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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오다]'새 출발' 나선 여행·면세업계

  • 2022.05.06(금) 06:55

해외여행 수요 늘고 외국인 면세점 방문도
외국인 유입 전 실질적 매출 회복은 '글쎄'
제도·인프라 2년새 붕괴…'빠른 복구' 절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여행·면세업계가 서서히 활기를 되찾고 있다.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시장이 부활 신호를 보이고 있어서다. 첫 타깃은 내국인 여행객이다. 해외여행을 가려는 소비자를 겨냥한 마케팅 경쟁이 활발하다. 홈쇼핑업계는 해외여행 상품 판매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면세점에는 2년 만에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왔다.

과제는 아직 많이 남았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많은 중소 여행사가 무너졌다. 면세점 시장에서는 사실상 대기업만 살아남았다. 컨벤션센터 등 오랫 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인프라 복구도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 여행객의 입국은 아직 요원하다. 본격적 시장 회복에 대비한 '사전 준비'가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올 여름, 해외여행 꼭 간다"

여행업계의 엔데믹 대목이 시작됐다. 인터파크투어에 따르면 지난 3월 21일부터 4월 17일 기간 동안 해외 항공권 예약 건수가 직전 동기간 대비 133% 늘었다. 대양주가 193%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동남아·유럽·미주 등 대부분 관광지 여행 수요도 2배 이상 늘어났다. 홈쇼핑에서도 각종 국내·외 여행 상품의 인기가 높았다. 이에 하나투어·노랑풍선 등 주요 여행사도 신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에는 최근 2년만의 외국인 단체관광객이 돌아왔다. /사진=신세계면세점

여행이 재개되자 면세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가장 중요한 고객인 외국인 관광객 입국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해외입국자 격리가 해제된 지난달 1일~13일 입국한 외국인은 12만6763명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48.8% 늘어났다. 지난달 15일에는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태국인 단체 관광객이 방문하기도 했다. 2년 만의 첫 외국인 단체 방문이다.

면세산업 정상화 움직임도 시작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오는 하반기 면세구역 입찰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대상 구역은 제1여객터미널 4개, 제2여객터미널 3개 등 총 7개다. 이 구역들은 코로나19 이후 세 차례 입찰 불발을 겪은 바 있다. 면세업계는 해외여행 재개에 대비해 입찰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 면세점을 낙찰받으면 최소 5년의 사업 기간이 보장되는 만큼, 시장 회복 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행·면세업계, 무엇이 변했나

코로나19 이전 국내 주요 여행사 대부분은 단체관광객 등 패키지 영업에 집중해 왔다. 면세점은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 등 구매량이 많은 일부 고객이 핵심이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힌 후 더욱 큰 타격을 입었던 이유다. 때문에 여행·면세업계는 고객과의 직접 접점을 넓히는 데 집중해 왔다. 디지털 전환을 통한 '플랫폼화' 작업이 대표적 사례다.

노랑풍선은 지난해 자체 OTA플랫폼을 내놨다. /사진=비즈니스워치

실제로 하나투어·노랑풍선 등 주요 여행사는 지난해 잇달아 자체 플랫폼을 선보였다. 소규모 개인여행자 대상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다. 면세점도 마찬가지였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온라인 플랫폼을 체험형으로 리뉴얼했다. 신세계면세점은 그립·틱톡·쇼피 등 글로벌 플랫폼에서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했다. 신라면세점은 중국 하이요우면세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해외 시장을 넗히기도 했다.

'구체적 행동'은 최근 들어 나타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달부터 해외여행객 대상 라이브 커머스를 시작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자사앱으로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끌어들이고 편성을 확대했다. 주요 여행사는 다양한 플랫폼에서 상품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관광 등이 재개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소규모 고객 중심으로 인지도를 높이며 본격적 회복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씨앗' 심었지만…'토양' 다시 가꿔야

다만 여행·면세업계의 '빠른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더 많다. 여행·면세업계는 타 업계 대비 코로나19의 피해가 더 컸다. 하늘길이 막히면 시장 자체가 사라지는 구조여서다. 실제로 코로나19 시기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여행사가 연쇄도산을 겪었다. 버텨온 업체들도 시장 회복 이후 마케팅에 나설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 면세점도 SM면세점 등 중견급 면세점들이 사업을 접으며 대기업의 독무대가 됐다. 컨벤션 시설 등 관광 인프라도 붕괴된 상태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이런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 입국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특히 시장 최대 고객인 중국은 최근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봉쇄를 반복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은 국내 여행·면세산업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제도적 제한도 여전하다. 출국 시 PCR 검사 비용이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에 달한다. 면세업계의 '숙원'인 면세한도 폐지는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시장 회복에 발맞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산업은 비용 절감 등으로 코로나19 기간을 버틸 수 있었지만 여행·면세산업은 사실상 붕괴된 상태다. 시장이 회복된다 하더라도 업체가 없으면 산업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한 번에 시장을 키워볼 수 있는 요소는 정부에게 규제받고 있는 경우도 많고, 코로나19 피해 지원은 이제야 시작 단계다. 내년 이후에야 제대로 된 회복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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