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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세금]집 물려줄테니 신랑감 찾아라

  • 2018.06.12(화) 10:23

세대분리한 서른살 딸에게 연립주택 증여
국세청 "독립세대 아니다"...양도세 추징

"아빠 잔소리 때문에 집에 들어가기 싫어요. 언니집에서 따로 살겠어요."
 
"집 물려줄테니 이제 그만 들어오렴. 신랑감도 찾고 결혼도 해야지."
 
경기도에서 택시운전을 하는 김모씨는 건강이 점점 악화하면서 운행 일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당뇨와 고혈압, 고지혈증, 간질환까지 겹치면서 운전은커녕 일상생활을 하기도 어려운 날이 많습니다. 
 
공치는 날이 늘어나면서 생활은 점점 팍팍해졌고 가족들과의 갈등도 잦아졌습니다. 김씨 부부는 신혼 때부터 지내온 연립주택(43㎡)에서 둘째딸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왔는데요.
 
전업주부인 아내는 생활비가 부족하다며 김씨를 들볶았고 서른이 되도록 취직과 결혼 생각이 없는 둘째딸도 틈만 나면 가출을 일삼았습니다. 
 
김씨가 택시운전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월 100만원에 불과했습니다. 16년 전 경매로 취득한 단독주택(주택 220㎡, 대지 127㎡)에서 월세로 120만원씩 받고 있지만 생활비와 병원비를 감당하기엔 부족했죠.
 
그런데 최근 단독주택 주변이 개발되면서 취득 당시 7000만원이던 집값이 4억원으로 급등했습니다. 김씨는 단독주택을 팔아서 생활고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1세대2주택자 신분이라서 거액의 양도소득세를 낼까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죠. 
 
매매를 망설이던 김씨에게 부동산 중개업자가 세금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는데요. 함께 살고 있는 둘째딸을 세대분리시킨 후 연립주택을 증여하면 1주택자가 되기 때문에 단독주택을 팔아도 양도세를 낼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안그래도 둘째딸 때문에 속을 끓이던 김씨는 무릎을 탁 쳤습니다. 당시 김씨의 둘째딸은 인근에서 신혼 생활을 하고 있는 첫째딸네 집에서 함께 지내고 있었는데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언니의 신혼집 옷방에서 얹혀 살던 둘째딸은 김씨의 권유로 언니 집에 전입신고를 했습니다. 
 
김씨는 둘째딸에게 신랑감을 찾는 조건으로 연립주택 명의를 넘겨줬습니다. 단독주택 한 채만 보유하게 된 김씨는 한 달 후 4억원에 집을 팔았는데요. 1세대1주택 양도세 비과세 규정을 적용해 세무서에 신고하고 세금은 납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국세청은 김씨의 부동산 거래 과정에 대해 20일간 조사 후 양도세 7827만원을 추징했습니다. 김씨가 1세대1주택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 형식적으로 둘째딸을 세대분리시킨 후 증여했다고 판단한 겁니다. 
 
김씨의 둘째딸은 아버지가 단독주택을 매각한 지 4일만에 자신이 증여 받은 연립주택으로 전입신고를 했습니다. 하지만 국세청은 김씨의 둘째딸이 독립세대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김씨에게 1세대2주택자에 해당하는 양도세를 부과했습니다. 
 
둘째딸은 국세청 조사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소득이 적어 어머니로부터 용돈을 받아썼다"고 진술했습니다. 국세청 전산시스템(NTIS)에 따르면 둘째딸은 2015년 월 43만원을 벌었고 2016년에는 월 60만원을 번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2016년 당시 1인가구 최저생계비가 65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적은 소득이었는데요. 둘째딸은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세대분리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겁니다.
 
김씨는 과세 처분에 대해 국세청장을 상대로 심사청구를 제기했지만 '기각'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국세청은 "둘째딸이 어머니로부터 용돈을 받아 생활했다고 진술한 점을 볼 때 경제적으로 독립세대를 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짧은 기간에 증여와 양도가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세대를 분리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 세대분리를 통한 독립세대 요건
미혼인 자녀가 부모와 다른 독립세대로 인정받으려면 만 30세 이상으로 최저생계비 수준 이상의 소득이 있어야 한다. 최저생계비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중위소득의 40%를 기준으로 한다. 주민등록상으로는 형식적으로 세대분리를 했더라도 실질적으로 부모와 생계를 같이 하면 동일세대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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