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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소생]올해 최고의 비빔면은?…비빔면 '티어 리스트'

  • 2025.04.03(목) 13:40

비빔면 신제품 3종 리뷰
주요 비빔면 10개 티어

그래픽=비즈워치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 [편집자]

*본 리뷰는 기자가 제품을 직접 구매해 시식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비슷하지만 또 다른

비빔면 시장은 재미있으면서도 재미없는 시장이다. 식품업계의 봄·여름 시즌을 알리는 제품이고 매년 라면 제조사들이 신제품을 내놓는 재미있는 시장이지만, 결국 시즌이 끝나고 나면 결과는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재미없는 시장이다. 이 때문에 비빔면 시장은 유독 한 해만 팔리고 단종되는 '하루살이 제품'이 많았다. 비빔면이 맛에 변화를 주기 쉽지 않은 카테고리이기 때문이다. 

국물 라면은 얼큰한 국물, 담백한 국물 등의 단계가 있고 국물의 농도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 국물 자체도 소고기 베이스, 닭고기 베이스, 채소 베이스, 버섯 베이스 등 다양하다. 하지만 비빔면은 기본적으로 고추장을 베이스로 한 소스에 차갑게 식힌 면을 비벼 먹는 요리로 정의된다. 모든 비빔면 신제품은 결국 '팔도비빔면'과 얼마나 비슷한가, 혹은 얼마나 다른가로 평가가 결정났다.

그래도 최근 몇 년간은 농심의 배홍동과 오뚜기 진비빔면이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가며 시장에 균열을 냈다. 팔도비빔면의 아성을 위협하진 못했지만 팔도비빔면 말고도 먹을 만한 비빔면이 있다는 인식은 심어줄 수 있었다. 매년 여름 시즌이면 타성에 젖어 신제품을 내놓던 제조사들도 '해볼 만 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 전반적인 비빔면의 퀄리티가 높아졌다.

비빔면 3대장./그래픽=비즈워치

그래서일까. 올해 신제품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품고 있다. 차별화 포인트가 확실하다. 이는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다. 나만의 특징을 알릴 수는 있지만 그 개성이 지나칠 경우 '비빔면'을 먹고 싶었던 소비자들의 반발을 불러온다. 대중적 선호도와 개성 사이의 줄타기가 중요한 이유다. 

기존 제품을 단종시키고 완전히 새 제품을 내놓은 곳도 있고 기존 제품의 틀을 유지하되 다른 개성을 심은 '스핀오프'격 제품을 내놓은 곳도 있다. 신제품 비빔면 중 기존 팔도비빔면-배홍동의 2강 구도를 깰 제품이 나올까. 아니면 역시 '아는 맛이 최고'일까. 이번 [슬소생]에서는 국내 주요 비빔면 신제품들을 맛보고 기존 제품과 비교해 '티어 리스트'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튀어야 산다

비빔면 신제품 3종./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비빔면 시장의 절대 강자 팔도가 선보인 신제품 '팔도비빔면 제로 슈거'는 비빔장 소스를 '제로슈거'로 만든 제품이다. 설탕 대신 폴리글리시톨, 알룰로스, 수크랄로스로 단 맛을 냈다. 당류는 12g에서 0g이 됐지만 당알콜은 11.3g으로 제법 많다. 중요한 건 맛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대체당 특유의 시원하지만 뒤끝이 남는 단맛이 전체를 지배한다. 맛의 호불호를 떠나 "이건 내 팔도비빔면이 아냐"라고 말할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애초에 67g의 탄수화물이 들어 있는 비빔면에 10g 안팎의 당을 제거하는 게 마케팅적 요소 외에 큰 의미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기존 팔도비빔면의 뚝뚝 끊어지는 면 탄력을 개선한 면발은 좋았다. 이 면발에 기존 팔도비빔면 소스를 비벼 먹으면 '완벽'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비빔면 라인을 모조리 단종시켰던 삼양식품은 올해 신제품을 들고 나왔다. 삼양식품의 글로벌 라면 브랜드를 활용한 '맵탱 쿨스파이시 비빔면 김치맛'이다. 라면업계는 다른 식품업계보다 유독 더 네이밍이 중요한 곳으로 꼽힌다. 과자나 간편식류보다 '튀는' 이름이 많다. 그럼에도 이런 이름이 철지난 유머로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맛은 어떨까. 이름처럼 '쿨'한 맛을 내기 위해 '큐베브 후추'를 넣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막상 패키지에선 그 어디에서도 '큐베브'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전성분 표기에 적힌 '향료'가 큐베브 후추로 추정되지만 함량은 미미하다. 먹을 때 화한 맛이 느껴진다는 이야기와 달리 다 먹은 후 뒷맛에서 화한 맛이 올라와 한 발 늦었다는 느낌. 7% 넘게 들어 있는 김치의 맛이 더 강하다. 이름이 '맵탱 김치 비빔면 쿨한 맛'이었다면 어땠을까. 

농심은 지난 2021년 신제품 비빔면 칼빔면을 내놨다가 1년 만에 단종시키고 지금의 배홍동을 만들어냈다. 결과적으로는 성공적인 결단이었지만 아무래도 칼빔면이 아쉬웠던 모양이다. 배홍동의 이름을 달고 칼빔면을 다시 불러냈다. 유탕면이었던 면을 건면으로 바꾸고 김치 튀김 볼을 넣어 기존 칼빔면에 변주를 줬다.

사실 2021년 나왔던 칼빔면도 훌륭했다. 굵은 면이 맵고 신 비빔장과 잘 어울렸다. 건면으로 바꾼 '배홍동 칼빔면'도 마찬가지다. 건면으로 바꾸면서 '비빔칼국수'의 느낌이 더 강해졌다. 김치튀김볼도 의외의 '킥'이 됐다. 배홍동과 배홍동 쫄쫄면, 배홍동 칼빔면까지 세 제품 모두가 각기 다른 개성으로 매력을 어필한다. 농심이 각을 잡고 비빔면을 만들면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준다. 

내 최애 비빔면은 몇 티어?

[슬소생]은 '추천'부터 '비추'까지 5개 티어를 제시한다. 5개사의 총 11개 제품을 평가했다. 별 다섯 개인 추천의 경우 나의 주력 비빔면으로 삼을 만한 제품을, 별 네 개인 '괜찮'의 경우 비빔면 시즌에 시도해 볼 만한 제품을 선정했다. '애매'부터는 취향의 문제다. 앞서 말했듯 비빔면 시장의 상향평준화로 인해 '줘도 안 먹을' 제품일 '비추'에 해당되는 제품은 없다.

슬소생판 비빔면 티어표./그래픽=비즈워치

'추천' 제품은 총 2개다. 우선 신제품인 농심의 배홍동 칼빔면이다. 배홍동의 소스는 처음 출시됐을 때부터 완성돼 있었다. 다만 소스 맛이 기존 비빔면보다 강해진 데 비해 면발은 약하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지난해 '쫄쫄면'으로 이 부분을 개선했는데 올해 칼빔면을 통해 더 만족스러운 식감을 제공한다. 소스의 김치맛도, 바삭하게 씹히면서 김치 풍미를 주는 튀김 볼도 좋다. 칼빔면의 시대는 온다.

나머지 한 제품은 하림산업의 더미식비빔면이다. 2년 전 비빔면 리뷰 때도 더미식비빔면에 최고점을 준 바 있다. 하림산업은 의외로 '면'을 잘 만든다. 육수로 반죽한 면이 소스에 밀리지 않는다. 다른 많은 비빔면들이 진한 소스에 아무 맛도 나지 않는 면을 적당히 비빈 것과는 차별화된다. 소스는 너무 시거나 너무 달게 느껴지는 등 튀는 부분 없이 밸런스가 좋다. 라면 업계의 후발 주자이지만, 비빔면에서만큼은 '정석'이다. 

그래픽=비즈워치

추천 바로 아래의 '괜찮'에는 총 5개 제품을 선정했다. 이 카테고리에는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추천'에 오를 수 있는 제품들이 선정됐다. 개인적인 '불호' 요소로 '한 끗 차'로 별 하나를 뺀 제품들이다.

우선 팔도비빔면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빔면 고트'로 꼽는 팔도비빔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늘 면발이 약하다고 느꼈다. 씹는 맛이 거의 없는 얇은 면이 새콤달콤한 소스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봤다. 혹시라도 팔도가 앞서 설명했듯 제로슈거 제품의 쫄깃한 면으로 바꾼다면 바로 '추천'이다. 

배홍동 출시 전까지 비빔면 2위를 지켰던 오뚜기의 진비빔면은 최근 들어 화제의 중심에서 벗어난 느낌이지만 맛 자체는 나무랄 데가 없다. 특히 타마린드 소스의 독특한 새콤함은 '기대를 배신하지 않으면서도 개성은 있어야 하는' 2인자의 미션을 완벽하게 수행한다. 

오뚜기 진비빔면./사진제공=오뚜기

농심의 배홍동 2종도 '괜찮' 등급을 줄 만하다. 칼빔면이 아니었다면 배홍동 쫄쫄면은 '추천'을 줬을 것 같다. 나머지 한 개의 제품은 하림의 더미식 메밀비빔면이다. 건면의 식감과 메밀 풍미 때문에 기존 더미식비빔면보다 이쪽을 선호하는 소비자도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유탕면의 풍부한 맛이 소스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중간 등급인 '애매'엔 2개 제품을 선정했다. 우선 삼양식품의 신제품 맵탱 쿨스파이시 비빔면 김치맛을 선정했다. 김치 풍미의 비빔면은 새롭진 않지만 나쁜 조합도 아니다. 기왕 '쿨'을 강조한 만큼 조금 더 개성을 살렸다면 마니아층을 확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림산업의 더미식 비빔면 맵싹한 맛을 조리하는 최화정./사진=최화정 유튜브

하림산업의 더미식 비빔면 '맵싹한 맛'은 지난해 한정판으로 선보였다가 좋은 반응을 얻어 올해 다시 한 번 출시됐다. 기존 비빔면과 차원을 달리하는 매운 맛이 인기 유튜버로 떠오른 방송인 최화정의 '픽'을 받았다. 맵부심 있는 사람들에겐 최고의 비빔면일 수 있겠지만 일반인들에겐 도전 자체가 고통일 정도의 맵기다. 앞선 맵탱 쿨스파이시 비빔면 김치맛이 개성이 덜 살아서 '애매'였다면 이 경우엔 개성이 지나쳐서 '애매'다.

별 2개인 '아쉽'엔 오뚜기의 진짜쫄면과 팔도비빔면 제로슈거를 선정했다. 진짜쫄면의 경우 이름과 달리 '진짜 쫄면'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진짜 쫄면이 얼마나 '쫄깃'한지 오뚜기가 잠시 잊은 걸까. 그냥 비빔면이라고 생각하면 특징 없이 무난한 맛이다. 팔도비빔면 제로슈거는 앞서 설명했듯 팔도비빔면과 너무 다른 맛 때문에 이질감이 든다. 제로슈거의 목적도 희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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