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계기로 언택트 소비문화가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인터넷이 대중화되기도 전인 25년 전부터 언택트 소비를 하고 있습니다. 바로 홈쇼핑이 그 주인공입니다. 업력이 짧지 않지만 입지는 여전히 불안합니다. 실적은 제자리걸음인데 비용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경쟁자도 많아지면서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입니다. 최근 홈쇼핑 업계의 고민을 비즈니스워치가 짚어봤습니다. [편집자]
코로나19 확산은 분명 누군가에게는 기회입니다. 생활방식의 변화는 기존과는 다른 소비 형태를 만들어내고 준비가 된 업체는 돈을 벌겠죠. 홈쇼핑 업계가 코로나 19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는 연초부터 나왔습니다. 물건을 매장에 직접 가서 사기보다는 집 안에서 편하게 소비하려는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 상황은 달랐습니다. 홈쇼핑업계의 매출은 증가했지만 수익성은 나빠졌습니다. 영업이익률이 떨어진 것입니다.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각 홈쇼핑 업체의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은 크게 늘었습니다. CJ ENM 오쇼핑 부문은 매출이 지난해보다 16% 늘어난 3759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현대홈쇼핑은 9% 증가한 3080억 원, 롯데홈쇼핑은 16% 늘어난 2696억 원, GS홈쇼핑은 8% 증가한 2978억 원이었습니다.
반면 영업이익은 크게 줄었습니다. GS홈쇼핑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7% 줄어든 319억 원, CJ ENM 오쇼핑 부문은 10% 감소한 379억 원, 현대홈쇼핑은 15% 줄어든 337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분명 코로나19 확산의 수혜를 입을 줄 알았는데 말이죠. 그 이유는 국내 유통산업의 트렌드 변화에 있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 펼쳐졌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의 반사이익은 대형마트와 경쟁하던 온라인 쇼핑업체가 대부분 가져갔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은 홈쇼핑 업체들에게는 오히려 악재였던 셈입니다.
홈쇼핑은 대형마트와 상품이 겹치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코로나19 확산으로 홈쇼핑에서 판매되던 패키지 여행상품은 거의 100% 취소됐습니다. 홈쇼핑에서 자주 팔리던 캠핑용품과 산악용품 등 나들이를 위한 상품도 판매가 어려웠습니다.
당국과의 협조로 마스크를 홈쇼핑을 통해 판매하긴 했지만, 마스크는 홈쇼핑 입장에서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 제품입니다. 마스크와 같은 저수익 제품이 유독 이번 1분기에 집중적으로 판매됐습니다. 건강식품, 손소독제, 세제 등 생필품들은 홈쇼핑 입장에서 크게 남는 것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수익성이 좋은 고가의 가전제품이나 명품 등은 편성이 어려웠습니다. 홈쇼핑 특성상 방송편성을 특정 제품에 할당하면 다른 제품을 포기해야 합니다. 귀중한 방송시간을 수익이 적은 상품에 할당할 수밖에 없었으니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겁니다.
홈쇼핑에서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업계 입장에서는 아쉬운 점입니다. 재난지원금은 영세중소상인을 살리자는 취지가 강하다 보니 홈쇼핑처럼 대기업이 운영하는 온라인 업체에게는 그림의 떡입니다.
관건은 올해 농사입니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는 전통적인 비수기라는 점에서 홈쇼핑 업계의 걱정이 많습니다. 그동안 홈쇼핑 업계는 2분기에는 휴가철을 대비한 상품을 주로 판매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 자체를 자제하는 데다, 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이 늦어져 여름방학을 정상적으로 보낼 수 없기 때문에 관련 상품의 판매가 어렵습니다. 현재 홈쇼핑 업계의 입장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득을 볼 요소는 거의 없습니다. 아직 홈쇼핑업계가 적자구조에 빠지진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위기에 대한 준비는 필요해 보입니다.
다만 이런 악재들 속에서도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한 롯데홈쇼핑 사례는 유심히 지켜볼만 합니다.
롯데홈쇼핑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1% 늘어난 37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롯데백화점 출신 이완신 대표의 지시로 패션 부분의 직매입을 크게 늘려온 결과입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생긴 구멍을 직매입을 통해 확보한 패션상품으로 채울 수 있었습니다. 국내 중소기업와의 상생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아쉽지만 수익성 확보에서 만큼은 성공한 사례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투자는 당장 적용하기가 어렵습니다. 직매입 상품이 잘 팔려주면 다행이지만 만약 팔리지 않으면 손해는 더 커집니다. 실제로 GS홈쇼핑의 경우 직매입을 통해 상품을 확보해뒀지만 판매가 부진해 손해를 더 키우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홈쇼핑업계가 가장 절실하게 바라는 것은 송출 수수료 정상화입니다. 과도하게 책정된 송출 수수료가 정상화된다면 코로나19 확산에 신음하고 있는 홈쇼핑 업계의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지난 4년 동안 홈쇼핑업계가 IPTV사업자에게 낸 수수료의 인상률은 302% 수준입니다. 연평균 상승률은 45%에 달합니다. 이 기간 연평균 IPTV 가입자 수 증가율이 9%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지난 1분기처럼 매출이 늘어나면 송출 수수료 협상에서 홈쇼핑업계가 불리합니다. 매출의 증가는 IPTV 가입자수 증가와 연관이 깊어 수수료 인상의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한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올해 장사를 지난해보다 잘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송출수수료가 전처럼 대책 없이 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