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은 외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도입됐지만 이제는 해외로 나가는 국내 여행객들에게도 여행의 필수코스가 됐다.
한국면세점협회가 집계한 면세점 이용 내국인은 2017년 3088만명으로 2010년 1525만명의 갑절 수준으로 불어났다. 2017년 연간 내국인 출국자 수가 2649만명인 것을 고려하면 적어도 출국자 1인당 1건 이상을 구매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면세점에 대해 잘 모른다. 난생 처음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물론 수시로 해외를 드나드는 사람들조차 면세점을 단순히 세금 없이 물건을 살 수 있는 곳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면세점은 무엇이고 어떤 쇼핑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더 알아본다.
# 듀티프리(Duty Free)와 택스프리(Tax Free)
면세점은 넓은 범위에서 듀티프리숍(Duty Free Shop)과 택스프리숍(Tax Free Shop)으로 구분된다. 듀티(Duty)와 택스(Tax)모두 세금이라는 뜻이지만 듀티는 '수출입 물품에 대한 세금'이란 의미가 있고, 택스는 '소비에 대한 세금'이라는 뜻을 지닌다. 따라서 듀티프리는 수출입 물품에 대한 세금이 면제되고 택스프리는 소비에 대한 세금이 면제된다고 이해하면 쉽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해외여행을 떠날 때 들르는 시내면세점이나 공항의 출국장 면세점은 듀티프리 면세점이다. 듀티프리 면세점은 전문용어로 보세구역, 보세판매장이라고 해서 수출입통관이 이뤄지지 않고 아직 세금이 붙기 전인 단계, 즉 과세가 유보된 공간이다. 듀티프리 면세점의 외국산 제품들은 아직 관세국경을 넘지 않은 물건이기 때문에 세금이 붙지 않은 가격에 살 수 있고 국산품은 수출된 것과 마찬가지로 부가가치세가 붙지 않은 상태로 판매된다.
택스프리 면세점은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 등 소비세의 과세가 유보된 것이 아니라 이미 과세된 물건을 판매하는 면세점으로 외국인만 이용이 가능하다. 택스프리 면세점에서 구입한 후 출국장의 택스리펀드(Tax-Refund) 창구에 가서 구매확인증을 보여주고 이미 납부한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 등 소비세를 돌려받는 방식이 기본이다.
사후에 세금을 돌려받는다고 해서 사후면세점이라고도 부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부터 건당 '20만원 미만'의 구매물품에 대해서는 사후면세점 현장에서 곧바로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를 돌려주는 '즉시환급'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오래 전부터 즉시환급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 사후면세점에서 '5000엔(5만원 정도)이상'을 구매하면 구매와 동시에 소비세(8%)를 환급 받을 수 있다. 그밖에 유럽이나 태국, 싱가포르, 캐나다, 남미 등은 출국할 때 택스리펀드 창구를 이용해서 환급받으면 된다. 반면 미국과 중국은 택스리펀드제도 자체가 없다.
▲ 택스 리펀드 업무를 전문적으로 대행하고 있는 회사로는 글로벌 리펀드(Global Refund), 택스리펀드(Tax Refund) 등이 있다. 해외여행시에 공항 등에서 이 로고를 따라 가면 환급창구를 찾을 수 있다. |
# 600달러와 3000달러
해외여행객들이 가장 헷갈려하는 부분 중 하나가 면세한도와 구매한도다. 왜 면세점에서 3000달러까지 살 수 있게 해 놓고 면세한도는 600달러로 제한하는가 하는 의문을 갖는 여행객들이 적지 않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600달러는 입국시 반입물품에 대한 규제이고, 3000달러는 면세점 과소비에 대한 규제로 둘의 성격이 다르다.
국경을 넘는 물품은 기본적으로 수입으로 보고 관세와 부가가치세 등을 매기지만 여행자 개인이 사용할 물품 정도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게 입국 면세한도다. 나라마다 입국 면세한도가 다른데 우리나라는 600달러로 정하고 있다. 입국 면세한도는 외국인도 동일하게 적용되며 우리나라 여행객이 해외 여행지에 입국할 때에도 해당 국가의 입국 면세한도 규정을 따라야 한다.
3000달러는 시내면세점과 출국장 면세점 등 국내 면세점의 구매한도인데 내국인에게만 적용된다. 외국인들은 면세점에서 3000달러를 넘겨서도 구매할 수 있다.
해외여행자들에게만 세금 없이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와의 형평성, 과소비 방지, 자국 산업보호 등의 차원에서 소비에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이 구매한도다. 구매한도 3000달러에는 관세가 면제된 외국산 제품만 해당된다. 국산품은 3000달러 이상도 살 수 있다.
▲ 관세청 자진신고 홍보영상 갈무리 |
# 담배와 술, 향수는 예외
술과 담배, 그리고 향수는 600달러의 입국 면세한도에 별도로 추가 면세한도가 주어진다. 술은 1ℓ 이하이면서 400달러 이하인 1병, 담배는 1보루(200개피), 향수는 60㎖까지 600달러 외에 별도로 반입할 수 있다.
교토협약이라는 국제협약에 따라 여행자들의 편의를 위해 담배와 술, 향수 일부에 대해서는 관세를 감면하자는 협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다수의 나라에서 술 1병, 담배 1보루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입국할 때 1병, 1보루 등으로 면세한도가 정해져 있지만 구입하는 건 구매한도(3000달러) 내에서 더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도 술과 담배 향수에 대해서는 입국 면세한도를 두고 있기 때문에 술이나 담배를 많이 구매해 가더라도 여행지 국가에서 반입이 제한되거나 국내로 귀국할 때 면세한도 초과분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고 들여와야 한다. 초과구매에 따른 실익이 없다는 뜻이다.
# 출국장과 시내, 그리고 기내
면세점은 각국을 오가는 여행객들의 여행편의를 위해 만들어 졌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출국하는 장소인 공항과 항구에 위치해 있다. 공항면세점과 항만면세점이 출국장 면세점인데 각각 탑승과 승선을 위한 보안검색절차가 끝난 후에 이용할 수 있다.
시내면세점은 여행객 중에서도 국내로 여행을 온 해외여행객들의 편의를 위해 출국장 면세점이 확장된 형태라고 보면 된다. 출국장 면세점은 출국하는 날에만 이용할 수 있지만 시내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국내 관광을 하면서도 시내에서 면세점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해 소비를 더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외국인 뿐만 아니라 해외로 떠나는 내국인 여행객들도 시내면세점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내국인 여행객들은 시내면세점에서 구매한 물품을 곧바로 받을 수 없고 출국하는 날 공항이나 항만에서만 넘겨받을 수 있다. 출국장 면세점과 마찬가지로 시내면세점도 출국을 전제로만 구매가 가능한 것이다. 반대로 여행기간이 끝나면 어차피 출국하게 되는 외국인은 시내면세점에서 구매물품을 바로 수령할 수 있다.
항공기 내에서도 면세품을 판매하는데 기내면세점이라고 부른다. 항공기는 하늘에 떠 있건 착륙해 있건 해외로 간주되는데 마찬가지로 수출입통관이 이뤄지지 않은, 과세가 유보된 물품을 싣고 다니다가 항공기 고객들에게 판매한다.
특히 각각의 항공기는 국적을 가지고 있는데 대한항공 기내면세점에서 물건을 사면 한국의 세금이 면제된 것을 구매하는 것이 되고, 에어프랑스 기내면세점을 이용하면 프랑스의 세금이 면제된 물품을 구매한 것이 된다. 각각의 국적국가에서 보세물품을 실어서 다니기 때문이다.
# 제주도에만 있는 내국인 면세점
면세점은 출국을 전제로 이용할 수 있는데 제주도에서만 예외적으로 출국하지 않는 내국인에게도 면세혜택을 주는 면세점이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관광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지정면세점이다.
제주 지정면세점은 출국이 아닌 출도할 때 면세혜택을 주는데 구매한도가 일반적인 듀티프리면세점과는 좀 다르다. 제주 지정면세점에서는 구매한도가 3000달러가 아닌 600달러까지이고, 술(1병)과 담배(1보루)도 600달러 내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특히 지정면세점은 개인이 1년에 방문할 수 있는 횟수도 6회로 제한돼 있다. 매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총 6회까지만 이용이 가능하다. 국내 여행임에도 해외여행과 같은 특별한 혜택을 주다보니 구매에 대한 제한이 많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