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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비율 논란' 동원, 결국 물러섰다

  • 2022.05.20(금) 07:00

소액주주 등 거센 비판에 '백기'
관건이던 '합병비율' 재산정 결정
논란 딛고 합병 성공할 수 있을까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동원그룹이 '합병비율' 논란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소액주주 등 세간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면서다. 앞서 동원그룹은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동원산업의 합병을 추진해왔다.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목적이었다. 문제는 양사 간 합병비율이었다. 오너 일가에 유리하게 산정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동원그룹은 끝내 합병비율 재산정으로 백기를 들었다.

'기준시가' 대신 '자산가치'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었다. 합병비율 재산정을 위한 자리였다. 이들은 합병비율을 기존 1 대 3.8385530에서 1 대 2.7023475로 변경하기로 했다. 합병으로 사라지는 동원엔터프라이즈 1주당, 동원산업 2.7주를 가져가는 식이다. 특히 양사는 동원산업의 합병가액을 기존 '기준시가'가 아닌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정하기로 합의했다.

동원산업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셌기 때문이다. 이들은 동원산업의 합병가액을 '기준시가'로 정하면 가치가 낮게 평가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상장사인 동원산업은 부동산과 여러 자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이를 두고 오너 일가의 자산가치를 키우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동원산업과 반대로 오너 일가의 지분이 대부분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가치가 높아져서다.

실제로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오너 지분율은 99.56%에 달한다. 김남정 부회장이 68.27%, 김재철 회장이 24.5% 등 오너 일가가 소유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이를 두고 향후 양사 합병 추진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세간의 싸늘한 시선에 동원그룹은 결국 백기를 든 모양새다. 동원그룹은 소액주주들의 주주 가치 제고와 회사의 신뢰 회복을 위해 합병비율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경영 효율성을 증대해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적법성을 넘어 적정성까지 고려해 합병 비율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합병' 속도 내는 이유는

동원그룹은 양사 간 합병으로 지배구조 단순화를 구상하고 있다. 앞서 동원그룹은 지난달 양사 간 합병 추진을 위해 '우회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지주사였던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동원산업에 흡수될 예정이다. 앞으로 동원산업이 동원그룹의 사업지주사가 된다. 또 StarKist Co.(스타키스트), 동원로엑스 등 손자회사였던 계열사들은 자회사로 바뀐다.

그동안 동원그룹은 복잡한 지배 구조를 갖고 있었다. 동원그룹은 그동안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동원산업을 비롯해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등 자회사 5개를 지배해왔다. 여기에 중간 지배회사인 동원산업이 스타키스트, 동원로엑스 등 종속회사 21개를 보유하는 구조였다. 이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양사 간 시너지도 동원그룹이 노리는 부분이다.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대규모 현금 창출능력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반면 동원산업은 동원그룹에서도 사업성이 높은 주력 계열사로 평가된다. 동원그룹은 합병법인으로 투자를 일원화해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각 회사별로 분산되어있는 인적 재부 자원들을 통합한다는 구상이다. 

'논란' 딛고 '합병' 성공할까

합병이 성공한다면 본격적인 신사업 확대가 예상된다. 기존 주력 사업이던 원양어업과 수산유통업이 한계를 보이고 있어서다. 어족자원 고갈로 사양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포트폴리오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동안 동원그룹은 식품과 포장재 물류 등 분야로 사업을 확대해 왔다. 최근에는 2차 전지 소재와 연어 양식, AI산업 등 기업 분야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축산업 분야에도 오랜 기간 공을 들여온 분야다. 지난 2015년 축산물 유통업체 '금천'을 동원F&B가 인수했다. 지난해 7월에는 B2C 축산물 가공 전문기업 '세중'을 품었다. 이후 양사를 통합해 동원홈푸드 산하에 축육 부문까지 신설했다. 참치캔 이미지를 벗고 '단백질 기업' 도약을 꿈꾸고 있다.

다만 동원그룹의 양사 합병이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논란의 불씨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합병비율 산정에 스타키스트의 가치를 얼마나 반영할 것인지도 문제다. 소액주주들의 시선도 차갑다. 최근에는 불매운동 조짐까지 일고 있다. 정치권에선 '동원산업 방지법'까지 발의되며 사면초가에 놓인 상황이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스타키스트의 가치인 4919억이 모두 합병 비율에 반영 될 것"이라며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해 나간다는 의도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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