한 기업을 죽인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성토했다.
시장의 혼란과 불편한 시선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아니면 해당 기업의 회계처리가 정말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일까. 안진회계법인과 삼일회계법인이 분기보고서 검토의견을 제시한 배경을 좀 더 살펴봤다.
시장의 혼란과 불편한 시선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아니면 해당 기업의 회계처리가 정말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일까. 안진회계법인과 삼일회계법인이 분기보고서 검토의견을 제시한 배경을 좀 더 살펴봤다.
# 검토의견이란?
우선 논란이 되고 있는 대우건설과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법인 의견은 감사의견이 아닌 검토의견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안진회계법인은 대우건설 3분기 보고서에 대한 검토의견을 거절했는데, 감사의견 거절과는 큰 차이가 있다. 회계법인의 '검토'는 재무제표의 각 계정을 시계열로 분석하는 절차인데, '감사'는 '검토'에 더해 재고실사 등 실물증빙을 확인하는 절차와 금융기관 등 외부조회를 통해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절차다. 제시된 숫자를 보는 절차와 숫자와 실물을 함께 비교해서 보는 절차로 둘의 법적 지위도 다르다.
감사의견을 거절당하면 상장이 폐지되는 사유가 되지만 검토의견을 거절당하는 것은 상장폐지와는 무관하다. 한정의견 역시 감사의견일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후 상폐로 진행될 수 있지만, 검토의견일 경우 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의견의 성격과 신뢰도 차이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검토의견은 분기·반기보고서에 기재하고, 감사의견은 감사보고서가 첨부되는 연간 사업보고서에 기재되는 차이도 있다. 따라서 회계법인 입장에서는 중대한 사안이 아니고서는 분기마다 검토의견을 내지 않고 기말에 감사보고서로 가름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3분기에 자료제공이 완벽하지 않아서 검토의견을 거절하더라도 4분기 내에 자료를 보완해서 제출하면 연간 사업보고서에 대한 감사보고서에는 적정의견을 낼 수 있다. 회계법인 입장에선 굳이 감사보수를 주는 기업과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분기보고서에서까지 나쁜 평가를 남기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3분기 보고서를 보면 감사인의 감사의견 또는 검토의견 란에 '적정'이 아닌 '해당사항 없음'으로 표시돼 있고, 대우건설과 동종업계인 GS건설과 대림산업의 3분기 보고서는 '-' 표시로 의견 표시사항이 없음을 알리고 있다. 또 대우조선해양과 함께 조선3사로 꼽히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3분기 보고서에도 '-'표시로 회계법인의 의견이 담기지 않았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3분기 보고서를 보면 감사인의 감사의견 또는 검토의견 란에 '적정'이 아닌 '해당사항 없음'으로 표시돼 있고, 대우건설과 동종업계인 GS건설과 대림산업의 3분기 보고서는 '-' 표시로 의견 표시사항이 없음을 알리고 있다. 또 대우조선해양과 함께 조선3사로 꼽히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3분기 보고서에도 '-'표시로 회계법인의 의견이 담기지 않았다.
분기보고서에 첨부된 분기(연결)재무제표 검토보고서에 "공정하게 표시하지 않은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적은 것이 전부다. 물론 STX중공업, 한진해운 등 이미 법정관리에 들어갔거나 기업 존속이 어렵다는 판정을 받은 기업들의 분기보고서에는 '의견거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특별히 알려야 할 사항이 아니라면 분기보고서 검토 의견은 굳이 표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회사에서 자료를 받지 못한 것이 있다면 감사보고서 작성 전에 제출받으면 되고, 또 연간 재무제표에 대한 의견이 감사보고서를 작성할 때 기재되므로 분기마다 의견을 표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특별히 알려야 할 사항이 아니라면 분기보고서 검토 의견은 굳이 표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회사에서 자료를 받지 못한 것이 있다면 감사보고서 작성 전에 제출받으면 되고, 또 연간 재무제표에 대한 의견이 감사보고서를 작성할 때 기재되므로 분기마다 의견을 표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왜① - 연말감사 대비용으로...
결국 분기보고서에서는 적정으로 판단하고 의견표명을 하지 않는 것이 기업과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 사이의 일종의 관례였다는 건데, 안진회계법인과 삼일회계법인은 갑자기 관례를 깨고 검토의견을 내놨다. 이와 관련 일부 투자자들은 안진회계법인이 대우건설의 재무상황에 의문을 가지고 있고 이를 사전에 예고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회계법인의 의견거절 소식이 전해진 후 대우건설의 주가가 폭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안진회계법인은 대우건설의 1분기와 반기 보고서에서는 검토 의견 '적정'으로 표시했다가 3분기에 갑자기 '의견거절' 입장을 냈다. 안진회계법인은 주요계정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위해 충분하고 적합한 증거를 제시받지 못했다며 기업의 자료제출을 문제 삼았고, 대우건설 측은 1분기와 반기에도 3분기와 같은 수준의 자료를 제출했는데 유독 3분기 자료만 부실하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감독당국에서는 3분기의 시기적인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회계법인들이 통상 분기보고서는 회사의 설명이 납득 가능하고 특이사항이 없으면 적정하다고 보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대충 검토하는 것은 아니고 '문제가 없다'가 아닌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측면"이라며 "또 1, 2분기와 달리 3분기는 연말 감사를 염두에 두게 되는데, 연말 감사를 생각해서 좀더 심도있게 보려고 했더니 자료가 부족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분기보고서에서는 적정으로 판단하고 의견표명을 하지 않는 것이 기업과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 사이의 일종의 관례였다는 건데, 안진회계법인과 삼일회계법인은 갑자기 관례를 깨고 검토의견을 내놨다. 이와 관련 일부 투자자들은 안진회계법인이 대우건설의 재무상황에 의문을 가지고 있고 이를 사전에 예고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회계법인의 의견거절 소식이 전해진 후 대우건설의 주가가 폭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안진회계법인은 대우건설의 1분기와 반기 보고서에서는 검토 의견 '적정'으로 표시했다가 3분기에 갑자기 '의견거절' 입장을 냈다. 안진회계법인은 주요계정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위해 충분하고 적합한 증거를 제시받지 못했다며 기업의 자료제출을 문제 삼았고, 대우건설 측은 1분기와 반기에도 3분기와 같은 수준의 자료를 제출했는데 유독 3분기 자료만 부실하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감독당국에서는 3분기의 시기적인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회계법인들이 통상 분기보고서는 회사의 설명이 납득 가능하고 특이사항이 없으면 적정하다고 보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대충 검토하는 것은 아니고 '문제가 없다'가 아닌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측면"이라며 "또 1, 2분기와 달리 3분기는 연말 감사를 염두에 두게 되는데, 연말 감사를 생각해서 좀더 심도있게 보려고 했더니 자료가 부족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그래픽 : 변혜준 기자/jjun009@ |
# 왜② 지정감사인이라서...
안진회계법인과 삼일회계법인이 각각 대형 분식회계 경력이 있는 대우건설과 대우조선해양의 '지정감사인'이라는 점도 3분기 검토의견을 낸 배경으로 꼽힌다. 기본적으로 국내 기업은 자율적으로 감사인을 정할 수 있는데 회계부정 등 문제가 발생했거나 신규로 상장하는 기업 등에는 감독당국이 감사인을 특정해서 강제로 계약하도록 한다. 감사인 지정제도다.
지난해 분식회계가 적발된 대우건설은 종전에 삼일회계법인에서 안진회계법인으로 감사인을 지정받았고, 대우조선해양은 안진회계법인에서 삼일회계법인으로 감사인이 지정, 교체됐다.
지정감사의 경우 회계감사에 문제가 생길 경우 자율감사에 비해 가중 처벌되는 문제가 있다. 감리결과조치 양정규정에 따라 과징금이나 손해배상공동기금추가적립, 감사업무제한 등의 처벌수위가 높아진다. 교체 선임된 안진이나 삼일이 회계감사에서 오류를 범하게 되면 처벌을 더 세게 받는다는 것인데 자연스럽게 감사인이 교체된 첫해 감사일수록 감사 강도도 세진다.
지난해 분식회계가 적발된 대우건설은 종전에 삼일회계법인에서 안진회계법인으로 감사인을 지정받았고, 대우조선해양은 안진회계법인에서 삼일회계법인으로 감사인이 지정, 교체됐다.
지정감사의 경우 회계감사에 문제가 생길 경우 자율감사에 비해 가중 처벌되는 문제가 있다. 감리결과조치 양정규정에 따라 과징금이나 손해배상공동기금추가적립, 감사업무제한 등의 처벌수위가 높아진다. 교체 선임된 안진이나 삼일이 회계감사에서 오류를 범하게 되면 처벌을 더 세게 받는다는 것인데 자연스럽게 감사인이 교체된 첫해 감사일수록 감사 강도도 세진다.
▲ 그래픽 : 유상연 기자/prtsy201@ |
실제로 대우건설 외부감사인의 감사계약 내역을 보면, 감사보수가 2015년 6억5000만원에서 2016년 12억9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삼일회계법인보다 안진회계법인이 더 많은 보수를 받는데 그만큼 감사에 투입된 시간도 삼일회계법인보다 많다.
안진회계법인은 올해 3분기까지 대우건설 감사에 7455시간을 투입했는데, 이는 삼일회계법인이 지난해 1년 동안 감사에 투입한 시간보다 665시간이 많고 지난해 3분기까지 투입된 3500시간보다는 배 이상 많다. 연말 감사에 인력과 시간이 집중적으로 투입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4분기를 포함한 안진회계법인의 대우건설 감사시간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진회계법인 관계자는 "대우건설에는 지정감사인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일반적인 감사보다 더 많은 시간과 인력을 투입해 면밀하게 들여다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도 비슷하다. 대우조선해양의 2015년 외부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은 5억4600만원의 감사보수를 받고 1만2715시간을 투입했다. 그러나 올해 삼일회계법인은 10억9000만원을 받기로 하고 3분기까지 8890시간을 투입했다. 안진회계법인의 지난해 감사투입시간이 1만2715시간으로 올해보다 더 많지만 2014년 6215시간만 투입했다가 지난해 뒤늦게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를 확인하느라 막판에 손해를 보면서까지 감사를 강화한 부분을 감안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까지 안진회계법인이 감사에 투입한 시간은 5635시간으로 올해 3분기 기준보다 3000시간 이상 적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계감사는 특정 시점의 숫자만 갖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의 재무제표와 해당연도의 경영활동에 관한 부분을 감사하는 것"이라며 "지정감사는 감사인 교체에 따라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에 어떤 자료를 제출했고 어떻게 감사를 받았는지 등의 자료까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의견거절은 자료부족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