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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건 이정애, '여성' 아닌 'CEO'로 주목받는 이유

  • 2022.12.08(목) 13:43

[CEO워치]LG 첫 여성 CEO로 주목받지만
코카콜라음료 대표로 경영능력 이미 검증
화장품·생활용품·음료 두루 거친 공채 첫 CEO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은 그룹 계열사 내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라는 점에서 조명받고 있다. 75년간 견고했던 LG그룹의 유리천장을 깬 상징성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그간 쌓은 경영성과를 보면 성별에 큰 의미를 둘 필요 없는 CEO다.

이 사장의 첫 경영능력 시험대는 코카콜라음료다. 그는 2018년 LG생활건강의 3대 사업부 중 하나인 리프레시먼트(음료) 사업부를 맡으면서 그 이듬해 코카콜라음료 대표이사에 올랐다. 코카콜라음료는 LG생활건강이 지분 90%를 보유한 자회사로, 그에게 독립법인을 이끌 첫 임무가 주어진 것이다. 

성과는 인상적이었다. 코카콜라음료 매출은 2019년 1조2669억원, 2020년 1조3387억원, 2021년 1조4229억원 등으로 매년 5~6%대로 성장했다. 그가 취임하기전 2018년과 비교하면 3년 만에 매출이 18% 늘었다.

내실은 더 좋았다. 코카콜라음료 영입이익은 2019년 1412억원, 2020년 1844억원, 2021년  2008억원 등으로 성장했다. 영업이익률은 2018년 10.7%에서 2021년 14.1%로 껑충 뛰었다.

국내 음료 시장 트렌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한 결과였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탄산음료를 줄이던 소비자들이 제로 슈거 탄산음료 시장이 커지면서 다시 돌아왔다. 코로나19로 배달음식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음식과 함께 제공되는 탄산음료 시장도 커졌다. 젊은 세대를 중심 성장한 에너지음료 시장도 한몫했다.

이 시장이 LG생활건강에서 쌓은 이력을 보더라도 굳이 여성 CEO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는 없다. 1986년 LG생활건강에 입사한 이후 △2011년 생활용품 사업부장 △2015년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 △2018년 리프레시먼트 사업부장 등 3대 사업부를 두루 경험했다. 

그의 취임사를 보면 MZ세대를 기점으로 바뀌고 있는 조직문화에 대한 이해력도 높다. 이 사장은 "회사를 위한다는 생각을 경계하고 나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일했으면 좋겠다"며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회사나 타인을 위해서 일한다는 생각은 의욕을 잃게 하고 보람과 만족감을 느끼기 어렵게 한다"고 전했다. 조직이 아닌 개인을 위해 일하라는 신선한 메시지다.

여성이라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CEO에 오른 그의 어깨는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차석용 매직'이라 불리며 18년간 LG생활건강의 전성기를 이끈 전직 CEO의 후임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사업적으로는 중국 봉쇄에 직격탄을 맞은 화장품의 실적 개선이 숙제다. 특히 이 사장이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을 맡으면서 매출 2조원(2018년) 브랜드로 키운 '후'는 최근 후진하고 있다. 올 1~3분기 '후'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41% 급감했다. 이 여파로 뷰티(화장품) 사업부의 올 1~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66.6% 급락했다.

숫자가 보여주듯 '국내 최장수' CEO인 차석용 부회장의 퇴임과 함께 LG생활건강의 '축제'는 끝나는 분위기다. 축제가 끝나면 현실이 시작된다. 이정애 사장 앞에 놓인 냉혹한 현실을 생각한다면 'LG그룹내 첫 여성 CEO'라는 점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위기에서 회사를 건져낼 'LG생활건강 첫 공채출신 CEO'가 출발선에 섰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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