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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업계, 집단소송법 제정에 '전전긍긍'

  • 2020.11.06(금) 16:42

50인 이상 피해자 사건시 소송 없이 피해 구제
소급적용에 SK케미칼‧코오롱생과 등 첫 사례 ‘우려’

정부가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모든 분야에 적용하는 '집단소송법 제정안 및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집단소송법 제정안 및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해당 법안은 피해자 중 한 사람이나 일부가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할 경우 다른 피해자들은 별도 소송 없이 그 판결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피해자가 50인 이상인 사건에서 1~2명이 소송을 제기해 배상 판결이 나오면 나머지 모든 피해자에게도 배상을 해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상인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손해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내용이다. 특히 이번 법안은 소급적용도 가능하다. 법안이 시행되면 현재 집단소송이 진행 중인 SK케미칼과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약‧바이오 업계의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SK케미칼은 글로벌 제약사 옥시레킷벤키저의 가습기 살균제 원료를 공급한 바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6823명으로, 이 중 사망자는 1553명에 달한다. SK케미칼은 지난 2016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400여 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 중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의 성분이 뒤바뀐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환자 900여 명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는 총 3201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만약 이들 제약기업들이 패소한다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수천여명에 손해배상까지 감당해야 할 위기다. 가습기 살균제의 경우 인당 손해배상 청구액은 3000만~5000만 원이다. 집단소송법이 적용되면 2000억~3000억 원을 배상해야 할 수도 있다. 인보사의 손배 청구액은 인당 700만~1400만 원으로, 전체 환자들이 구제신청을 할 경우 총 금액은 224억~448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더해지면 총 배상 규모는 어마어마해진다. 기업의 존폐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실제로 타 산업계에서도 집단소송법 제정에 따른 소송비용 증가로 기업경영 위축 및 기업 경쟁력 저하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 도입시 국내 30대 그룹 기준 소송비용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8조 3000억 원, 집단소송 1조 7000억 원 등 최대 10조 원에 달한다. 현행 소송비용 추정액 1조 6500억 원 대비 6배가량 높다.

이밖에 집단소송 조짐을 보이는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있다. 메디톡스는 허가와 다른 원액을 사용해 보툴리눔톡신을 제조‧생산했다가 국내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으면서 인터넷상에서 소비자들의 소송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최근 유통 및 이물질로 문제가 된 독감 백신도 마찬가지다. 현재 독감 백신에 따른 부작용 신고사례는 1787건에 달한다.

아울러 집단소송법에는 증거조사 특례 조항이 담겨있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증거조사 특례 조항은 소비자는 개략적으로 주장해도 기업은 구체적으로 답변하도록 하고 있다. 기존에는 환자들이 의약품과 부작용의 연관성을 밝혀야 했다면 집단소송법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 입증 책임을 전환하는 내용이다.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중첩되는 처벌 규정에 집단소송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더해지는 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형사처벌로 징역형‧벌금형과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소송 외에도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약가인하, 품목허가 취소, 영업정지 등 다수 행정처분을 중‧복합적으로 받고 있다”며 “현행 약사법상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를 통해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데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더해지는 건 과잉처벌”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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