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이 대세다. 투자유치, 수주 등 경영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국내 많은 기업과 금융사들이 핵심 경영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ESG 경영은 금융투자, 스타트업 육성, 제품 개발 등 실질적인 기업활동에 적극적으로 녹아들고 있다. 비즈니스워치는 다양한 ESG 경영활동이 이뤄지는 현장을 발굴해 공유함으로써 ESG경영 확산에 기여하고자 한다. [편집자]
뷰티 기업에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피할 수 없는 숙제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핵심 소비자들이 ESG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서다. 기업은 더 높은 수준의 ESG 가치를 제공해야만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다. ESG가 기업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아지자 투자자들도 ESG를 주요 투자 지표로 삼고 있다. 생존을 위해서라도 ESG를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뷰티업계의 ESG 경영을 선도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업계 최초로 RE100에 가입했다. RE100은 기업이 2050년까지 사용 전력량 100%를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캠페인이다. 국내에서는 SK그룹이 처음으로 가입한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기준보다 이른 2030년까지 RE100을 달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본사·오산 등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는 등 구체적 행동에 나섰다. 아울러 RE100 달성과 함께 △신제품 100%에 환경·사회 친화적 속성 구현 △이해관계자와의 조화로운 성장 △기후위기 대응 및 대자연과 공존 등을 달성하겠다는 비전 '2030 어 모어 뷰티풀 프로미스'를 발표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사회적 가치 확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공병 수거 캠페인을 전개해 공병 2200톤을 수거하며 소비자들의 ESG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배송박스와 포장재에 테이프를 없애는 등 제품에 친환경 요소를 적용했다. 오프라인에 ‘리필 매장’을 여는 등 소비자가 직접 ESG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조치도 이어갔다.
이러한 아모레퍼시픽의 ESG 도입 노력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의 ESG평가에서 종합 A등급으로 평가받았다. 사회 부문에서 A+ 등급을 획득했고, 환경·지배구조에서 A등급을 받았다. 국내 시총 5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된 ESG행복경제연구소의 평가에서도 S등급을 받으며 2위를 차지했다.
이에 비즈니스워치는 아모레퍼시픽의 ESG 경영 담당 부서 '지속가능경영 디비전'을 이끌고 있는 오정화 상무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 상무는 지난 10여년 동안 아모레퍼시픽의 지속가능경영 업무를 맡아 온 ESG 전문가다.
ESG, 기업 핵심 가치에 담겨야
오 상무는 ESG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존재 의미'에 ESG 가치가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SG를 구성하는 요소 대부분은 기업의 비재무적 가치와 맞닿아 있다. 초기 투자 비용이 크고, 업무 방식에도 변화를 줘야 한다. 때문에 ESG에 대한 신념을 사내 구성원이 공유하지 못한다면 ESG 도입 전략 자체를 도출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오 상무는 "아모레퍼시픽의 ESG 경영 바탕에는 1993년 발표된 '무한책임주의' 이념과 '사람을 아름답게, 세상을 아름답게'라는 회사의 소명이 있다"며 "기업 핵심가치부터 지속가능성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에 다양한 ESG 활동을 시도해 볼 수 있었다. 앞으로도 당장의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지속가능성에 주목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속적인 ESG 도입을 위해서는 면밀한 모니터링을 강조했다. 사업 전 부문에서 ESG를 적용하기에는 비용 등 현실적 제약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글로벌 ESG 트렌드와 경쟁사 동향, 이해관계자 요구사항, 법규 등을 꾸준히 모니터링해 ESG 개선 항목의 중요도와 시급성을 평가하고 있다"면서 "이를 기반으로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진행 중인 ESG 항목도 꾸준히 살펴 불필요한 낭비를 최소화해야 '성장 속 ESG 도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채찍'보다 '당근'으로
오 상무는 ESG 확산을 위해서는 '채찍'보다 '당근'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SG는 대기업만의 의지로 도입될 수 없다. 수많은 협력자와 이해관계자 사이의 이슈가 도입 과정 전반에 퍼져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협력사에 ESG 요소를 도입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어려움이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1년 협력사 지속가능경영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2017년부터는 매뉴얼을 별도로 제작해 협력사에게 가이드라인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협력사들은 반발했다. 품질 개선과 납기 대응에도 바쁜 상황에 ESG 요소까지 반영하라는 요구가 과도하다는 항의였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협력사의 ESG 수준을 '평가'하기보다 '지원'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했다. 먼저 사업장 내 노동 안전·환경·기업윤리 등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협력사의 환경 개선을 주요 목표로 삼았다. 본사가 직접 비즈니스 리스크를 발굴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컨설팅 비용 등을 지원해 협력사의 부담을 줄였다. 글로벌 동향과 우수 사례 등을 수시로 공유하며 협력사가 ESG를 ‘필요한 것’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
평가 부담이 줄어들자 협력사들도 자발적으로 ESG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우수 개선 협력사에게 연말 포상 등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그 결과 에너지 진단 컨설팅을 진행한 한 협력사가 자발적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약 8% 저감하는 등 실질적 성과가 창출되기 시작했다.
오 상무는 "협력사들과 본사의 환경이 달라 본사의 ESG 기준만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어려웠다"며 "각 협력사의 약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자발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결과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ESG, 특정 기업·영역만의 것 아냐
오 상무는 ESG가 특정 기업·지역사회·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ESG 영역의 이슈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서로 넘나들며 영향을 준다. 때문에 사회적 합의 아래 '핵심 이슈'를 선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오 상무는 "환경과 사회 부문이 각 기업이 무엇을, 언제, 어떻게 실행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라면 거버넌스는 이러한 활동을 왜, 누가 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하는 영역"이라며 "거버넌스 체계는 기업만의 노력으로 갖추기 어렵다. 사회·정책적으로 ESG의 방향성에 공감대가 형성돼야 기업이 효과적으로 ESG를 도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와 이해관계자가 우수한 ESG 역량을 갖춘 기업이 본연의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보다 ESG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규제에 따라 강제로 도입된 ESG 요소는 규제가 약해지면 사라질 수밖에 없다. 각 기업이 자발적으로 ESG 도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ESG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 상무는 "정부가 ESG 확산을 위해 규제 등을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ESG에 대한 요구 사항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어 기업이 이를 모두 반영하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각 기업이 업에 맞는 핵심 이슈 위주로 자율적인 ESG 경영을 펼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각 이슈에 대한 요구사항을 표준화하는 등 지원과 독려 역할을 담당해 줘야 ESG 확산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