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순위에서 지각변동이 벌어졌다. 2차전지 소재 제조사인 엘앤에프가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제치고 2위 자리에 오른 것이다.
이제 코스닥 상위 10위권내 2차전지 업종의 시총 비중은 절반에 달한다. 증권가에서는 엘앤에프와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장밋빛 실적 전망을 내놓으며 목표가 높이기에 나섰다.
시총 상위 자리를 내준 제약·바이오 업종 중에선 에이치엘비(HLB)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HLB는 리보세라닙의 간암 대상 임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는 소식과 함께 단숨에 시총 4위까지 올라갔다.
셀트리온도 신제품 출시 작업에 속도를 내며 주가 반전을 꾀하고 있는 가운데 떠난 투심이 돌아올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코스닥 탑10 시총 비중 절반이 2차전지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코스닥 시총 상위 1위는 에코프로비엠이다. 에코프로비엠의 시가총액은 10조8821억원으로 집계된다. 그 뒤를 잇는 2등은 엘앤에프가 자리한다. 시총은 9조6686억원을 기록 중이다.
엘앤에프가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제치고 2위에 오른 것은 이달 18일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달 6일 에코프로비엠에 시총 1위 자리를 내준지 한 달 반 만에 순위가 한 단계 더 밀려났다.
연초 12조원 대였던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시가총액은 현재 8조원 대까지 쪼그라들었다. 시총 비중도 2.77%에서 2.24%로 0.53%포인트 줄었다.
'새로운 2인자' 엘앤에프의 상승세가 매섭다. 19일 장중 27만5000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사자'가 주가를 견인했다.
5월들어 외국인은 해당 종목을 1230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규모는 비교적 작지만 기관도 185억원 가량 사들이며 순매수세에 동참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이 국내증시에서 각각 1조3366억원, 1조2176억원씩 팔아치웠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주목할만한 움직임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올해초 공장 화재에 이어 경영진 검찰 수사 악재가 겹치며 20만원대 후반까지 하락했으나, 3월부터 반등하고 있다. 주가는 전고점인 56만6819원에 미치지 못하지만 40만원대 후반까지 회복했다.
현재 코스닥 시총 1~10위중 2차전지 소재 기업은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천보 등 3군데다. 이들 시총의 합계는 23조3883억원이다. 이로써 2차전지 업종이 탑10 종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연초 31%에서 44%로 늘어나며 덩치가 가장 커졌다. 반면, 제약·바이오업종은 기존 36%에서 31%로 줄며 1위 자리를 내줬다.
내일이 더 좋은 2차전지
이들의 강세 원인은 단연 호실적 덕분이다. 이들의 1분기 성적표는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어 어닝서프라이즈를 이끌었다.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1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52% 증가한 6625억원, 영업이익은 130% 뛴 41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분기 기준 최대다. 다만 영업이익률은 6.2%로 0.6%포인트 하락했다.
엘앤에프는 전년동기대비 283% 늘어난 5536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영업익은 530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영업이익률은 9.6%로 사상 최대치다.
원자재 가격 인플레이션 수혜를 본 덕분이다. 양극재 재료인 니켈 등 가격이 치솟자 판가로 이전되며 수익성이 개선된 효과를 냈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업종 전반 반도체 부족으로 전기차 수요가 부진했음에도 에코프로비엠의 니켈·코발트·망간(NCM)과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하이니켈 양극재 수요가 견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엘앤에프는 테슬라향 하이엔드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양극재 판매가 증가하며 분기 최대 매출액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전망도 밝은 편이다. 에코프로비엠은 고객사 수요 증가를 감안해 올해 예상 양극재 출하량을 기존 9만1900톤에서 9만5100톤으로 상향했다. 유안타증권은 에코프로비엠의 예상 매출액을 2분기 1조200억원, 3분기 1조700억원, 4분기 1조2200억원으로 전망했다.
엘앤에프는 이달 말부터 구지 2공장을 조기가동할 계획이다. 캐파(생산능력) 7만톤 가운데 4만톤이 먼저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는 고객사인 테슬라의 중국 상하이 공장 가동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점 역시 호재다.
아울러 고객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의 계약이 12월말 만료됨에 따라 추가적인 계약 체결이 예상되고 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회사의 연간 매출액은 2022년 3조4000억원, 2023년 5조7000억원, 2024년 8조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도 일제히 목표주가 상향에 나섰다. 에코프로비엠의 경우엔 70만원대 목표가가 등장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목표가를 69만원에서 75만원으로 높였다. 유안타증권은 68만원에서 72만원으로 올려잡았다. 이밖에도 신한금융투자(64만원→69만원), DB금융투자(55만원→67만원), SK증권(60만원→67만원), 하이투자증권(45만원→65만원), 교보증권(55만원→63만원) 등 60만원 대를 제시한 곳도 다수다.
엘앤에프도 마찬가지다. 메리츠증권은 기존 38만원에서 43만원으로, DB금융투자는 26만원에서 43만원으로 높여 잡았다. 미래에셋증권은 36만원에서 40만원으로 목표가를 올렸으며 한국투자증권은 22만원에서 38만원으로 대폭 상향조정했다. 교보증권(25만원→37만원), 하나금융투자(31만원→37만원), 신한금융투자(33만원→37만원), KB증권(35만원→37만원), 대신증권(32만원→34만원), 한화투자증권(30만원→33만원) 등 대부분이 목표가를 높였다. 겨울잠 자는 바이오, 반등은 언제
한편,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수혜로 주식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던 바이오 업종은 작년부터 장기 부침에 빠져 있다. 이 와중에 HLB발 호재로 업종 전반에 온기가 확산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HLB의 주가는 지난 13일 25.74% 급등했다. 항암신약 리보세라닙의 진행성 간암 대상 임상 3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는 발표가 투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HLB는 최근 진행성 간암 임상 결과 1차 유효성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 무진행생존기간(PFS)을 모두 충족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총은 연초 3조8000억원 대에서 5조2000억원 대로 1조원 넘게 증가했으며 순위도 8위에서 4위로 껑충 뛰었다. 전체 데이터는 오는 9월 열리는 유럽암학회(ESMO)에서 발표될 예정인 만큼 기대감이 이어질 전망이다.
셀트리온그룹도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통해 반전을 꾀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미국 제넨텍과의 항암제 아바스틴 글로벌 특허 합의를 완료해 바이오시밀러인 'CT-P16' 출시 사전작업을 마쳤다고 밝혔다.
그룹 내에서 각각 해외시장과 국내시장 판매를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의 주가도 들썩이고 있다. 20일 장중 각각 4% 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셀트리온 그룹 경영진은 소액주주 요구를 수용해 주가 반등에 힘쓰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앞서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는 주가가 35만원을 회복할 때까지 최저임금을 받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