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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 돈값 못하는 '미국 교두보 M&A'

  • 2023.03.04(토) 10:05

[주간유통]1450억에 인수한 '에이본' 완전자본잠식
LG H&H USA 등 작년 손상차손으로 2438억 날려
"M&A 재정비에 시간 필요…새 출발 위해 준비"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해 추진한 인수합병(M&A)이 '돈값'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입장벽이 높은 북미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인수한 현지 화장품 회사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죠. 

LG생활건강의 미국 종속기업인 '더 에이본 컴퍼니(The Avon Company)'의 2022년 총포괄손실은 71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적자전환했습니다. 이 기간 캐나다 법인(The Avon Company Canada)의 총포괄손실도 100억원으로 적자가 이어졌죠. 

에이본의 미국과 캐나다 법인의 작년 매출은 총 4639억원으로 일 년 전과 비교하면 3.4% 늘었습니다. 하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죠. 2019년 인수 당시 LG생활건강은 보도자료를 통해 "2018년 매출은 약 7000억원 수준"이라고 밝힌 것과 비교하면, 33% 가량 감소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재무 건전성은 상황이 더 좋지 못합니다. 작년 말 '더 에이본 컴퍼니'의 자본은 마이너스(-) 1152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습니다.

에이본은 2019년 LG생활건강이 아시아를 넘어 북미 시장으로 확장하겠다며 인수한 130년 전통의 미국 화장품 브랜드입니다. 당시 LG생활건강은 에이본의 지분 100%를 1억2500만달러(1450억원)에 인수했죠. 하지만 M&A 효과는 3년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고 있는 셈입니다.

LG생활건강은 에이본을 시작으로 북미 시장을 겨냥한 M&A를 계속 추진했습니다. △2020년 1912억원에 인수한 피지오겔 아시아·북미 사업권 △2021년 1164억원에 인수한 헤어케어 브랜드(알틱 폭스)를 보유한 보인카(Boinca) 지분 56% △2022년 1525억원에 인수한 미국 MZ세대 화장품 브랜드 더크렘샵(The Creme Shop) 지분 65% 등이죠. 북미 지역을 겨냥한 4건의 M&A에 총 6051억원을 투자한 것입니다.

LG생활건강의 북미 매출은 △2018년 870억원 △2019년 2765억원 △2020년 5277억원 △2021년 5163억원 △2022년 5775억원 등으로 증가추세입니다. M&A가 시작된 2019년을 기점으로 매출이 확 늘어난 것이죠. 하지만 2019년 이후 피지오겔 사업권·보인카·더크렘샵 등을 인수하고도 매출이 3년째 5000억원에 정체됐다고도 볼 수 있죠.

반면 LG생활건강의 핵심 해외 지역인 중국의 작년 매출은 9073억원으로 2021년보다 31.8% 감소했습니다. 작년 한 해에만 중국에서 매출 4224억원이 감소한 상황에서, 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공략하고 있는 북미 지역에서도 극적인 매출 성장세는 일어나지 않고 있는 셈입니다. 

성과를 내고 있는 M&A도 있습니다. 더크렘샵의 작년 6월부터 반년간의 매출과 총포괄이익은 각각 474억원, 9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보인카의 작년 매출은 275억원으로 일년전보다 136% 증가했지만 이 기간 총포괄이익은 28억원으로 41% 감소했습니다. LG생활건강의 '2022년 4분기·연간 실적' 자료를 보면 피지오겔의 작년 매출은 일년전보다 17%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M&A에 6000억원이 넘게 투입된 점을 감안하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닐 것입니다. M&A가 돈값을 못하는 것은 회계 장부에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LG생활건강은 보인카 주식에 대해 174억원의 손상차손(손실)을 반영했습니다. 더 에이본 컴퍼니 지분 100%를 보유한 미국 법인 'LG H&H USA'에 대해선 2264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도 처지는 비슷합니다.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북미 시장 확대를 위해 1681억원에 인수한 미국 화장품 회사가 인수 첫해부터 적자를 냈습니다. '타타스 내추럴 알케미'(Tata's NATURAL ALCHEMY)는 작년 11~12월 1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고 이 기간 매출도 89억원에 머물렀습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M&A 초기 실적을 논하기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며 "인수한 회사를 재정비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최근 스타벅스와 아마존 출신의 문혜영 부사장을 미주사업총괄로 영입해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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