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간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한 지원대책을 내놓은 정부의 각오다.
이상진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과장은 지난 14일 열린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등 5개 단체가 개최한 ‘범정부 초청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지원대책 설명회’에서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다.
앞서 정부는 지난 9일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지원과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제3차 추가경정예산으로 1936억 원을 배정했다. 임상시험 전주기 지원에 치료제 450억 원, 백신 490억 원 등 총 94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특히 항체 및 혈장, 약물재창출 등 3대 개발 기업에 대해 임상시험 단계별로 예산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안에 치료제, 내년 중으로 백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안들이 많다. 그만큼 갈 길이 멀다.
가장 큰 문제는 임상시험을 진행할 여건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임상시험 진행에 있어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환자 모집이다. 그 이유는 임상 대상인 코로나19 환자들은 대부분 상급 종합병원이 아닌 중급 종합병원이나 의료원에 몰려있어서다.
임상시험은 임상시험실시기관으로 허가된 의료기관에서만 시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 상급 종합병원들이다. 결국 현재 상황으로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의료원에서 환자를 모집하면 대형병원과 기업이 임상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긴 했다. 계획은 있지만 아직도 ‘논의’ 중인 사안이어서 언제 효율적인 임상시험 체계가 도입될지 알 수 없다.
또 임상시험 지원 대상도 한계점이 있다. 기존 약물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는 ‘약물재창출’, 외부물질(항원)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물질인 '항체'를 이용한 ‘항체치료제’, 혈액 속 혈장을 이용한 ‘혈장치료제’ 등 3가지 종류의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지원으로 한정돼 있다.
즉 새로운 합성신약 물질에 대한 지원은 안 된다는 이야기다. 현재 치료제와 백신 개발 의사를 밝힌 대부분 기업들이 ‘약물재창출’에 쏠려 있다. 하지만 레고캠바이오 등 일부 기업들은 합성신약 물질탐색도 진행 중이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올해 지원계획에는 빠져있지만 다행히도 정부는 내년에는 새로운 후보물질 등에 대해서도 비임상지원 단계부터 지원할 수 있도록 예산편성을 논의 중이다.
이와 함께 해외 기업과의 공동개발 지원도 아직 계획을 논의 중인 단계다. 공동개발을 하더라도 해외 연구자가 해외에서 연구를 진행한다면 해당 국가에서 지원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국내 지원을 받으려면 국내 부설연구소를 갖고 있는 등 국내에서 연구가 진행되는 부분이 명확해야 한다.
기술이전 등 우수한 기술을 도입한 경우는 지원이 가능하지만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은 역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일부 기업들은 국내 코로나19 환자수 부족 등의 문제로 해외 임상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럼에도 실제 지원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탓에 선뜻 해외 임상 시험을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날 설명회에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지원하려는 정부 의지는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복지부는 코로나19의 유일한 극복방법이 "치료제와 백신을 반드시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조급한 마음과 달리, 여전히 지원책은 미비하다. 현장의 어려움에 귀 기울이고 이를 보완, 구체화한다면 국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가 붙지 않을까. 정부의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