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핫플 그 자체
2023년 12월 현재, 서울에서 가장 '핫'한 장소를 하나만 꼽으라면 어디일까요. 온갖 기업들의 팝업스토어가 즐비한 성수동이나 내로라하는 맛집들이 즐비한 연남동을 꼽는 분들도 있겠지만 아마 많은 분들이 여의도를, 그 중에도 '더현대서울'을 지목할 겁니다.
지난 2021년 오픈 후 2030의 사랑을 받으며 유통업계 트렌드의 최전선에 서 있던 더현대서울은 올해도 그 기세가 꺾이지 않았습니다. 지난달부터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백화점 5층 사운즈 포레스트에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와 유럽의 공방 거리를 구현한 'H빌리지'를 오픈했는데요. 사실상 올해 백화점업계의 크리스마스 트리 경쟁을 종결시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간 백화점업계의 크리스마스 트리 경쟁이 '얼마나 크고 화려한' 트리를 설치하느냐에 집중돼 있었다면, 더현대서울은 아예 한 층의 절반을 크리스마스 마을로 꾸미는 도전에 나섰습니다. 현대백화점의 16개 점포를 상징하는 16개의 상점과 시장, 6000여 개의 조명을 투입한 결과입니다. 스케일의 차원이 다릅니다.
매출도 놓치지 않아
사실 더현대서울은 오픈 당시 우려의 시선이 많았습니다.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빼곡히 매장을 채우고, 여유 공간마다 매대를 설치하던 기존 백화점과 달리 전체 면적의 49%를 매출과 관계 없는 조경·휴식공간으로 채우는 시도 때문이었습니다.
더현대서울이 오픈했던 2021년 2월, 이 곳을 방문했던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예뻐서 좋긴 한데, 돈을 벌 수 있을까'라는 게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었습니다. 실제로 오픈 초기 많은 방문객에 비해 매출이 적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죠. 더현대서울이 메인 타깃으로 삼은 2030의 구매력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도 고민거리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첫해 67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예열을 끝낸 더현대서울은 지난해에 9500억원으로 '1조원 점포' 등극을 눈 앞에 뒀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말 연중 최대 대목인 12월을 남겨두고 연매출 1조원을 달성했습니다. 3년차 점포가 매출 1조원을 달성한 건 국내 백화점 역사상 처음있는 일입니다.
백화점업의 미래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더현대서울은 상업공간 면적이 전체 면적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고매출을 견인하는 하이엔드·명품 브랜드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매출을 키우기엔 불리한 조건이지만 이런 점들이 더현대서울을 '다르게' 만들었습니다.
2030이 선호하는 'MZ픽 브랜드'를 잇따라 입점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더현대서울은 서울에서 가장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가 됐습니다. 마뗑킴과 시에, 쿠어, 디스이즈네버댓 등 온라인 기반 브랜드들의 백화점 1호 매장이 바로 더현대서울에 있습니다.
힙한 브랜드를 모아 놓으니 외국인 관광객들도 제발로 더현대서울을 찾았습니다. 올해 더현대서울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891.7% 급증했습니다. 올 하반기 더현대서울 매출의 12%가 외국인에서 나왔습니다. 이 중 2030 비중이 72.8%에 달합니다.
업계에서는 더현대서울이 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 고전하는 백화점의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말합니다. 가격 경쟁력이나 접근성에서 이커머스를 당해낼 수 없는 백화점이 가야 할 길은 결국 '공간'의 활용입니다.
실제 동탄 롯데백화점, 의왕 타임빌라스 등 최근 오픈하는 백화점, 아울렛 중 상당수가 더현대서울처럼 넓은 휴식·조경공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흔히 미래형 백화점이라 하면 VR이나 AR을 접목한, 신기술이 가득한 공간을 떠올리지만, 어쩌면 이게 바로 진짜 '미래의 백화점'의 모습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