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면의 선두 주자 농심이 글로벌 콘텐츠와의 협업을 발판 삼아 미국 시장 반등을 노리고 있다.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 현장에서 포착된 뜻밖의 '신라면 뽀글이 먹방'이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으면서 농심의 북미 시장 공략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게 왜 여기서 나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한국인의 이목을 끄는 장면이 포착됐다.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휩쓸며 2관왕에 오른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크리스 아펠한스 감독이 객석에서 신라면을 먹는 장면이 공개되면서다.
아내 모린 구의 SNS를 통해 공개된 사진 속 감독은 턱시도 차림으로 케데헌 캐릭터가 그려진 신라면 봉지에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소위 '뽀글이'를 즐기고 있었다. 화려한 시상식에서 비친 라면 봉지는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됐다.
농심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글로벌 바이럴'이 터진 셈이다. 농심 관계자는 "해외 유명 인사가 자발적으로 제품을 노출하는 경우는 기업 입장에서 '선물 같은 순간'"이라고 말했다. 자연스러운 제품 노출은 일반 광고를 압도하는 파급력을 갖는다. 실제로 블랙핑크 제니가 미국 토크쇼에서 바나나킥을 '가장 좋아하는 과자'라고 언급한 뒤 제품의 월 수출량이 70% 급증한 바 있다.
이런 화제성은 농심의 발 빠른 마케팅 감각이 거둔 결실이기도 하다. 농심은 지난해 6월 '케데헌'이 넷플릭스에 공개된 후 한 달 만인 7월에 제품 협업을 결정했다. 이어 8월 중하순에는 신라면 등 주요 제품에 '케데헌' 캐릭터를 입혔다. 9월부터는 미국 현지 생산 라인을 가동해 '케데헌 패키지'를 쏟아내는 속도전을 펼쳤다.
신라면은 작품 속 주인공들이 컵라면을 먹는 장면으로 이미 현지 MZ세대의 관심을 이끌어 냈다. 여기에 감독의 실물 '인증샷'까지 더해지며 홍보 효과가 극대화됐다. 특히 골든글로브와 그래미를 거쳐 아카데미까지 석권한 '케데헌'의 흥행 가도에 신라면이 자연스럽게 올라타면서 브랜드 인지도는 빠르게 치솟았다.
'IP 협업'의 힘
이 같은 콘텐츠 협업의 힘은 숫자로도 증명됐다. 농심의 해외법인 매출 중 미국 매출은 약 5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하지만 지난해 성적표는 다소 아쉬웠다. 현지 경쟁 심화로 지난해 미국 매출은 5243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
농심은 이를 '성장 사이클'의 한 구간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당시 수요 급증으로 2022년 미국 제2공장을 가동하며 공급량이 급격히 늘었고 이후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일시적 조정을 거쳤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케데헌' 협업 제품이 본격 공급된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지난해 4분기 미주 매출은 1420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수익성 개선이 극적이다. 4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333억원으로 전년 대비 63.3% 증가했다. 가격 인상 효과에 콘텐츠 협업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이 더해지며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자사몰에서 선보인 '케데헌' 한정판 패키지가 출시 1분 40초 만에 완판되는 등 뜨거웠던 국내 반응이 해외로 고스란히 이어진 결과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실적 반등의 핵심 동력으로 농심의 공격적인 IP 마케팅을 꼽고 있다.
농심은 올해를 미국 시장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마케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케데헌' IP 계약이 종료됐지만 해외에서는 2차 계약을 체결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미국 생산 물량 전량에 '케데헌 패키지'를 적용해 현지 시장을 공략 중이다.
농심은 출시 40주년을 맞은 신라면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기 위해 '보고, 먹고, 즐기는' 세 가지 축의 전략을 전개한다. 우선 '케데헌'과 같은 글로벌 콘텐츠 IP와 협업으로 보는 재미를 더한다. 브랜드에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함이다. 또 페루 마추픽추, 일본, 베트남, 뉴욕 JFK 공항 등 세계 주요 거점에서 신라면 분식 팝업스토어를 운영해 먹는 경험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삿포로 눈축제, 하얼빈 빙설제, 캐나다 퀘벡 윈터카니발 등 세계 3대 겨울 축제에 참여해 신라면 브랜드 접점을 넓혔다. 신라면 글로벌 앰배서더 에스파(aespa)를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즐기는 경험도 제공할 생각이다.
농심 관계자는 "코로나 시기 폭발적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제2공장을 가동한 이후 시장이 안정화 단계를 거쳐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올해 현지 유통망 내 매대 점유율을 확대하고 신라면 40주년 기념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전개해 미주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