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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와 '지그재그'의 차이, 무엇이 갈랐나

  • 2022.07.26(화) 06:30

신진 브랜드·디자이너 육성…지원 활발
패션 플랫폼 성패 가를 '핵심 요소' 부상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무신사 등 패션 플랫폼이 국내 중소 패션 브랜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패션 플랫폼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패션 플랫폼에게 신진 디자이너와 신생 브랜드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어서다. 이들은 패션 플랫폼이 타 플랫폼과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요소다. 업계에선 전체 패션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패션 플랫폼이 신진 브랜드와 디자이너와의 상생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패션 플랫폼의 '착한' 변신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최근 셀러 창업 지원 프로그램 '에이블리 파트너스'를 강화하고, 신규 셀러 육성 프로젝트 '뉴셀러'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에이블리 파트너스는 에이블리가 사입, 배송, 고객 서비스, 마케팅의 전 과정을 대행해주는 '풀필먼트 솔루션'이다. 셀러는 판매자 전용 홈페이지에 상품 사진만 찍어 올리면 된다. 뉴셀러는 에이블리 파트너스의 일환이다. 창업 시작 단계부터 밀착 지원을 제공한다. 초기 자본과 운영 경험이 없더라도 누구든 플랫폼에 입점해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또 회사는 입점 브랜드의 성공적 안착을 지원하는 '에이블리 브랜드 웰컴 패키지'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입점부터 매출 스케일업 과정까지 단계별로 컨설팅을 제공한다. 신진 브랜드가 부담 없이 공평한 노출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브랜드 전용 기획전, 단독 팝업 및 배너 광고 등 1억원 규모의 프로모션도 무료로 지원한다.

무신사가 최근 오픈한 패션 특화 공유 오피스 '무신사 스튜디오' 성수점. /사진=무신사

무신사는 올해 들어 패션 특화 공유 오피스 '무신사 스튜디오' 두 곳을 잇따라 열었다. 무신사 스튜디오는 영세 패션 업체나 1인 패션 크리에이터 등 패션 산업 종사자를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각종 촬영 스튜디오, 제작실, 창고 등의 사무 서비스를 포함해 택배 발송비, 패션 업계 컨설팅, 비즈니스 교육 등을 지원한다. 지역 기반의 패션 디자이너나 패션 원단 업체 등과 네트워크 기회를 만드는 데도 도움을 준다.

지난 6월엔 서울산업진흥원(SBA)과 중소 뷰티 브랜드 발굴 및 지원을 위한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무신사와 서울산업진흥원이 힘을 합쳐 서울 소재의 중소 뷰티 브랜드 100여 개를 선정하고 브랜딩 및 마케팅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선정된 브랜드는 무신사 스토어에 입점하고 기획전에도 참여할 수 있다. 브랜드 홍보를 위한 콘텐츠 제작과 광고 노출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도 지원한다.

W컨셉은 하이서울쇼룸과 함께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지원에 나섰다. 하이서울쇼룸은 서울시가 신진 디자이너 및 패션소기업의 성장을 돕고 국내외 판로를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한 플랫폼이다. W컨셉은 자체 콘텐츠 기획력을 바탕으로 하이서울쇼룸과 협업, 패션 화보 콘텐츠를 공개하고 기획전을 준비하는 등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디자이너가 살아야 플랫폼도 산다

패션 플랫폼과 신진 디자이너는 '공생관계'다. 무신사를 필두로 한 패션 플랫폼은 국내 신진 디자이너와 중소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화점을 중심으로 성장한 기존 국내 패션 산업 구조에선 신진 디자이너나 중소 브랜드가 유통 채널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마케팅과 유통 채널을 뚫는 데 대규모 자본이나 전문 네트워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패션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이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덕분에 한국 패션 산업이 한층 성숙해졌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패션 플랫폼에도 신진 디자이너나 중소 브랜드는 중요하다. 패션 플랫폼의 차별점은 다른 플랫폼에서 찾기 힘든 상품을 소비자에게 제안하는 '상품 기획력'이다. 신진 디자이너나 중소 브랜드는 패션 플랫폼에 '차별화'라는 특별함을 부여한다.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가 패션 플랫폼의 성장을 견인하기도 한다. W컨셉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입점 브랜드에서 나온 매출이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했다. 나아가 차별화된 제품을 통해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록인' 효과도 노릴 수 있다.

패션 플랫폼 업계에선 신진 디자이너 발굴·지원을 통한 차별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패션 플랫폼 경쟁이 심화하면서 플랫폼 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에이블리와 지그재그(카카오스타일)는 지난해 각각 695억원, 38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무신사와 W컨셉은 지난해 각각 542억원, 3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브랜드의 수익성을 가른 건 입점 브랜드다. 동대문 의류 상권에 기반한 에이블리나 지그재그의 경우 뚜렷한 차별화 요소가 없다. 다만 당일 배송이나 대규모 프로모션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출혈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나 자체 브랜드를 중심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는 무신사와 W컨셉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결국 신진 디자이너나 신생 브랜드를 확보해 경쟁력을 갖춘 패션 플랫폼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패션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패션 플랫폼 업계에서 디자이너 브랜드는 판매 단가가 높은 데다 취향이 확보한 MZ세대 소비자를 록인할 수 있는 효과도 뛰어나다"면서 "우수한 디자이너와 브랜드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 패션 플랫폼의 성장과도 연결돼 있고, 지원 프로그램을 보고 입점을 선택하는 브랜드가 늘고 있는 만큼 패션 플랫폼의 지원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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