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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육 아닌 대안육"…신세계푸드, '캔햄' 내놓은 속내

  • 2022.07.28(목) 17:23

세계 최초 실온 보관 '식물성 캔햄' 출시
대안육 시장 선점…"B2C·글로벌 시장 조준"
지속·확장성은 숙제…인내·기술력이 '관건'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신세계푸드가 '대안육(代案肉)' 시장을 겨냥해 '식물성 캔햄'을 들고 나왔다. 흔히 알고 있는 '스팸'이다. 지금까지 대안육은 슬라이스 햄, 떡갈비, 스테이크 등 제품군이 한정적이었다. 전 세계에서 실온 보관이 가능한 식물성 캔햄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캔햄은 가공육의 상징과도 같다. 신세계푸드는 식물성 캔햄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대중성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이다. 

신세계푸드는 이번 식물성 캔햄 출시를 계기로 B2C(일반 소비자 대상) 사업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그동안 신세계푸드는 스타벅스 등 '호레카'(호텔·레스토랑·카페)를 대상으로 대안육 B2B 사업을 진행해 왔다. 신세계푸드는 그동안 쌓인 데이터와 피드백을 토대로 사업 성공을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앞으로 '대안유(乳)' 등 음료 개발도 예고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신세계푸드의 반성…'대안육' 선언

"지금 대형마트에 가보면 신세계푸드가 만든 가공육 제품들이 꽤 있습니다. 건강하지 않게 자란 고기에 아질산나트륨 등 화학조미료까지 들어가 있습니다. 이런 제품을 만들어온 것에 대해 반성합니다. 지금부터는 훨씬 더 좋은 가공식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이사는 28일 '베러미트 신제품 론칭 및 비전 설명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신세계푸드의 대체육 브랜드인 '베러미트'는 '런천 캔햄'을 출시했다.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런천 캔햄은 대두단백과 식이섬유 등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든 제품이다. 그는 "기존 캔햄 제품은 아질산나트륨이라는 보존료를 넣는다. 런천 캔햄에는 보존료가 없다"며 "1920년 미국 호멜사는 동물성 캔햄을 만들었다. 100년 후 신세계푸드는 이를 식물성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이날 간담회에서 송 대표는 신세계푸드를 '테슬라'에 비유했다. 테슬라의 전기 자동차는 기존 내연 자동차 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신세계푸드도 대안육으로 기존 육식 시장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포부다. 물론 식물성 고기가 육식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새로운 카테고리 창출은 가능하다. 대안육이 육식과 공존하면서 기존 육식의 문제점이었던 환경파괴 등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송 대표는 자신들의 제품을 '대체육'이 아닌 '대안육'으로 불러달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alternative(대안)와 substitution(대체)는 서로 다른 개념이다. 베러미트의 제품들을 대체육이 아닌 대안육으로 불러주시길 바란다"면서 "대안육이라는 단어에는 기존의 축산 가공의 나쁜 영향인 집단 사육과 도축, 환경오염 등을 바꿔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밝혔다. 

'2% 아쉬운' 캔햄…그래도 "맛있다"

이날 송 대표는 런천 캔햄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기존의 캔햄의 식감과 맛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제품을 시식해 봤다. 런천 캔햄을 활용한 구이와 수프, 멘보샤, 부대찌개 등 메뉴가 제공됐다. 식사가 끝나기까지 1시간 이상이 걸렸다. 식물성 런천이 다양한 요리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노력이 묻어났다. 실제로 런천 캔햄은 요리 활용도 면에서 일반 캔햄 제품과 차이가 없었다. 

신세계푸드가 제공한 런천 캔햄, 콩고기 특유의 퍽퍽함을 빼면 기존 캔햄의 풍미가 느껴졌다.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런천 캔햄의 맛은 과연 어떨까. 실제 캔햄의 맛이 '100'이라면 런천 갠햄의 맛은 '70'에 가까운 맛이다. 살짝 밋밋하지만 실제 캔햄의 풍미가 있다. 특히 멘보샤 등 튀김·구이 요리와 궁합이 좋았다. 짭잘하고 고소한 맛이 더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햄 맛이 절대적인 부대찌개의 맛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찌개에 들어간 식물성 다짐육은 일반 육류와 흡사했다. 다만 런천 캔햄은 콩고기 특유의 퍽퍽한 맛이 있다. 기름진 기존 캔햄과 조금 다르다. 이 때문에 쉽게 물린다는 느낌이었다. 

전반적으로 캔햄의 맛을 그대로 구현하려는 노력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가끔씩 캔햄이 먹고 싶지만 다이어트나 운동으로 먹지 못할 때 런천 캔햄을 구입하면 어떨까 싶었다. 가격대도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베러미트 런천 200g 제품은 4000원대, 340g은 7000원대 형성돼있다. 편의점가 기준 CJ제일제당의 ‘스팸’ 200g, 340g 제품이 각각 6200원, 8200원인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에 속한다. 

"B2C·글로벌 사업 확대"

이날 송 대표는 베러미트의 향후 사업 계획과 미래 비전도 제시했다. 베러미트의 사업 영역을 B2C 사업으로 확장한다. 미국 등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낸다. 대안육을 활용해 기존 B2C사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현재 운영 중인 급식과 외식 등 각 사업 영역에 베러미트 제품 활용을 확대한다. 간편식 브랜드 ‘올반’이 대표적이다. 올반에 들어가는 햄과 베이컨을 베러미트 제품으로 바꾼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신세계푸드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베러미트'와 결합해 나갈 예정“이라며 "유명 셰프들과 협업해 샌드위치와 샐러드 등 신메뉴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만들어진 메뉴는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서울시 등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안육 급식 캠페인인 '베러데이'와 '노브랜드 버거' 등 외식 브랜드에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도 정조준한다. 신세계푸드는 앞서 미국에 대체육 전문 자회사 '베러푸즈(Better Foods Inc.)'를 세웠다. 신세계푸드는 내년 초까지 약 110억원을 베러푸즈에 투자할 계획이다. 송 대표는 성공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는 "해외 사업의 비중이 앞으로 국내 사업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존의 K-푸드가 한국의 음식을 그대로 외국에 소개하는 전략이었다면 베러미트는 캔햄 등 전세계인에 이미 익숙한 형태로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헀다.

왜 '캔햄' 이었나

신세계푸드의 계획이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식물성 육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경쟁사의 진입도 늘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CJ제일제당도 식물성 식품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현대그린푸드와 아워홈, 농심도 식물성 식품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경쟁자는 더 많다. 이미 '비욘드미트'와 '임파서플푸드'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확실한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면 초기 시장 안착이 힘들 수 있다. 

신세계푸드가 캔햄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도 이 때문이다. 캔햄은 가공육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이를 식물성 원료로 만들어 시장에 내놓게 되면 큰 주목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식물성 육류 시장은 아직 대중에게 인기가 없는 시장이다. 시선을 끌 강력한 한방이 필요하다. 신세계푸드는 세계 최초로 실온 보관이 가능한 식물성 캔햄을 만든 회사가 됐다. 스팸의 원조인 미국 호멜사도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글로벌 시장이 신세계푸드의 대안육에 관심을 갖기 충분한 이유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다만 기존 캔햄 제품과 경쟁 선상에 놓인 것은 큰 부담이다. 맛과 가격에 대한 경쟁력이 기존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식물성 육류는 아직 규모의 경제가 부족하다. 게다가 캔햄의 주요 소비층은 애초부터 건강 등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이들이 대다수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식물성 런천이 이들의 마음을 얼마나 돌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건강·신념 등 '이유'가 있는 사람들만 먹는 상품이 되어선 성공을 기대하기 힘들다. 인식을 바꾸기 위한 마케팅 등 노력도 이어져야 한다. 

'런천 캔햄'이 빛을 보기 위해서는 인내와 투자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식물성 식품 시장은 건강과 신념 등 소비 트렌드에 민감한 시장이다. 아직 사업성이 드러나지 않은 것에 비해 경쟁자가 많은 분야"라며 "신세계푸드가 글로벌 대안육 시장의 주류로 떠오르려면 지속성과 확장성, 차별성을 보여야 한다. 제품에 대한 연구 개발과 생산 역량을 확충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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