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 자사제품(PB·직매입상품)의 노출 방식을 두고 맞붙었습니다. 공정위는 쿠팡에 유통업계 사상 최대인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요. 쿠팡은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양쪽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의 PB상품 진열, PB상품 판매 위축 우려 등 주요 사안에 대한 서로의 판단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쿠팡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하는 Q&A까지 내놨고요. 쿠팡도 바로 '공정위 Q&A에 대한 재반박'을 내놨습니다. 주장과 반박, 재반박이 이어지며 '진실게임'에 나서는 형국인데요. 주요 사안에 대한 양 쪽의 주장과 반박을 정리해 봤습니다.
대형마트는 왜?
앞서 쿠팡은 뉴스룸을 통해 공정위의 'PB 우대' 지적에 대해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 역시 PB상품을 핵심 매대에서 판매하고 있다고 반박한 바 있습니다. 대형마트 인기 PB상품 10개 중 9개가 매출이 최대 4배 상승하는 '골든존'을 장악하고 있음에도, 공정위는 쿠팡 PB만 문제 삼고 있다는 거였죠.
대형마트는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쿠팡과 공정위의 싸움에 끼어든 꼴이 됐는데요. 공정위는 "대형마트와 쿠팡은 다르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공정위는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은 통상적으로 자기가 매입한 상품만을 판매하기 때문에 오픈마켓과 직매입이 섞인 쿠팡과 다르다고 봤습니다. 제품을 어디에 두든 어차피 대형마트가 매입한 상품이라는 거죠.
진열대와 검색 순위의 차이점도 지적했습니다. 이커머스의 검색 순위는 곧 판매량·우수성과 직결되는 반면 오프라인 진열대는 매출 순위 등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설명입니다. 소비자들이 전체 매장과 상품을 둘러볼 수 있는 대형마트와 검색된 상품만을 주로 보는 이커머스의 차이도 지적했습니다. 공정위는 "향후 오프라인 매장의 상품 진열이 제한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기도 했습니다.
쿠팡 역시 즉각 재반박에 나섰습니다. 이커머스의 검색은 단순히 매출 순위나 인기 순위를 나열하는 게 아닌, 고객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 주는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판매 방식은 쟁점이 아니고 소비자가 검색 결과를 오인했느냐, 아니냐만 따져야 한다는 겁니다.
골든존에 대한 입장 차이도 여전합니다. 쿠팡은 골든존의 매출이 높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합니다. 통상 40~300%까지 매출이 더 나오는 골든존에 PB상품을 집중 배치하는데 매출과 관계가 없다고 말할 수 있냐는 거죠.
다른 플랫폼은?
공정위가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쿠팡을 '타깃'으로 잡고 공격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PB상품을 상단에 노출하거나 임직원들이 자사 제품을 구매해 후기를 작성하는 것이 쿠팡에서만 벌어지고 있냐는 지적입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다소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습니다. 주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중 쿠팡처럼 임직원에게 자기 상품에만 구매 후기를 작성하도록 한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고, 쿠팡같은 사례가 나온다면 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쿠팡은 애초에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았지 않느냐며 공정위의 주장에 반박했습니다. 향후 모니터링하겠다는 말을 할 게 아니라 쿠팡의 위법행위 여부를 판단할 때 다른 이커머스를 조사했어야 한다는 거죠.
컬리와 배달의민족, SSG닷컴, 롯데온 등 자체 제작·판매 혹은 계열사의 PB상품을 판매하는 수많은 이커머스에서도 물티슈·만두·생수·계란 등 일반적인 키워드를 넣으면 모두 PB상품이 상단 노출되는데 쿠팡과 차이가 있냐는 겁니다. 형평성에도 어긋나고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반박입니다.
PB 사라지냐구요?
공정위의 규제로 시장에서 저렴한 PB상품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죠. PB상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에도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SNS에 "시대착오적"이라며 "물가 억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직구나 PB를 건드리는 것을 보면 정말 정책의 방향성을 누가 설정하는지 궁금해지는 지점"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쿠팡은 PB상품에 임직원 리뷰를 금지하면 PB상품 운용이 어렵기 때문에, 공정위의 행위는 사실상 PB상품 규제나 다름없다는 입장입니다. PB상품이 가성비 높은 상품인 건 확실하지만 출시 초에는 검색 노출 등의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임직원 체험단으로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PB상품에 대한 일반적인 규제가 아니다"라고 못박았습니다. 이번 사건은 쿠팡의 검색순위 알고리즘 조작과 임직원을 이용한 후기 작성이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재에 나선 것이란 설명입니다. 쿠팡의 주장처럼 PB상품 제조나 판매를 막은 게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이번 제재가 소비자들에겐 저렴하고 품질이 우수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계기가, 중소 제조업체에겐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양 측의 주장이 이렇게 엇갈리는 건 이번 쿠팡과 공정위의 충돌이 명확한 법 위반으로 인한 제재가 아니라 '판단'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행위를 두고 "소비자가 피해를 봤다"는 공정위와 "소비자가 이익을 얻었다"는 쿠팡의 주장이 맞부딪힌 거죠.
양 쪽의 이야기를 다 들어보시니 어떤가요. 공정위의 입장에 더 마음이 가시나요, 쿠팡의 해명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진짜 소비자의 입장이 궁금해지는 건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