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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류·삼류 자처하는 식약처

  • 2019.09.23(월) 08:42

발사르탄 이어 라니티딘도 FDA‧EMA 뒷북
선진국 바라보면서 서류로만 안전성 관리?

"의약품 원료부터 철저하게 관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세운 핵심 전략 중 하나다. 그런데 최근 의약품 원료에서 발암물질이 잇따라 검출되면서 정부가 의약품의 안전성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16일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에서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발견됐다며 긴급 수거‧검사에 나섰다. 라니티딘은 위산 생성을 억제해 위궤양이나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등에 쓰인다.

이번에 라니티딘에서 발견된 NDMA는 공업용 화학물질로 심한 간 독성을 유발하고 장기복용 시 간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암 추정물질인 2A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2A군은 동물실험에서 발암성에 대한 증거는 밝혀졌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암을 일으킨다는 근거가 불충분한 단계다. 벤조피렌, 석면 등과 같이 명확하게 발암유발이 확인된 물질은 1군으로 분류한다.

식약처의 이번 조치는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13일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에서 NDMA가 검출됐다는 경고성 위해정보를 발표하면서 긴급하게 이뤄졌다.

이번 사태를 보면 고혈압 치료제 성분인 '발사르탄'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해 7월 유럽의약품청이 발사르탄 제제에서 NDMA를 확인하고 제품 회수에 들어가면서 식약처도 발사르탄 제제 품목에 대해 제조‧수입 중단 조치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일부 품목들은 제조‧수입이 중단됐다가 해제 또다시 중단되는 등 제약사들과 환자들에게 혼란을 가져왔다.

식약처는 라니티딘과 발사르탄 사태는 명백히 다르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미량 검출된 '잔탁' 등 일부 제품들에 대해 우선적으로 검사를 진행한 결과 NDMA는 검출되지 않았고 대응 방식도 이전보다 개선됐다는 주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난해 발사르탄 사건을 계기로 NDMA 시험법과 기준치를 새로 마련해 유해물질 함유 여부를 즉각적으로 알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여전히 불순물 함유 여부를 선제적으로 검사하지는 않고 있다. 매번 해외 선진국들의 유해정보가 나오고서야 뒤늦게 검사를 하고 수습에 나서는 모습이 딱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의약품 안전성에 대한 환자들의 심리적 불안감은 점차 커져가고 있다. 잔탁 외 라니티딘 제품에 대한 검사는 현재진행형인데다 미국에선 라니티딘 완제의약품의 회수 조치가 내려졌고 캐나다도 유통 중단 조치를 내렸다. 특히 발사르탄과 라니티딘에 이어 또 어떤 의약품에서 불쑥 발암 유발 성분이 발견될지 알 수 없다.

식약처의 일반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제조 및 관리실태와 비교해보면 의약품은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이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품질관리 개선을 위해 의약품에 대해서도 불시에 수거 및 검사를 확대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보건의료 관계자는 "정부가 제약사의 자료만으로 의약품을 허가해주고 관리하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반복되는 것"이라며 "공장 점검 같은 형식적인 실사가 아니라 시중에서 유통되는 전문‧일반의약품을 불시에 수거‧검사하는 등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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