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패션업체들이 지난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골프웨어 브랜드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2분기 전망도 밝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고 외부 활동이 재개되면서 패션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의류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골프웨이' 입고 '훨훨'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었던 패션업체들이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주요 패션업체 6곳(휠라홀딩스, 삼성물산 패션부문, LF,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오롱FnC)의 올 1분기 매출은 3조8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2% 성장했다.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 1분기 매출과 비교하면 34%나 뛰었다. 다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분기 매출(3조2291억원) 수준까지는 회복하지 못했다.
휠라홀딩스는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1분기 연결기준 휠라홀딩스 매출은 전년보다 8.6% 증가한 1조736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1688억원으로 전년보다 8% 감소했다. 골프 전문 브랜드 아쿠쉬네트가 실적을 견인했다. 아쿠쉬네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9% 늘어난 7303억원이었다. 아쿠쉬네트는 타이틀리스트, 풋조이, 스카티카메론 등 골프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반면 본업인 휠라부문은 부진했다. 휠라부문 매출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인 3433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462억원으로 전년보다 12% 감소했다. 플렉스(과시소비) 열풍으로 고가 브랜드가 인기를 끌면서 휠라 브랜드의 국내 입지는 좁아지는 추세다. 휠라부문 중 국내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휠라코리아의 1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2.5% 줄어든 1328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256억원으로 전년보다 1.4% 줄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신명품(컨템포러리)와 프리미엄 골프웨어 등 고가 브랜드의 성장에 힘입어 올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놨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 3522억원, 영업이익 33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각각 3%, 55.4% 증가한 수치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골프웨어 브랜드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프리미엄 골프웨어 브랜드 제이린드버그의 1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30.1% 늘었고, 올 3월 론칭한 초고가 골프웨어 브랜드 필립플레인골프의 경우 론칭 첫 달 매출 목표 대비 230%를 달성했다.
코오롱FnC도 왁, 지포어 등 골프웨어 브랜드가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코오롱FnC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보다 32.2% 증가한 2663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600%나 뛰었다.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는 왁의 매출이 전년보다 77% 성장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LF, 한섬 등 패션 대기업들도 견조한 실적을 냈다. 삼성물산 패션의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4740억원으로 전년보다 12.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20억원으로 100% 급증했다. 같은 기간 LF는 매출 4509억원, 영업이익 47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각각 13.2%, 74.3% 뛰었다. 현대백화점그룹 한섬은 1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17.4% 증가한 3915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30.7% 증가한 591억원을 기록했다. 거리두기 해제 영향으로 전반적인 패션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옷값에 '날개' 달릴까
패션업계의 2분기 전망은 밝다. 각종 모임이 늘고 출근이 재개되면서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된다. 팬데믹 이후 억눌렸던 소비가 보복소비로 되살아나며 패션 매출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의류 소매판매액은 13조5230억원으로 전년보다 11% 증가했다. 지난 4월 한 달간 주요 백화점 3사 패션부문 매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다만 패션업체들은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원자재 가격 폭등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24일 뉴욕 국제선물거래소(ICE)의 7월 만기 면화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142.75센트였다. 1년 전인 5월 24일(82.12센트)보다 74% 올랐다. 옷은 원면에서 실을 뽑아 만든다. 원면 가격이 오르면서 의류 가격도 오를 것이란 예상이 많다.
실제로 글로벌 브랜드와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를 시작으로 패션업체들은 의류 가격을 속속 올리고 있다. 올 초 글로벌 SPA 브랜드 자라(ZARA)는 일부 의류 가격을 약 10% 인상했다. 나이키 역시 운동화 '에어 포스1'의 국제 가격을 지난해 90달러에서 올해 100달러로 올렸다. 일본 SPA 브랜드 유니클로(UNIQLO)도 최근 가격 인상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국내 업체들도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했다. 무신사는 자체 브랜드(PB) 무탠다드의 블레이저와 치노팬츠 등의 가격을 일괄 인상했다. BYC와 LF, 코오롱FnC 등도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업계에선 아직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한 업체들이 올 가을·겨울(F/W) 제품 가격을 대폭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가파르게 오른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이 올 하반기 출시 제품에 본격 반영된다는 얘기다.
패션업체들은 온라인 전환을 통해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 의존도가 높았던 패션 대기업들이 자사몰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한섬의 '더한섬닷컴'과 'H패션몰',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에스아이빌리지',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올 SSF샵 등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유통 수수료 등 판관비를 줄이고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박현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봉쇄 장기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이 하반기와 내년 소비 전망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며 "팬데믹 이후 장기화되는 공급망 위기 상황 속에서 수출 기업은 수입선 다변화, 재고 비축 등의 노력을 통해 공급망 회복 탄력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