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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세금]회장 사모님의 비밀재산

  • 2018.05.17(목) 14:59

남편 회사 법정관리 후 상가·아파트 5건 취득
국세청 증여세 5억원 추징, 명의신탁 재산 배제

"사모님은 소득이 많지 않은데 어떻게 32억원에 달하는 부동산을 취득한거죠."
 
"원래 남편 돈인데 회사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제 명의만 빌려줬을 뿐이에요."
 
서울의 명문 대학에 다니던 김모씨는 백과사전을 팔던 회사원 Y모씨와 결혼해 아들 둘을 낳았습니다. 남편은 탁월한 영업능력을 발휘해 초고속 승진 가도를 달리며 승승장구했는데요. 훗날 '샐러리맨의 신화'로 이름을 날리기도 하죠.
 
회사 대표 사모님이 된 김씨는 부동산과 주식을 통한 재테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상가와 아파트를 매입해 부동산 임대사업자로 나섰고 남편이 경영하는 기업의 주식을 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채권단에게 쫓기는 신세가 됐는데요. 자칫 평생 모은 재산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적극적으로 재산 방어에 나섰습니다. 
 
김씨가 눈을 돌린 수단은 역시 부동산이었습니다. 회사가 한창 어려워졌던 2011년에는 상가를 6억원에 취득했고 이듬해 법정관리 직후에도 7억8500만원짜리 상가를 또 매입했는데요. 
 
회사가 법정관리에서 벗어난 2014년에도 아파트(5억2000만원)와 상가(12억8000만원)를 취득해 임대사업을 이어갔습니다. 2011년부터 4년간 32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매입했고 취득세로만 1억3000만원을 냈죠. 물론 14억원은 담보대출이었기 때문에 실제로 김씨가 들인 돈은 18억원이었습니다.
 
김씨의 움직임을 수상하게 여긴 국세청은 자금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소명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김씨가 소명자료를 냈지만 국세청은 부실하다고 판단했는데요. 결국 중부지방국세청은 지난해 4월 김씨에 대해 증여세 세무조사를 실시했죠. 
 
국세청은 김씨가 4년간 소득이 많지 않았는데 거액의 부동산을 취득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김씨의 소득은 부동산 임대소득이 대부분이었는데 2011년 1600만원, 2012년 2900만원, 2013년 5500만원, 2014년 6600만원 등으로 파악됐습니다. 
 
4년간 소득을 합치면 1억6600만원으로 18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취득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국세청의 판단입니다. 결국 국세청은 김씨가 남편으로부터 18억원을 증여받아 부동산을 취득한 것으로 보고 5억5300만원의 증여세를 추징했습니다. 
세금 추징을 통보받은 김씨는 18억원이 남편 돈이었다고 시인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증여받은 게 아니라 단지 명의만 빌려준 것일 뿐 실소유권은 남편에게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채권단의 담보권 설정 등을 피하기 위해 남편이 아내 이름으로 부동산을 구입했다는 거죠. 김씨는 임대사업자로 납부한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도 모두 남편이 내줬다고 해명했습니다.
 
반면 국세청은 명의신탁 재산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김씨가 부동산을 매입하던 시기는 남편이 채권단의 보증 요구를 피해다닐 때가 아니라는 겁니다. 
 
김씨가 2011년 상가를 취득했을 당시 남편은 등기이사 자리에서 물러나 있었고 2014년 3건의 부동산을 취득할 때는 회생 절차를 졸업한 후였습니다. 남편이 직접 부동산을 취득했더라도 채권단의 감시를 받을 상황은 아니었다는 얘기죠. 
 
남편은 2015년 회사를 완전히 떠났지만 현재까지 김씨가 명의신탁 재산을 계속 보유하고 있는데요. 국세청은 남편이 회사에서 손을 뗀 후에는 보증 책임에서 벗어났으니 명의신탁 재산을 돌려놨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씨는 국세청 심사청구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만약 명의신탁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부부가 결혼 후 이룬 공동재산이라도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는데요. 국세청은 "김씨가 부동산 취득자금을 남편 소유라고 인정해놓고 부부공동재산으로 보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며 심사청구를 기각했습니다. 
 
■ 명의신탁 부동산의 실명법 위반 판정
부동산을 명의신탁하면 부동산 실명법(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동산 가액의 30%를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다만 배우자 명의로 부동산을 등기한 경우 세금이나 강제집행을 피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과징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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