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숙명의 라이벌
참으로 바람 잘 날 없는 식품유통업계입니다. 정부발 직구 규제 이슈가 한바탕 몰아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졌죠. BBQ는 이달 들어서만 가격 인상 날짜를 세 번이나 고쳐 냈습니다. 국민 정서와 지갑 사정을 고려했다는 대답이지만 납득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가장 큰 사건은 쿠팡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유통업계의 '통곡의 벽'으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와 부딪쳤기 때문입니다. 이번엔 쿠팡의 자체 브랜드 제품(PB)이 문제가 됐습니다. 쿠팡이 상품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해 PB제품을 쿠팡 랭킹 상단에 노출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쿠팡에서 생활용품을 구매하다 보면 쿠팡 PB상품을 자주 만나게 되죠.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많은데 품질도 나쁘지 않습니다. 판매량도 많고, 리뷰도 많습니다. 쿠팡의 주 이용 고객들의 최대 니즈가 '가성비'라는 걸 고려하면 PB 제품으로 손이 갈 수밖에 없죠.
그런데 공정위가 왜 PB를 지목해 문제가 있다고 한 걸까요. 우선 공정위는 쿠팡의 랭킹 산정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쿠팡은 랭킹이 판매 실적과 고객 선호도, 상품 경쟁력, 검색 정확도 등에 따라 매겨진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이런 기준과 상관없이 PB를 상단에 노출해 고객들이 구매하도록 유도한다는 겁니다.
공정위는 이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한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공지 기준과 다른 알고리즘으로 자사 PB에 우대를 해줬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또 공정위는 쿠팡이 임직원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리뷰를 달도록 해 검색 순위를 올렸다는 의혹도 내놨습니다.
물론 쿠팡 측은 알고리즘을 조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공개한 랭킹 산정 방식을 그대로 적용했는데 PB상품이 인기가 있어 상위에 노출됐다는 거죠. 리뷰 역시 임직원들이 실제로 제품을 구매한 뒤 스스로 리뷰를 올린 것인 만큼 조직적으로 PB상품을 상위에 노출하기 위해 움직인 게 아니라는 해명입니다.
내 새끼 챙기면 안 되나요?
공정위의 주장과 쿠팡의 해명 중 어느 쪽이 맞는지 지금 논의하는 건 불필요할 겁니다. 쿠팡의 해명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방법도 없고 공정위의 지적이 정확한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이에 대한 사실관계는 현재 진행 중인 공정위의 최종 결론이 나와봐야 알 수 있겠죠.
그럼에도 업계가 이 사안에 관심을 모으고 있는 건 유통업체가 PB상품의 판매 증대를 위해 노출 빈도를 높이는 게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공정위가 쿠팡의 PB 상단 노출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다른 유통기업들의 PB 판매 역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쿠팡 역시 이 부분을 지적합니다. 쿠팡 측은 "공정위는 이 사건에서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상품을 우선 보여주는 것을 알고리즘 조작이라고 문제삼고 있다"며 "유통업체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은 유통업의 본질이며 모든 유통업체가 동일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죠.
공정위가 아이폰을 검색하면 최신형 제품을 먼저 보여주고, 화장품을 검색하면 시즌에 맞춘 제품과 정품을 먼저 보여주는 게 알고리즘 조작이라고 주장한다는 겁니다.
PB상품 비중이 쿠팡보다 높은 대형마트도 거론합니다. 대형마트는 PB상품을 핵심 매대에 진열하고 판매하는데요. 공정위의 기준이라면 이 역시 심각한 문제가 된다는 지적입니다. 오프라인 유통업과 이커머스를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쿠팡의 PB상품 비중은 5%인 반면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는 15~20%에 달합니다.
PB 없어지면 어쩌나
소비자들은 이번 이슈로 PB상품을 판매하는 쿠팡과 여타 유통업체들이 PB 판매에 소극적으로 나올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사실 PB는 팔아서 수익을 내는 상품이라기보다는 높은 가성비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유인 상품에 가깝습니다. 유인 효과보다 규제에 따른 불이익이 더 크다면 운영 방식을 제고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쿠팡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절, KF 마스크 가격이 폭등할 때도 PB 마스크 가격을 올리지 않아 500억원의 손실을 입기도 했습니다. 또 생수업계 최저가 수준인 쿠팡의 PB제품 '탐사수'는 연 6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나고 있는 적자 상품입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이번 이슈가 불거지자 페이스북에 "물가 인상으로 많은 국민들이 고통받는 상황에 물가 억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직구나 PB를 건드리는 것을 보면 정말 정책의 방향성을 누가 설정하는지 궁금해지는 지점"이라며 공정위를 비판하기도 했죠.
아무튼 다가올 공정위의 결론에 관심을 가질 기업이 많습니다. 쿠팡은 물론 대형마트를 비롯해 PB상품을 만드는 모든 기업들이 공정위 발표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을 겁니다. 평소엔 쿠팡과 물고 뜯는 사이지만, 이번만큼은 쿠팡과 한마음 한 뜻입니다.
총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