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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세금]광고주와 결혼한 모델

  • 2018.05.10(목) 07:38

40억대 아파트 취득, 국세청 증여세 10억 추징
배우자 증여재산 공제 누락, 심판원 '경정' 처분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힘들게 자랐어요. 아버지와 어머니의 집을 번갈아 오가면서 학교에 다녔거든요.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재혼한 후에는 더 이상 만날 수 없었죠. 어머니는 경제적 능력이 없었고 저는 돈을 벌기 위해 모델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생계형 모델이었던 이모씨는 국내에서 별로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동료 모델에 비해 키가 작은 편이었고 미모도 뛰어나지 않았는데요. 오랜 기간 꾸준히 모델로 활동했지만 국내 디자이너와 광고주들이 보기엔 그저 평범한 모델이었죠.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미국을 다녀온 뒤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미국에서 잠깐 활동하고 돌아왔을 뿐인데 현지 유명 회사의 모델로 발탁된 겁니다. 미국에선 신인이나 다름없었지만 톱모델 수준의 파격적 대우를 받았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활동하던 이씨를 눈여겨보던 미국인 사업가 A씨가 있었습니다. 소프트웨어 회사를 경영하던 그는 이씨의 신비로운 매력에 푹 빠졌는데요. 처음에는 광고주와 모델로 만났지만 두 사람은 대화가 잘 통했고 자연스럽게 연인 사이로 발전했죠. 
 
두 사람은 미국의 한 아파트에서 6개월간 동거 생활을 하다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이씨는 결혼 후에도 모델 활동을 이어갔고 남편 A씨 회사의 홍보담당 임원으로 근무하면서 100만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기도 했습니다. 
 
미국 생활은 풍요로웠지만 친정 가족들만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씨의 어머니와 오빠가 국내에서 여전히 고생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씨는 남편을 설득해 한국에서 회사 홍보담당 업무를 맡는 조건으로 귀국했습니다.
 
결혼 후 1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이씨는 서울에서 대형 아파트(241㎡) 한 채를 샀습니다. 분양가격이 40억원을 넘는 고가 아파트였죠. 그런데 이씨가 구입한 아파트가 고가 주택으로 찍히면서 국세청의 자금출처 조사 타깃이 됐습니다. 이씨도 당연히 조사대상에 올랐고요.
 
국세청은 이씨의 통장 거래내역을 조사해 남편 A씨와 미국법인으로부터 30억원의 아파트 취득자금(분양가격 중 10억여원은 중도금대출)을 받은 사실을 찾아냈는데요. 이씨는 미국에서 직접 번 돈으로 아파트를 취득했다고 주장했지만 국세청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씨가 모델활동을 했다는 미국 업체는 조세회피처에 본사를 두고 있었는데 직원이 7~8명에 불과한 소매점 수준의 회사였습니다. 남편 회사에서 이씨에게 지급한 급여 내역이나 원천징수 증빙도 전혀 없었죠. 당시 이씨가 국내의 한 업체로부터 받은 모델료는 40만원에 불과했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입니다. 
 
사실관계를 파악한 국세청은 이씨에게 증여세 10억원을 추징했습니다. 이와 관련, 이씨는 자금출처 관련 소명과는 별도로 증여세 산정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국세청이 증여세를 계산할 때 배우자 증여재산 공제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알고보니 이씨 부부는 미국에서 결혼식을 올린 후 현지에서 혼인신고를 했지만 한국에서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국세청은 가족관계증명서에 따라 부부 관계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배우자 공제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조세심판원은 국세청이 배우자 증여공제를 다시 적용해 증여세 일부를 돌려주라며 '경정'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씨에 대한 증여세 과세표준 30억원 중 배우자 공제 6억원을 적용해 세액을 다시 계산한 결과 2억원의 증여세를 돌려받게 됐죠. 
 
심판원은 "혼인의 효력은 혼인 거행지의 법에 따르기 때문에 이씨 부부의 혼인은 적법하게 성립한다"라며 "남편으로부터 받은 재산에 증여세를 과세하면서 배우자 공제를 적용하지 않은 국세청의 처분은 잘못"이라고 밝혔습니다. 
 
■배우자 증여재산 공제
증여 시점을 기준으로 10년 이내에 배우자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은 경우에는 6억원까지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공제한다. 부모나 자녀가 증여받으면 5000만원까지 공제하고 미성년자는 2000만원 한도를 적용해 증여재산에서 공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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