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이삭 줍기
'상대의 위기는 곧 나에겐 기회'라고 하죠. 지금 이커머스 시장의 형국이 딱 그렇습니다. 쿠팡이 갑작스레 유료 멤버십의 가격 인상을 선언하자 소비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유료 멤버십 이용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죠. 쿠팡 역시 어느 정도의 이탈은 감수할 생각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이 그동안 쿠팡에 밀렸던 다른 이커머스들에게는 절호의 기회로 보인 듯합니다. 잇따라 자신들의 유료 멤버십 가입비를 대폭 할인하는 등 쿠팡에서 이탈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에 혈안이 돼있습니다.
우선 네이버는 이달 말까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입자에게 3개월간 이용료를 면제해 주기로 했습니다. 월 이용료가 4900원이니, 총 1만4700원의 혜택을 받는 셈입니다. 컬리도 이달 17일까지 3개월 무료 혜택을 내놨습니다. 오는 7월부터는 새로운 혜택을 담은 새 멤버십 제도를 내놓을 계획입니다.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운영하는 신세계그룹의 SSG닷컴과 G마켓도 유료 가입자 몰이에 나섰습니다. G마켓은 이달 말까지 기존 3만원이던 연회비를 4900원으로 내리고 1년 연장 혜택까지 얹었습니다. SSG닷컴은 3개월 무료 혜택을 내걸었습니다.
이밖에도 연 3만원의 유료 멤버십 '엘클럽'을 운영하는 롯데홈쇼핑은 연회비를 9900원으로 내렸습니다. 11번가는 가입 첫 달 요금을 9900원에서 1000원으로 깎아주기로 했습니다. 쿠팡 대신 다른 이커머스를 사용하겠다고 마음먹은 소비자라면 솔깃할 만한 내용입니다.
어딘가 아쉽다
그런데 이 '무료' 혹은 '특가' 멤버십들의 혜택을 유심히 살펴보면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네이버플러스의 경우 과거 한 번도 가입하지 않은 소비자나 최근 6개월간 가입하지 않은 이용자를 대상으로 무료 혜택이 들어갑니다.
업계에선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입자 수를 쿠팡(1400만명)에 이은 2위로 봅니다. 약 1000만명이 가입했다는 계산입니다. 멤버십 서비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가입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 혜택의 핵심 서비스 중 하나인 '도착보장' 무료 배송이 수도권에서만 제공된다는 점도 아쉽네요.
SSG닷컴도 첫 가입자에게만 3개월 무료 혜택을 준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그런데 기준이 유료 멤버십이 아닌 SSG닷컴 첫 가입자입니다. SSG닷컴 회원 등록을 이미 한 소비자라면 유료 멤버십을 가입한 적이 없어도 1개월 혜택만 받을 수 있습니다.
G마켓을 볼까요. 3만원이던 연회비를 4900원으로 내렸는데요. 원래 G마켓은 연회비를 내면 3만원을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스마일캐시로 돌려줬죠. 가입비가 원래 0원이었던 셈입니다. 연회비를 4900원으로 내린 지금은 최대 1만4900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 중 4900원은 G마켓의 PLCC카드인 스마일카드로 연회비를 결제해야만 주는 혜택입니다. 결국 실제로 받을 수 있는 캐시는 1만원. 가입비 4900원을 제외하면 5100원의 혜택인 셈이죠.
롯데홈쇼핑의 '엘클럽'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 3만원이던 가입비를 9900원으로 낮춘 건 좋은데, 역시 3만원이던 캐시 혜택도 1만원으로 줄었습니다. 사실상 소비자가 가입을 통해 받는 이득은 100원 늘어난 겁니다.
킬러 콘텐츠
물론 이들이 제공하는 혜택이 단순히 캐시백만 있는 건 아니죠. 롯데홈쇼핑의 경우 12% 할인쿠폰 3매를 제공하던 것을 15% 쿠폰 10매로 늘리고 멤버십 등급 허들도 낮춰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른 곳들도 쿠폰 수를 늘리는 등 혜택을 강화했죠.
하지만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 '다른 곳에 없는 이곳만의' 서비스입니다. 독점적인, 차별화된 서비스가 있으면 소비자들은 가격이나 규모에 크게 얽매이지 않습니다. 방영 기간 티빙 신규가입자의 23%를 끌어들인 '술꾼도시여자들', 웨이브의 반등을 불러온 '더 커뮤니티'와 '연애남매' 등 킬러 콘텐츠를 앞세워 신규 가입자를 끌어낸 OTT들이 좋은 예입니다. 알리와 테무의 급성장에도 '비현실적인 가격'이라는 킬러 콘텐츠가 있었죠.
구독경제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쿠폰 1~2개를 더 받기 위해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지는 않을 겁니다. 신규 가입으로 초기에 제공되는 혜택만 이용한 뒤 더이상 방문하지 않는 유령 가입자도 많습니다. 이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는 쿠폰 세례보다 킬러 콘텐츠의 발굴이 중요합니다.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겁니다. 쿠팡이 지금의 '로켓배송'을 구축하는 데 들인 돈은 6조원이 넘습니다. 신선한 회를 당일배송해주는 차별화 서비스를 내세웠던 '오늘회'는 부채 관리에 실패하며 문을 닫았습니다. 배달대행 플랫폼을 구축한 '부릉'은 재정난 끝에 hy에 인수됐죠.
이에 대한 고민은 결국 플랫폼들의 몫입니다. 저렴한 서비스로 사람들을 끌어모아 규모의 경제를 이룰지, 과감한 투자로 킬러 콘텐츠를 개발해 깐깐한 소비자들을 '락인(lock in)'할 지 선택해야 합니다. 이 혼란한 유료 멤버십 전쟁에서 살아남을 자는 누구일까요. 한 번 지켜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