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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컨셉 매장으로 읽는 '신세계 유니버스' 설계도

  • 2022.03.30(수) 06:50

합병 후 내실 키워 기업가치 2배로 성장시켜
규모 대비 경쟁력 높여 '빠른 오프라인 진출'
온·오프 통합 노하우로 '신세계 유니버스' 고도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그래픽=비즈니스워치

2위 패션플랫폼 W컨셉이 오프라인 공략을 시작했다. 시장 1위 무신사에 이은 두 번째 사례다. 첫 거점은 젊은 고객이 많은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이다. 체험을 중시하는 MZ세대 패션 소비자를 겨냥했다. 업계에서는 W컨셉 오프라인 매장이 신세계그룹(신세계)의 온·오프라인 통합을 위한 테스트 매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규모 대비 이른 오프라인 진출이어서다.

실제로 신세계는 지난해 W컨셉 외에도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글로벌) 등 이커머스 플랫폼을 인수합병(M&A)한 바 있다. 올해는 통합 멤버십 론칭을 예고하는 등 고객 록인(Lock-in)에 주력 중으로 W컨셉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온·오프라인 통합에 필요한 노하우를 쌓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가 W컨셉을 통해 '신세계 유니버스'를 고도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패션 시장의 온·오프라인 통합 바람

W컨셉은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에 첫 오프라인 정식 매장을 오픈했다. 매장 콘셉트는 'W컨셉 더 그라운드'로 정했다. 고객과 소통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매장 디자인은 광장과 유사하게 구성했으며, 입점 브랜드는 7000여개 W컨셉 입점 브랜드 중 20개를 엄선했다. 판매 상품은 각 브랜드 상품을 믹스&매치할 수 있도록 코디까지 고려해 선별했다.

W컨셉 오프라인 매장 전경. /사진=W컨셉

패션업계의 온·오프라인 통합 바람은 W컨셉만의 일이 아니다. 1위 패션플랫폼 무신사는 지난해 홍대에 자체브랜드(PB) 매장 '무신사 스탠다드'를 오픈한 바 있다. 이 매장도 W컨셉 오프라인 매장과 유사하게 플랫폼 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고객에게 소개한다.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 머스트잇도 최근 압구정에 쇼룸 형식 매장을 열었다. 기성 패션업체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온라인 브랜드 '구호플러스'의 오프라인 영역을 넓히고 있다.▷관련기사: '탑텐·무신사'는 왜 홍대로 갔을까(2021년 7월 6일)

이들의 목표는 브랜드 영향력 확대와 플랫폼 경쟁력 강화다. 패션 시장은 아직 오프라인의 비중이 높다. 상품을 구매하기 앞서 체험해보려는 고객이 많다. 또 패션플랫폼 내에는 인기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도 많다. 이들을 오프라인 시장에 유통한다면 브랜드 영향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 이것이 자연스럽게 플랫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이미 브랜드 경쟁력이 있는 기성 패션업체는 온라인에서 판로 확장을 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W컨셉의 오프라인 진출은 다르다

W컨셉의 오프라인 진출 전략은 '결'이 다르다. 시기부터 다소 이르다. 무신사는 패션플랫폼 시장 절반 이상을 점유하는 거대 플랫폼이다. 지난해 연간거래액은 2조원을 넘는다. 온라인 시장을 이미 장악한 만큼 오프라인을 공략해 볼 여력이 있다. 반면 같은 기간 W컨셉의 연간거래액은 무신사의 10분의 1 수준이다. 취급 브랜드도 비교적 적고, 이용자 대부분이 젊은 여성으로 확장성도 부족하다. 명품 등에 특화된 것도 아니다. 언뜻 오프라인 진출이 '시기상조'처럼 보이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신세계와의 M&A는 W컨셉의 상황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신세계는 지난해 5월 W컨셉을 인수한 후 입점 브랜드를 1000개 가까이 늘렸다. 백화점 판매 브랜드 일부도 과감하게 들여놨다. 뷰티 편집숍 시코르를 숍인숍 형태로 입점시키고, 라이프스타일·골프 등 카테고리를 확대해 '볼륨'을 키웠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등 오프라인 진출도 모색했다. 이 팝업스토어는 높은 관심을 끌으며 목표 대비 2배 매출을 달성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자연스럽게 W컨셉의 '내실'도 개선됐다. W컨셉의 지난해 거래액은 전년 대비 40% 이상 늘었다. 거래액 신장률은 경쟁 플랫폼과 비슷하지만, 영업이익을 5배 가까이 개선했다. 무신사에 이어 두 번째로 흑자 구조가 정착됐다. 이런 성과에 주목한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의 자회사 IMM크레딧솔루션(IMM CS)는 최근 W컨셉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W컨셉의 기업가치가 지난해 신세계의 인수가 대비 2배 높은 5000억원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신세계는 W컨셉을 '자생력 있는 플랫폼'으로 변화시켰다. 투자 여력도 확보했다. 게다가 신세계는 이미 충분한 오프라인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비용 부담 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W컨셉이 매장을 열어 온 백화점은 중·장년층 고객 비율도 높은 채널이다. 젊은 소비자 위주라는 패션플랫폼의 약점까지 보완할 수 있다. W컨셉에게 오프라인 매장의 기대 효율이 타 플랫폼에 비해 높다는 이야기다. W컨셉이 빠르게 오프라인 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던 이유다.

W컨셉 매장, '신세계 유니버스'의 시작일 뿐

신세계에게도 W컨셉 오프라인 매장은 효율적이다. '디지털 피보팅'에 필요한 노하우를 강화할 수 있어서다. 디지털 피보팅은 온라인몰 등 디지털 인프라를 오프라인 사업에 활용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신세계는 지난해 연이어 이커머스 플랫폼을 인수합병(M&A)하며 디지털 피보팅에 필요한 인프라를 갖췄다. 정용진 부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모든 콘텐츠와 자산을 연결한 '신세계 유니버스'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히기도 했다.

관련 전략은 최근 구체화됐다. SSG닷컴은 올해 상반기 유료 멤버십 도입을 예고했다. 이 멤버십 회원은 일정 회비를 내면 일반회원 대비 적립금·쿠폰·이벤트를 더 제공받게 된다. 쿠팡의 '와우 멤버십'과 유사한 방식이다. SSG닷컴은 먼저 이 멤버십 서비스를 지마켓글로벌의 '스마일클럽' 등 계열사 멤버십과 연계할 계획이다. 백화점·마트·편의점 등 오프라인 채널 역시 연내 통합 멤버십에 연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멤버십은 대표적 고객 록인 수단이다. 고정비용을 내는 소비자는 플랫폼을 지속 이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멤버십 효과를 더 크게 볼 수 있다. 업계 최다급 온·오프라인 채널을 운영중이어서다. W컨셉 오프라인 매장은 여기에 ‘경험’을 보탤 수 있다. 패션 시장은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얻게 될 데이터의 질도 높다. 이는 자연스럽게 서비스 고도화에 활용할 수 있다. 이것이 W컨셉 매장에 담긴 신세계의 '노림수'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온·오프라인 통합에 경쟁자 대비 확실히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업을 제대로 해 본 적은 없다. 아직까지 통합 시너지를 벤치마킹해볼 만한 사례도 많지 않다"며 "W컨셉 오프라인 매장은 분야가 패션으로 한정돼 있어 단기간에 실험해 볼 수 있고, 패션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는 만큼 데이터도 더 얻을 수 있다. 이는 신세계의 장기 통합 전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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