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들의 가업승계플랜 수립을 위해 주주 지분현황을 파악하다 보면 차명주주가 있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간혹 과점주주 회피 목적 등으로 차명주주를 내세운 경우도 있지만, 과거 상법에서 규정한 최소 발기인 수를 충족시키기 위해(과거에는 최소 발기인 수를 7인 이상으로 규정) 친척이나 종업원들의 명의로 주식을 신탁해 놓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보통은 실제주주와 차명주주가 모두 생존해 있고 지분의 변동이 없다면 문제없이 그 상태를 유지하지만, 실제주주나 차명주주 중 누군가가 사망해 상속이 개시되거나, 실제주주가 자신의 자녀 등에게 해당 지분을 증여하려는 경우에 가장 먼저 문제가 되는 것이 차명주식의 명의 환원 문제입니다.
주식의 명의신탁 자체가 단순히 명의만 빌려준 것이고 조세회피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납세자가 증명하는 경우에는 실제주주로의 명의 환원을 증여로 보지 않지만, 문제는 조세회피 의도가 없었으며 실제 소유자가 차명주주가 아닌 본인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실제 주주가 본인 명의로 실명전환을 하는 경우 소명 및 불복절차 또는 재판을 통해 과세관청 및 사법부를 상대로 사실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데,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의 경우 오래된 사실관계를 지금 와서 입증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인데다가, 이를 위해 변호사 비용 등 많은 비용을 지불하기도 부담스러워 용기를 내지 못하고 실명 전환을 하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입증하지 못할 경우 부담하게 될 증여세나 소득세 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요.
이러한 경우 먼저 검토해 봐야 할 것이 '명의신탁주식 실제소유자 확인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주식발행법인이 '조세특례제한법'에 의한 중소기업인 경우 적용할 수 있는 제도로서(소비성서비스업과 같은 조세특례제한법상의 중소기업 배제업종을 영위하거나 매출액 규모가 일정 금액 이상인 경우에는 적용 받을 수 없음) 차명주주와 실제소유자 모두가 법인설립 당시 발기인이었다면 이 제도를 활용해 실제 주주로 명의를 환원할 수 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실명으로 전환하는 주식의 합계액이 30억원 미만(회사의 순자산을 기준으로 계산)인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었는데, 현재에는 이러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아 활용도가 높아졌습니다.
이런 요건을 갖춘 기업이라면 주식발행법인이 발행한 주식명의개서 확인서, 명의수탁자가 작성한 실명전환 확인서(보통 인감 날인을 요구하며, 인감증명서도 제출합니다), 중소기업 등 기준검토표, 설립시 정관, 설립시부터의 주주명부 내역 등을 제출해 실제 소유자를 확인해달라고 신청할 수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명의신탁 주주의 주식을 실제 소유자의 명의로 이전한 후 접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명의 환원 이전에 명의신탁 주식임을 확인해주는 제도는 아닙니다.
실명전환을 하려는 주식의 가액이 20억원(과거 10억원 기준에서 확대)을 넘지 않는 경우에는 담당 세무공무원이 검토해 결제를 거쳐 명의신탁주식임을 확인해주며, 20억원이 넘는 경우에는 '실명전환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확인해 줍니다. 결과는 접수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마치고 결과를 알려줍니다. 왜냐하면 명의신탁 주식이 아니라고 결론이 내려진 경우, 신청 전 해 놓은 주식의 명의 이전은 명의의 환원이 아닌 증여가 되기 때문에 증여취소를 하던지 증여세 신고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이 제도는 요건이 충족되는 기업들의 경우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제도이며, 납세자들에게 꼭 필요한 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별로 간편하지 않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이 제도의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 기업이 가야하는 '가시밭 길'과 비교한다면 간편한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정형화된 서류 및 절차를 통해 본인이 실제 소유자임을 입증해야 하는 납세자의 책임을 덜어주고자 하는 제도이지, 조세회피의도가 있다고 추정되는 경우나 실제 과소하게 납부한 세금이 있는 경우에 증여세 등 이에 대한 세금마저 면제해 주는 제도는 아니므로 사전에 명의 신탁시점, 국세부과 제척기간, 과거 배당실시 여부 등을 전문가와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활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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