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도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의 출혈 경쟁은 이어졌습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당장 손실이 나더라도 외형부터 키우는 전략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작년부터 쿠팡이 분기 흑자를 내면서 분위기는 바뀌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적자를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조바심이 나기 시작한 것이죠.
최근 컬리는 작년 연결 기준 매출이 2조372억원으로 2021년보다 30.5% 늘었습니다. 작년 한 해 신규 고객이 200만명 늘었고, 고객 한명이 한번에 구입하는 단가는 6만원이 넘어선 덕분이죠. 덩치는 커졌지만 내실은 좋지 못했습니다. 작년 영업손실은 2335억원으로 2021년(2177억원)보다 소폭 늘었죠. 수년간 적자가 쌓이면서 작년 말 결손금은 2조원이 넘었습니다.
결손금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2021년 전환주, 상환전환우선주가 보통주로 바뀌는 과정에서 결손금으로 반영이 된 것"이라며 "실제 손실이 아닌 회계상 착시로, 작년엔 자본잉여금에도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11번가도 처지는 비슷합니다. 최근 공시된 11번가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작년 매출은 7890억원으로 2021년보다 40.5% 증가했습니다. 작년 영업손실은 1515억원으로 2021(694억원)보다 손실폭이 확대됐습니다. 매출과 손실 규모가 나란히 늘어난 것은 작년부터 직매입 비중을 늘렸기 때문입니다. 직매입이 늘면서 11번가 영업비용에 포함되는 '상품 및 기타구입비용'은 2021년 176억원에서 2022년 2890억원으로 확 늘었죠.
유통 맏형도 이커머스 시장에선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계열인 SSG닷컴의 작년 매출은 1조7447억원으로 16.8% 늘었습니다. 반면 영업손실은 1228억원으로 2021년(824억원)보다 손실 규모가 커졌습니다. 2021년 이마트가 인수한 G마켓은 작년 매출 1조3185억원, 영업손실 65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부문 매출은 1131억원으로 일년전보다 4.5% 느는 데 그쳤고, 작년 영업손실은 1559억원으로 예년 수준을 유지했죠.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매출은 거래액이 아닌 오픈마켓의 수수료 개념입니다. 이 탓에 경쟁사보다 매출이 상대적으로 작게 보이고 있죠.
쿠팡도 지난해 적자를 냈지만 분위기는 다릅니다. 작년 3분기부터 분기 흑자가 이어지고 있어서죠. 작년 쿠팡 매출은 205억8261만달러(26조5917억원)로 2021년보다 26% 늘었고, 영업손실은 1억1201만달러(1447억원)로 적자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작년 3~4분기 연속 분기당 1000억원대 흑자를 내면서 올해 연간 흑자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죠.
쿠팡이 흑자전환에 성공하자 업계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쿠팡이 2014년 로켓배송을 도입한 이후 매출이 무섭게 성장했지만 그만큼 손실도 불어나자 경쟁사들은 내실 없는 성장에 일종의 '안도감'을 느꼈죠. 하지만 쿠팡이 지난해 분기기준 흑자전환에 성공하자 '안도감'은 '조바심'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입니다.
올해 이커머스 실적은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쿠팡이 연간 기준 흑자를 내느냐에 따라 경쟁사의 대응방식이 달라질 수 있어서죠. 외형을 키우는 출혈경쟁을 계속 이어갈지, 내실부터 챙기는 생존전략으로 바꿀지 기로에 서게 됩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존 유통업체가 운영하는 이커머스는 2025년에야 분기 흑자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물류 인프라 투자와 물류비용 자체가 많이 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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