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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때문에…탈탈 털린 신상정보

  • 2018.02.06(화) 14:58

[연말정산의 횡포]①개인정보 노출
가족관계, 건강, 재산, 종교, 교육정보 노출
증빙자료에서 개인정보 구체적으로 드러나

연말정산 시즌이 끝났습니다. 한 해 동안 낸 세금이 제대로 된 건지 확인하는 절차인데요. 회사에 공제 신고서와 증빙서류를 제출한 직장인들은 다가올 월급날에 세금 환급금이 얼마나 들어올지에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그런데 매년 하는 것이지만 뭔가 찜찜함이 남습니다. 왜 합법적으로 당연히 돌려받아야 할 세금 때문에 복잡하고 귀찮은 작업을 하면서 회사에 알려주고 싶지 않은 수많은 신상정보를 갖다 바쳐야 하는 걸까요. 우리가 무심코 해오고 있는 연말정산 신고방식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들여다봤습니다. [편집자]
 
▲ 그래픽 : 변혜준 기자/jjun009@
 
"사장님이 저를 따로 불러서 진보 성향인 A정당에 기부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사장님은 보수 성향의 B정당 지지자인데요. 직원에게 정치 성향까지 강요하는 건 지나친 간섭 아닌가요?"
 
"어머니가 경기 안양의 C종교 신도입니다. 연말정산 때 종교단체 기부금 공제 신고서를 냈더니 공제대상 단체가 아니라고 하더군요. 이후 제가 그 종교 신도라는 소문이 회사에 퍼졌어요."
 
"저는 미혼여성인데 방광염으로 산부인과 진료를 받았고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도 받았어요. 연말정산 때 의료비 내역서를 내면 회사 재무부서에서도 다 알게 되는 건 아니겠죠?" 
 
직장인들은 연말정산을 위해 작성한 신고서와 증빙자료를 국세청에 직접 제출하는 게 아니라 원천징수 의무자인 회사에 냅니다. 회사는 사내 회계·재무부서에서 연말정산업무를 총괄하면서 알바를 고용해 서류 작성을 하거나 세무대리인에게 검증을 맡기죠. 
 
이런 과정을 통해 납세자 개인정보가 줄줄 새고 있습니다. 우선 연말정산을 통해 개인정보가 얼마나 많이 노출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죠. 이번에 회사를 통해 국세청에 제출한 연말정산 신고서를 다시 한번 꺼내 봅니다.
 
# 장애와 출산·입양정보 공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부양가족 정보인데요. 요즘 주민등록번호나 주소 등은 개인정보 축에도 못끼는데다 이미 회사에서도 그정도는 다 알고 있으니까 논외로 하고요.
 
첫번째 공제항목인 인적공제를 보면 한부모, 장애인, 출산입양 여부 등을 체크하도록 돼 있습니다. 딱 봐도 민감한 항목들이죠. 혼자 애를 키우는지, 본인을 포함해 부양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는지, 아이를 출산했는지 혹은 입양한 아이가 있는지 등이 드러나게 됩니다.
 
인적공제는 배우자나 생계를 같이 하는 부양가족 1명당 150만원, 70세를 넘긴 부양가족은 경로우대로 +100만원, 한부모인 경우 +100만원, 장애인인 부양가족은 +200만원 등 공제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한푼이 아쉬운 근로자 입장에서 빠뜨릴 수 없는 항목입니다.
 
인적공제에서 확인되는 정보는 더 있습니다. 근로자들은 인적공제 항목의 사실관계를 증명하기 위해 가족관계증명서, 입양관계증명서, 수급자증명서, 가정위탁보호확인서 등을 함께 제출하는데요. 이를 통해 법적으로 결혼을 했는지 이혼을 했는지 부모를 모시고 사는지 등도 알 수 있습니다.
 
# 전월세·자가주택 여부 노출
 
얼마짜리 월세를 사는지, 주택담보대출은 얼마나 냈는지도 그대로 노출되죠. 
 
특별소득공제 항목 중 주택자금 항목은 주택임차차입금, 장기주택저당차입금 내역을 밝히는 곳인데요. 이를 통해 월세로 사는지 자가주택인지, 전세보증금을 위해 대출을 받았는지,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았는지, 15년 상환 대출인지, 20년 상환 대출인지, 이자는 1년동안 얼마나 냈는지 등이 드러나죠.
 
또 주택마련저축 항목으로는 청약저축 등의 가입여부를 알 수 있고요. 주택임차차입금 이자세액공제와 월세액세액공제 항목을 통해 전월세 보증금 대출이자 납입 내역과 한달 월세를 얼마 내는 집에 사는지까지 파악이 됩니다.
 
 
# 종교와 정치성향도 드러나
 
연말정산 신고서 때문에 외부에 노출하고 싶지 않은 정치성향이나 종교까지 공개될 수 있습니다. 정치기부금이나 종교단체에 낸 기부금도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기부금 공제항목에는 어떤 곳에 얼마를 냈는지를 적게 돼 있죠. 
 
정치기부금의 경우 어느 정당의 누구에게 얼마를 냈는지 알 수 있고요. 종교기부금 내역에서는 교회에 다니는지 절에 다니는지 혹은 사이비라고 부르는 종교를 믿는지도 드러날 수 있어요.
 
기부금 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기부금 명세서와 기부금 영수증을 함께 제출해야 하거든요. 교회나 성당 절 등에서 직접 발행한 명세서나 영수증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특정 종파뿐만 아니라 종교기관의 명칭과 주소까지 알 수 있습니다.
 
# 자녀와 본인의 교육정보 공개
 
교육비 공제항목도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이 담길 수 있는데요. 회사 몰래 대학원을 다니거나 다른 일을 배우러 다닐수도 있기 때문이죠. 근로자 본인의 교육비는 전액 세액공제되기 때문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항목입니다.
 
자녀 교육관도 드러나게 됩니다. 자녀를 어느 학원에 보내는지, 유학을 보낸 자녀는 있는지 등을 알 수 있죠. 취학전 아동의 학원비처럼 국세청에서 제공하지 않는 과세자료는 학원에서 별도의 증빙을 받아서 제출하기 때문에 학원명이나 종류가 그대로 노출됩니다.
 
# 난임시술·임플란트·탈모치료 사실까지
 
의료비 공제항목은 특히 민감한 항목으로 꼽히죠. 그래서 외형상 개인정보 보호가 잘 갖춰져 있는 항목이기도 합니다. 국세청이 수집해서 제공하는 의료비 지출 내역서에는 의료기관의 사업자 번호와 상호가 모두 익명(**)으로 잘 처리돼 있죠.
 
하지만 의료비 공제대상 중에는 국세청이 제공하지 않는 자료가 여전히 많습니다. 민감한 정보를 담고 있는 난임시술비의 경우 별도의 공제율로 세액공제해주지만 국세청이 제공하는 의료비자료에 구분돼 있지 않아서 개인이 따로 병원에서 자료를 떼어 제출해야 합니다.
 
임플란트나 틀니, 탈모치료 등의 비용도 의료비 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이 경우에는 치료목적이라는 의사의 소견서나 서명이 담긴 영수증을 첨부해야 합니다. 보청기나 장애인 보장구 등의 구입비용도 판매자의 확인이 담긴 증빙을 첨부해야만 합니다.
 
안경이나 렌즈 구입비용도 구입처에 주민등록번호를 제공한 후 국세청에 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하거나 직접 영수증을 받아서 제출해야 하죠.
 
이밖에 연금계좌 공제항목을 통해 근로자가 노후를 위해 연금을 가입했는지, 또 얼마나 붓고 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또 보험료 공제항목을 통해서는 보장성 보험을 얼마나 가입하고 있는지도 파악되죠. 
 
국세청에서 내려받는 증빙서류에는 보험번호가 '땡땡'(**)으로 처리돼 있긴 하지만 보험회사 이름과 자동차보험 건강보험 어린이보험 여행보험 등을 구분하는 보험종류는 모두 적혀 있습니다. 만약 근로자의 회사가 특정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곳이라면 민감한 자료가 아닐수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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