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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의 진화]③남자를 탐하다

  • 2014.12.10(수) 11:27

구매력 커진 남성, 백화점 주 고객층 부상
매장 리뉴얼 단행, 20~30대 젊은층도 늘어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6층 프랑스에서 건너온 '생로랑' 매장. 구두 한켤레에 70만원, 가죽 팔찌 하나에 50만원 하는 상품이 진열돼있다. 평일 낮인데다 입점한지 보름밖에 안돼 찾는 손님은 많지 않았지만 매장 직원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였다.

"본사에서 저희 브랜드를 애용하는 단골 2000명에게 매장 오픈 사실을 사전에 알렸습니다. 문 열기만 기다리다 왔다는 손님도 있고요. 초반 느낌은 나쁘지 않습니다." (매장직원 A씨)

인근에 있는 남성복 매장인 '브리오니'. 영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가 입은 옷으로 유명세를 탄 브랜드다. 원래는 본관 지하 1층에 있었으나 지난 10월 신세계가 남성전문관을 리뉴얼하면서 6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행거에 걸려있는 점퍼 한 벌의 가격표를 보니 1180만원이 적혀있다. 웬만한 월급쟁이는 엄두도 내지 못할 가격임에도 매장직원 B씨는 "매장을 옮기고 나서 새로운 고객이 늘었다"고 전했다.

브리오니와 같은 고급 남성복을 선호하는 고객은 값비싼 시계 구매에도 인색하지 않다. 최근 신세계가 200억원 규모의 명품시계 판매행사를 연 것도 브리오니를 살 정도의 고객이라면 시계에도 지갑을 열 확률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신세계에 따르면 고급 남성복을 사는 사람들은 다른 장르보다 럭셔리 시계 구매에 30% 이상 더 지출하는 성향을 보였다고 한다.

 

▲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남성관을 새단장하면서 인테리어 구성에도 세심한 신경을 썼다. 본점 6층에 20~30대 젊은층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바이크를 진열해놓은 모습.

 

◇ "명품 하나쯤은…" 지갑여는 男


아내나 애인의 손에 이끌려 쇼핑백을 들어주는 역할에 그쳤던 남성들이 백화점의 주력 고객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매출의 절반 이상이 남성에게서 나올 정도로 남성의 구매력은 여성을 앞섰다.

최근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이 남성관에 공을 들이는 것도 남성들의 씀씀이가 점점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카드의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패션과 명품 브랜드에 관심이 많은 40~50대 남성들은 기존 중년남성보다 미용, 성형, 명품 구매에 사용하는 금액이 1.5~3배 가량 많았다. 화장품과 의류업체들이 아저씨이길 거부하는 이른바 '노무족(No more uncle)'을 겨냥한 제품을 선보이는 것도 더이상 낯선 장면이 아니다.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는 지난해 국내 남성화장품 시장규모가 1조원이 넘은 것으로 추정했다.

20~30대 젊은층도 자신을 꾸미고 자신만의 특별함을 나타내는 소비에 지갑을 여는 일이 많아졌다. CJ올리브영의 올해 3분기까지 남성화장품 매출은 전년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남성들만을 위한 메이크업 행사도 열었다.

 

LG경제연구원이 2011년 실시한 조사에선 국내 20대 남성의 37%가 '경제적으로 무리가 되더라도 명품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남성은 '여가활동을 위해 유명 브랜드 의류와 장비를 구입한다'는 응답이 39%에 달했다. 매출정체로 고전하는 백화점들로선 '지갑여는 남성'을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 소득수준이 높아지는 가운데 결혼을 미루고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남성들이 늘면서 백화점들도 이들을 겨냥한 매장구성을 강화하고 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 백화점 곳곳에 남성관

 

'꽃미남'·'꽃중년'의 등장은 백화점의 풍경도 바꾸고 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남성전문관이 있는 7층에 머리손질이나 두피·피부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남성 전용공간인 '꾸어퍼스트 옴므'를 마련했다. 남성 클래식 구두를 전문적으로 관리해주는 구두 수선매장도 운영 중이다. 트렌드에 따라 새로운 패션아이템을 사고 싶어하는 여성과 달리 하나를 사더라도 좋은 것을 사고, 섬세하게 관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남성들의 심리를 파악해 들여온 매장이다.

롯데백화점도 지난 5월 본점 5층에 남성 화장품 편집매장인 '엣지'를 오픈한 데 이어 내년초에는 산토니, 맥나니 등 20여개 직수입 브랜드로 구성한 신발 편집숍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엔 남성 아이템만으로 구성된 '프라다옴므' 매장을 열었다.

남성을 향한 백화점의 변신에는 막대한 투자가 따른다. 신세계는 올해 본점 6~7층의 남성전문관을 리뉴얼하는데 약 100억원을 투입했다. 현대백화점도 내년 문을 여는 판교점을 비롯해 압구정본점, 목동점 등 주요 점포에 남성전문관을 확대할 계획이다. 백화점으로선 비용부담이 따르더라도 남성고객에 대한 투자를 미루기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다행히 초기 성과는 나쁘지 않다. 리뉴얼 이후 신세계의 남성전문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0% 증가했다. 이상헌 신세계 남성의류팀장은 "40~50대 고객뿐 아니라 기존에 보기 힘들었던 20~30대 젊은 남성고객이 지난해보다 20% 가량 늘어나며 매출이 큰 폭 신장하는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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