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인사는 창업 이래 회장이 전부 결정했다. (중략) 내가 억지로 회장을 모셔 온 것이 아니다. 그건 누구라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은 지난 2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그룹내 위상을 이 같이 표현했다.
'사람을 쓰는 문제'에 있어선 신 총괄회장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는 사실은 그의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식품 사장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지난 31일 부친인 신진수 씨의 제사에 참석하려고 한국을 방문한 신 사장은 기자들을 만나 "신동빈 회장을 해임한 것은 신격호 회장의 뜻이 맞다. 인사는 신 총괄회장이 다 결정하는 거다. 그렇게 안하면 큰 일 난다"고 말했다.
지금도 계열사 임원들로부터 정기적으로 경영현황을 보고받고, 자신의 재가없이는 그룹내 인사를 결정할 수 없게 하는 신 총괄회장의 힘은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의 전격적인 해임에서 유감없이 드러난다.
그는 자신과 상의없이 일본 벤처기업에 투자해 손실을 본 책임을 물어 일본 사업을 맡고 있던 장남을 올해 초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게 했다. 당시 신 전 부회장이 투자한 금액은 8억엔, 우리돈으로 8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은 이번엔 중국사업 손실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며 차남을 내쳤다.
다만 올해로 94세로 워낙 고령이라 그룹의 중요 현안을 즉각적으로 파악하고 있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이 터지기 전까지 롯데그룹 내에선 누구도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없는 카리스마적인 지위에 있었지만 그 자신도 흐르는 세월만큼은 거역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최근 방송을 통해 공개된 음성파일에는 신 총괄회장이 자신이 차남에 의해 해임(28일)된 사실을 이틀 뒤(30일)에서야 장남을 통해 전해듣는 내용이 나온다. 두 아들이 '아버지의 뜻'을 앞세워 그룹 경영권의 정당성을 주장했지만 정작 아버지는 두 아들의 행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