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아 정말 미안하다. 너희 엄마와는 이제 헤어지기로 결심했단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만 참아주세요. 이혼은 그때 해도 되잖아요."
인천의 한 공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하는 임모씨는 번듯한 남편이자 아빠였습니다. 넉넉한 월급은 아니었지만 세 살 연상의 아내와 함께 두 딸을 키우면서 화목한 가정을 이뤘는데요.
그는 가족을 위해 야근과 주말 근무도 가리지 않고 부지런히 돈을 벌었습니다. 그리고 결혼한 지 8년 만에 새 아파트를 장만했습니다. 비록 대출을 받긴 했지만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게 된 겁니다.
새 아파트로 이사하면 모든 게 행복할 줄 알았는데 현실은 정반대였습니다. 경기가 악화하면서 월급이 깎이자 생활비와 양육비,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감당하기도 버거웠는데요. 대출금을 갚기 위해 퇴직금 중간정산까지 받아봤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생활고에 시달리자 아내의 잔소리는 점점 심해졌고 부부싸움도 잦아졌습니다. 임씨는 일이 끝나도 바로 집에 들어가지 않고 직장동료나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아내와 두 딸이 잠든 후에야 집에 들어가는 생활을 반복했는데요.
급기야 임씨는 옆 동네에 살던 세 살 연하의 여자와 바람까지 피우게 됩니다.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임씨를 집에서 쫓아내고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자신을 배신한 사실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고 자녀 교육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했죠.
부부는 헤어지기로 합의했지만 두 딸이 이혼을 가로막았습니다. 적어도 성인이 될 때까지만 결혼생활을 유지해달라고 애원했는데요. 결국 임씨는 각서를 통해 아파트 소유권을 아내에게 넘기고 자녀들의 고등학교 학비와 용돈을 책임지는 조건으로 별거에 들어갑니다.
이혼은 미뤘지만 임씨는 외도 상대였던 이씨와 딴살림을 차렸습니다. 그리고 아내 몰래 본인 명의로 아파트(48㎡) 한 채를 취득했습니다. 당시 아파트를 파는 사람이 잔금을 일찍 주면 가격을 깎아준다고 해서 임씨는 서둘러 계약하고 잔금까지 미리 치렀습니다.
남편과 별거에 들어간 아내는 당장 생계부터 걱정이었습니다. 비록 두 딸의 양육비를 받더라도 생활비는 직접 벌어야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아파트 면적을 줄여 다른 아파트(59㎡)로 이사하고 남편 명의였던 기존 아파트(87㎡)는 처분키로 했습니다. 아내는 작은 아파트로 줄이면서 생긴 차액으로 떡볶이 장사를 시작할 계획이었죠.
남남처럼 지내던 임씨와 아내는 비슷한 시기에 아파트를 취득하고도 서로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팔기로 한 기존 아파트(87㎡)의 잔금도 받기 전에 각각 아파트 한 채씩(48㎡, 59㎡)을 취득한 겁니다. 두 사람은 법적으로 이혼하지 않은 상태(동일 세대)여서 졸지에 1세대3주택자가 됐습니다.
국세청은 임씨 부부가 아파트를 거래한 2008년 당시 3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60%)을 적용해 8500만원의 세금을 추징했습니다. 지방소득세(양도세액의 10%)까지 포함하면 임씨가 부담한 세금은 총 9300만원에 달했는데요.
임씨는 사실상 이혼 상태에서 집을 사고 판 것이라며 '일시적 1세대2주택' 규정상 비과세 적용 대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관할 세무서에서 경정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국세청장을 상대로 심사청구를 제기했습니다.
임씨는 투기 목적으로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게 아니기 때문에 양도세 중과세 처분이 억울하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는 "아내와 같이 살았다면 잔금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집을 두 채나 샀겠느냐"며 "아내가 집을 처분한 대금을 모두 가졌기 때문에 굳이 과세한다면 아내에게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국세청은 임씨의 심사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국세청은 "해당 아파트를 양도할 당시 임씨는 아내와 법률혼 상태였기 때문에 1세대3주택 양도에 해당한다"며 "양도세 과세 처분에는 달리 잘못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 일시적 2주택 비과세
기존 주택을 처분하기 전에 새로운 주택을 취득해 일시적 1세대2주택이 된 경우 기존 주택을 팔때 1주택과 마찬가지로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기존 주택을 취득한 날로부터 1년이 지난 후에 새로운 주택을 취득하고 새 주택을 취득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기존 주택을 양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