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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경제학]③'집콕 아이템'…달라진 여가생활

  • 2020.03.20(금) 08:27

홈트레이닝에 보양식…건강·면역력 관심 '쑥'
아이들 완구 용품과 과자 매출도 쑥쑥 증가
이젠 커피머신까지?…홈카페 문화도 눈길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가장 중요한 대응법 중 하나는 바로 '사회적 거리두기'입니다. 그러려면 '방콕'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아이들 개학도 미뤄지면서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이 많아졌습니다. 가족이 함께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방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낯선 일상은 우리의 소비 패턴을 확 바꾸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강제 방콕'의 일상과 이에 따른 국내 유통·식품 산업의 변화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얼마 전 드디어 '스탭퍼'가 집에 도착했습니다. 홈트(홈트레이닝의 줄임말)족이라면 이 운동 기구 잘 아실 겁니다. 마치 계단을 오르내리는 효과를 줄 수 있는 실내 운동 기구인데요. 러닝머신이나 실내 자전거에 비해 차지하는 공간도 작은 데다가 가격도 비싸지 않아 구매했습니다. 지난주에 '푸쉬업 바'를 하나 미리 마련해뒀으니, 상체와 하체를 고루 단련할 수 있겠네요. 모양새는 갖춰졌습니다.

그런데 그냥 멍하니 스탭퍼만 하기에는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스탭퍼가 도착한 날 넷플릭스를 다시 구독하기로 했습니다. 요즘 여기저기서 넷플릭스 콘텐츠인 '킹덤2'가 재미있다고 난리여서 운동도 하고 드라마도 보자는 마음이었죠. 그런데 스탭퍼를 10분 정도 하다보니 힘들더라고요. 계단 오르는 게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킹덤2부터 정주행하기로 하면서 슬픈 결말로 이어졌습니다.

갑자기 이렇게 홈트 제품을 구매한 건 역시 코로나19 때문입니다. 벌써 몇 주 동안 헬스장에 가질 못하니, 느는 건 살 뿐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전에도 헬스장에 자주 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안 가는 것과 못 가는 것은 다릅니다. 운동을 많이 하지 않더라도 집에 운동기구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집에서라도 상체와 하체 모두 단련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춰놓으니 일단 마음만은 편안해집니다.

역시 사람들의 마음은 다 비슷한가 봅니다. 최근 유통업체들은 일제히 '홈트레이닝' 용품 판매 행사에 나섰습니다. 살만 찌는 '방콕족'들의 불안감을 잘 알았던 겁니다. 실제로 관련 매출이 빠르게 늘기도 했고요.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홈트 용품 매출은 전달보다 60~70%가량 증가했다고 합니다. 현대홈쇼핑에서는 64.1%, CJ오쇼핑에서는 71% 늘었고요. 신세계의 온라인몰 SSG닷컴에서도 지난달 관련 상품 매출이 1월보다 70% 증가했습니다.

사진=이마트 제공

홈트레이닝을 결심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면역력'입니다. 집안에만 머물다 보니 건강이 걱정되고, 게다가 코로나19를 이겨내려면 면역력이 중요하다고 하니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 겁니다.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니 '보양식'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습니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장어나, 전복, 삼계탕 등 보양식 판매량이 전년보다 두 배가량 뛰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여름철 초복과 말복 때보다 더 많이 팔린다고 하니 건강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많이 높아졌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성인들이 집에서 운동을 하고 보양식을 먹으며 건강을 챙긴다면, 아이들은 집에서 놀 거리를 찾습니다. 이미 쌓아둔 장난감이나 책이 있긴 하겠지만, 이번처럼 오랜기간 집에만 있다 보면 질리기 마련입니다. 아이들에게는 항상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가 봅니다. 

실제 주변에서도 아이들 장난감을 사는 게 부쩍 늘었다는 얘기들이 많습니다. 유통업계에서도 관련 매출이 늘고 있는데요.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8일까지 온라인몰에서 판매된 교육용 블록완구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무려 309%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보드게임 매출도 104% 늘었습니다. 많은 가정에서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지는데요. 아이들 입장에서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한참 놀다 보면 아이들은 간식을 찾습니다. 무엇보다 과자를 찾지요. 오리온에 따르면 지난달 자사 제품의 온라인 매출이 지난해보다 92% 증가했다고 합니다. 최대한 집에 있으려 하다 보니 과자도 온라인으로 사는 이들이 많아진 건데요. 특히 아이들 간식으로 많이 주는 파이 제품의 경우 박스 단위로 구매하는 경향이 커졌다고 합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라면을 집에 쌓아두듯 과자도 한 번에 많이 사서 쌓아둔 셈입니다.

그런데 사실 과자 구매는 꼭 아이들만 위한 것은 아닌 듯싶습니다. 사실 얼마 전 '아이용' 과자를 사다가 평소 먹고 싶던 과자를 몇 개 더 골랐는데요. 재택근무를 하면서 하나씩 집어먹기도 하고 홈(Home)술을 할 때 곁들이기 위해서 '어른용'으로 구매한 겁니다. 오리온 관계자 역시 "집에서 영화를 보거나 맥주 등을 마실 때 가볍게 곁들이기 좋은 비스킷과 스낵류의 인기도 높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요즘 부쩍 유통업체들이 '커피 머신'을 홍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겁니다. 방콕 생활을 시작한 뒤 며칠간은 스틱 커피를 마시다가 조금 더 '고급' 커피가 생각났던 걸까요. 온라인 쇼핑몰 텐바이텐에 따르면 최근 2주간 커피 머신 판매가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 318% 증가했다고 합니다. 집에서 와플이나 샌드위치를 만드는 제품 역시 264% 늘었다고 하고요. 이른바 '홈카페족'이 늘어난 듯합니다.

/이명근 기자 qwe123@

사실 그동안 집은 텔레비전을 보거나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공간 정도로 활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집콕 아이템'을 몇 개 사놓고 보니 집은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이들과 이것저것 할 게 많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면 다시 집 밖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겠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가족과 함께 하는 '슬기로운 집콕생활'의 비결을 알게 된 건 그나마 위안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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