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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맞고]복합쇼핑몰 규제 의견수렴에 '울컥'

  • 2017.12.04(월) 16:53

산업부, 규제 마련위해 업계 의견수렴중
유통사 "골목상권 보호에 어떤 효과 있나?" 반발

새 정부가 기업들의 불공정행위와 거래관행을 청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특히 유통·식품·제약 등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다양한 규제 이슈가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규제 이슈와 맞물려 기업들의 상생 노력도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규제 맞고] 코너를 통해 다양한 규제이슈를 꼼꼼하게 따져보고, [상생 맞손] 코너를 통해 기업들이 어떤 상생노력과 성과를 내고 있는지 동시에 조명해본다. [편집자] 


정부가 복합쇼핑몰 규제를 위해 업계 의견수렴 등 본격적인 검토에 나서면서 대형 유통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유통업계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복합쇼핑몰 규제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유통사들은 "골목상권 보호에 어떤 효과가 있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 서서히 움직이는 정부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복합쇼핑몰에 대해서도 대형마트나 기업형수퍼마켓(SSM)과 동일한 규제를 도입하겠다고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복합쇼핑몰도 월 2회 매장을 열지 못하는 등 규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특히 휴무일이 주말로 정해질 경우, 주말 매출이 대부분인 복합쇼핑몰에는 치명적이다.

정부는 복합쇼핑몰이 대형마트 등과 함께 골목상권에 피해를 준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검토에 들어갔다. 이미 공정거래위원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규제안 준비에 들어갔고 최근 출범한 중소벤처기업부도 합세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이명근 기자/qwe123@)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나 최근 취임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모두 복합쇼핑몰 규제에 대해 필요하다는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최근 복합쇼핑몰과 아울렛 규제 강화 의지를 밝혔다. 홍종학 장관도 "그동안 규제 사각지대였던 복합쇼핑몰은 지금까지와 다르게 더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에 따라 지난달 24일 비공개로 복합쇼핑몰 업계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업계는 복합쇼핑몰 규제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분별한 규제를 결정한다면 업계 전체가 큰 피해를 입게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이후에도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관련 사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 "복합쇼핑몰이 골목상권과 무슨 관계?"


대형 유통업계는 복합쇼핑몰이 골목상권과 별반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복합쇼핑몰이 주로 도심 외곽에 위치하고 있어 골목상권 침해와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또 일부 복합쇼핑몰의 경우 도심이라 하더라도 교통 관련 역(驛)과 연계돼 있어 24시간 문을 열어둬야 한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대형 유통점=골목상권 침해'라는 공식에만 매달리고 있다는게 유통업계 주장이다. 이와 함께 유통업이 오프라인 경쟁에서 온라인 경쟁으로 넘어가고 있는데 오프라인 규제에 매달리는 것은 산업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마존 같은 곳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 정부가 어떤 규제정책을 내놓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정부의 오프라인 매장 규제가 실제로 골목상권 보호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형마트 월 2회 휴무 조치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개별 전통시장 일평균 매출액은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시작된 2012년 4755만원에서 2015년 4812만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복합쇼핑몰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유통업계에 만연한 갑을관계를 개선하고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며 "하지만 정말로 칼끝을 겨눠야 할 곳은 겨누지 않고 '대형유통업체는 곧 갑'이라는 편견으로 무조건 규제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나를 죽여 하나를 살리는 것이 아닌 같이 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오프라인 체력이 바닥인데..."

대형 유통사들이 규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에는 규제를 감당할 체력이 되지 못한다는 인식이 한 몫을 하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신규 출점은 급격하게 줄고 있다. 대형 백화점의 경우 향후 3년간 추가 출점 계획이 거의 없다.

산업부가 집계한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전년대비 매출 증가율을 살펴봐도 이런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올들어 지난 10월까지 온라인 유통업체 월별 매출은 최대 전년동기대비 22.8% 증가하는 등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오프라인업체 매출은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 자료 : 산업통상자원부(단위:%).

이에 따라 대형 유통사들은 교외에 아울렛이나 복합쇼핑몰을 출점하는 방식으로 탈출구를 모색해왔다. 하지만 정부가 이 마저도 영업규제에 나서겠다고 밝히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복합쇼핑몰의 경우 주말 장사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주말에 장사하지 말라는 것은 문 닫으라는 소리"라면서 "대형마트 영업규제때도 울며겨자먹기로 정부 정책을 따랐지만 효과가 얼마나 있었나. 오프라인을 살리기 위해 내놓은 복합쇼핑몰 마저 규제하면 대형 유통업체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접을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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