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업계 최초 1억뷰 돌파, 골드버튼 획득 등으로 이슈몰이를 하며 기업 유튜브 채널의 모범 사례로 꼽혔던 편의점 유튜브 채널의 성장이 멈췄다. 유튜브 채널의 가장 중요한 지표인 구독자 수는 정체하거나 감소했다. 콘텐츠 업로드 수도 주 1회 안팎에 그쳤다.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초라한 골드버튼
편의점 업계 1위 경쟁을 하고 있는 GS25와 CU는 유튜브 시장에서도 경쟁자다. 지난 2020년에는 CU가 업계 최초로 구독자 10만명을 달성, 실버 버튼을 받았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GS25가 황급히 "우리가 최초"라고 주장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2022년 8월에는 GS25가 구독자 100만명을 돌파하며 업계 유일의 골드버튼을 따냈다. CU도 밀리지 않았다. 구독자 수를 단숨에 80만명까지 끌어올렸고 CU를 배경으로 한 콘텐츠 '편의점 고인물'을 제작해 단독 영상 조회수 1000만을 달성하기도 했다. 양 사는 기업 유튜브 운영의 모범 사례로 꼽혔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 이후의 성과는 초라하다. CU의 'CU튜브'는 구독자 수가 2년 전의 82만명에서 82만9000명으로 거의 동일했다. 올 초 대규모 구독 행사 덕분에 84만명을 달성했지만 행사가 끝나자마자 구독자 수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2020년 10만명 돌파 이후 2년 만에 70만명 넘게 늘린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완전히 멈췄다. 업계 유일의 골드버튼 유튜브인 GS25의 '이리오너라' 역시 같은 기간 구독자 수가 104만명에서 102만명으로 뒷걸음질쳤다.
두 회사의 유튜브 계정이 최근 한 달간 올린 영상은 각각 4개다. 1주일에 1개 꼴로 올라온 셈이다. GS25의 경우 최근 한 달동안 올라온 콘텐츠가 모두 '연애임파서블' 영상이었다. 기간을 최근 3개월로 늘려봐도 CU의 씨유튜브는 12개, GS25의 이리오너라는 9개에 불과했다. 그나마 최근 들어 유튜브의 트렌드가 숏츠로 넘어오고 있는 점을 반영해 숏츠 콘텐츠를 늘리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최근 한 달간 이리오너라 채널은 18개, 씨유튜브는 10개의 숏츠를 제작했다.
업계 3, 4위 브랜드인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유튜브 관리에서도 나란히 3, 4위였다. 지난 2022년 '복세편세'라는 채널을 운영했던 세븐일레븐은 채널명을 '세븐일레븐 7-Eleven Korea'로 바꿨다. 최근 한 달간 업로드한 영상은 숏츠 5개 뿐이었다.
이마트24의 유튜브 채널 '이마트24시간이모자라'는 구독자가 10만명에서 12만명으로 소폭 늘었다. 구독자 수는 4사 중 가장 적었지만 누적 조회수는 3492만으로 구독자가 40만명 가까이 많은 세븐일레븐과 거의 비슷했다. 한동안 유행했던 '웹예능'류의 콘텐츠보다는 오히려 신제품과 행사 상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것에 주력한 것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구독자만 많네
업계에서는 화제를 불러일으키던 편의점 유튜브가 정체하고 있는 현상을 두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장기 플랜 없이 일회성 이슈에 집중한 마케팅이 호기심에 구독 버튼을 눌렀던 시청자들을 빠르게 떠나가게 했다는 설명이다. 당시 유행했던 예능형 콘텐츠나 웹드라마는 한 시리즈를 다 합해도 20~30분 분량의 숏 폼 콘텐츠다. 유입된 시청자들은 지속적으로 소비할 콘텐츠가 올라오지 않으니 '구독 취소'를 누르게 된다.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 무리한 구독 마케팅을 펼친 것도 걸림돌이 됐다. 실제로 유튜브 통계 제공 웹사이트인 소셜 블레이드에 따르면 CU튜브의 구독자 수는 2021년 가을과 2022년 여름을 제외하면 큰 폭의 증가가 없었다. GS25의 이리오너라 역시 같은 기간에 구독자가 급증했고 이후로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일시적인 구독 마케팅으로 구독자 숫자를 늘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를 애청자로 전환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다.
다만 실제 시청자 수가 일반 유튜브 채널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는 기업 채널의 특성을 고려하면 편의점 유튜브 채널들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CU는 유튜브가 주관하고 칸타가 주최하는 유튜브 웍스 어워즈에서 최고 작품상인 그랑프리를 포함해 3관왕을 차지했다. 이는 CU의 유튜브 캠페인이 효과적이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운영하는 채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성과가 손에 꼽힌다고 볼 수 있지만 이슈가 됐던 2022년의 조회수나 구독자 수를 고려하면 최근 들어 힘이 빠진 건 맞는 것 같다"며 "평가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평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