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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의 화장품 사랑…'어뮤즈' 품고 해외 정조준

  • 2024.08.05(월) 16:28

신세계인터, 2012년부터 화장품 사업 도전
비디비치·OEM 고전…수입으로 노선 변경
성장성 검증된 브랜드로 포트폴리오 확장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장원영 틴트'로 유명한 메이크업 브랜드 '어뮤즈'를 인수했다. 그간 럭셔리 화장품에 머물러 있던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해외의 Z세대에게 인지도가 높은 어뮤즈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고공성장 어뮤즈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오는 10월 31일 어뮤즈의 지분 100%(37만3737주)를 총 713억원에 취득키로 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럭셔리·프리미엄 위주였던 화장품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 하기 위한 전략으로 어뮤즈 인수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어뮤즈는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2018년 론칭한 화장품 브랜드다. 젊은 고객층을 타깃으로 한 '영 뷰티 비건 브랜드'를 표방한다. 인기 K팝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을 모델로 내세워 국내외에서 인지도를 크게 끌어올렸다. '장원영 틴트'로 불리는 글로시 타입 립 제품인 '젤핏 틴트'가 대표 제품이다.

어뮤즈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어뮤즈의 매출액은 2019년 27억원에서 2020년 100억원, 2022년 233억원, 지난해 368억원으로 성장했다. 올 상반기에도 254억원의 매출을 내면서 올해 연간 최대 매출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성장 가능성을 인정 받은 어뮤즈는 2022년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이 투자에는 올리브영, 미래에셋캐피탈,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모기업 DH(딜리버리히어로)가 만든 벤처캐피탈 DX벤처스가 참여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번에 어뮤즈의 최대주주 스노우와 투자자 올리브영, 미래에셋캐피탈, DX벤처스의 지분을 모두 인수한다.

자체 화장품 쓴맛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어뮤즈를 품으면서 올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연간 화장품 매출액은 4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전체 매출액 중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30%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한때 적자만 쌓이면서 '아픈 손가락' 취급을 받았던 화장품 사업이 이제는 주력 사업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하면서 화장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화장품 사업은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사장이 애착을 갖고 추진해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화장품 사업 초기에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야심차게 인수한 비디비치의 경우 계속 매출이 줄기만 했다. 비디비치의 매출액은 2013년 132억원에서 2014년 105억원, 2015년 64억원으로 감소했고, 2013~2015년 누적 영업손실은 129억원에 달했다. 결국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6년 자회사였던 비디비치를 흡수합병 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뒤이어 진출한 화장품 제조업에서도 쓴맛을 봤다. 2015년 말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업체 인터코스와 함께 설립한 합작사 신세계인터코스가 2019년까지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20년 신세계인터코스의 보유 지분 전체(50%)를 인터코스에 넘기고 화장품 제조업에서 철수했다.

이에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자체 화장품 브랜드 육성보다는 해외 브랜드의 수입을 늘리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다. 현재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스웨덴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 이탈리아 스킨케어 브랜드 '산타 마리아 노벨라', 프랑스 최고급 향수 브랜드 '딥디크', 비건 지향 코스메틱 브랜드 '아워글래스' 등의 수입 화장품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 브랜드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화장품 매출도 큰폭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 부문 매출은 3797억원, 영업이익은 152억원을 기록했다.

장원영 틴트 품고 해외로

수입 화장품이 성장하면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다시 자체 화장품 브랜드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2018년에는 첫 자체 브랜드 '연작'을 선보였다. 2021년에는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유럽의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스위스퍼펙션'을 인수했고, 2015년 상표권을 획득한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뽀아레'의 화장품 사업도 시작했다.

다만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체 화장품 포트폴리오가 고가의 럭셔리·프리미엄 브랜드로만 이뤄져있다는 점은 한계다. 최근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K뷰티 브랜드는 대부분 중저가의 색조 브랜드지만,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보유한 브랜드는 고가의 스킨케어 비중이 크다.

게다가 스위스퍼펙션, 비디비치를 내세운 해외 사업 역시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 사업부문의 지난해 해외 매출액은 128억원으로 전년보다 6.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99.4% 감소한 2900만원에 그쳤다.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어뮤즈 인수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어뮤즈는 1020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브랜드다. 어뮤즈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 수는 약 32만명, 틱톡 계정 팔로워 수는 약 10만명에 달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동남아, 미국 등에서도 인기다. 특히 일본에서는 어뮤즈의 틴트와 쿠션 제품이 Z세대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어뮤즈의 독립 경영체제를 유지해 브랜드의 특성과 장점을 계속 가져가기로 했다. 또 유통채널 다각화와 현지 맞춤 제품 개발 및 마케팅에 투자도 단행할 예정이다. 향후 동남아시아, 중동, 유럽 등으로도 사업을 확장해 2028년까지 매출 2000억원 규모로 키운다는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백화점을 베이스로 한 기업이다보니 그간 럭셔리 화장품 사업에만 집중해왔다"며 "화장품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외 매출 확대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경쟁력이 입증된 중저가 메이크업 브랜드를 인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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