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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신? 농심!"…농심 'K매운맛', 일본을 사로잡다

  • 2026.04.19(일) 12:05

신라면, 일본 매운라면 시장 점유율 40% 장악
키친카·팝업·축제까지…체험 마케팅 통했다
세븐일레븐 뚫고 '편의점 빅3' 입성하기도

김대하 농심재팬 법인장이 1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신라면 분식'에서 간담회를 진행 중인 모습//사진=김다이 기자 @neverdie

인스턴트 라면 종주국 일본에서 한국식 매운맛이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쇼유(간장)·미소(된장) 중심이었던 일본 라면시장에 변화를 일으킨 주인공은 농심 '신라면'이다. 1981년 도쿄 사무소 설립 이후 45년간 공들여온 '브랜드 심기'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다. 농심재팬은 지난해 매출 200억엔을 돌파하는 등 거침없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년간 이어진 '매운맛' 뚝심

농심은 지난 15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라면 출시 40주년 성과와 함께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한 글로벌 비전을 발표했다. 

농심의 일본 진출 과정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 온 여정이다. 1980년대 일본은 라면 기술의 선두 주자였다. 당시 일본은 인스턴트 라면의 본고장으로 기술과 설비 모두 갖춘 상황이었다. 농심은 기술과 시장을 배우기 위한 거점으로 일본을 택했다.

농심은 1986년 아시안 게임, 1988년 올림픽을 계기로 일본에 신라면을 수출하면서 본격적으로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어 1997년 일본 최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에 입점하며 유통망을 확보했다. 2002년에는 현지 판매법인 '농심재팬'을 설립해 사업 기반을 구축했다. 

법인 설립 초기 일본 라면시장에는 '매운맛' 카테고리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미소·쇼유·돈코츠 중심의 단맛과 짠맛이 주를 이뤘다. 그럼에도 농심은 신라면을 앞세워 '제대로 된 매운맛'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밀어붙였다. 특히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모두가 현장을 떠날 때 농심 직원들은 야간 버스를 타고 센다이로 구호 물품을 전달하며 현지의 신뢰를 쌓았다.

그래픽=비즈워치

이런 현장 중심 영업과 브랜드 고집은 숫자로 이어졌다. 2021년 매출 100억엔을 돌파한 농심재팬은 연평균 17% 이상의 고성장을 거듭하며 2025년 매출 209억엔(약 1880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농심 일본 법인의 연평균 성장률은 20%를 웃돈다. 

특히 일본 전체 라면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신라면이 이끄는 '매운 라면' 카테고리만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현재 일본 라면시장은 약 7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하지만 수년째 정체 상태다. 반면 매운 라면 시장은 약 6% 수준까지 확대되며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다. 신라면은 이 시장에서 약 40%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김대하 농심재팬 법인장은 "초기 일본에는 매운 라면 시장이 사실상 없었다. 20년 넘게 신라면을 앞세워 사업을 이어오며 일본 매운 라면 시장을 만들어왔다"며 "한류 확산과 함께 매운라면 수요가 늘었고, 현재는 닛신·토요 등 일본 주요 라면 업체들도 관련 제품을 잇따라 출시할 만큼 시장이 커졌다"고 말했다. 입으로 즐기고 눈으로 남긴다

농심의 일본 전략 핵심은 '체험'이다. 단순히 광고보다 직접 먹어보게 하는 방식으로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데 집중했다. 대표 사례는 '신라면 키친카'다. 신라면 키친카는 2013년 시작된 푸드트럭 형태의 시식 마케팅이다. 매년 일본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소비자 접점을 넓혀왔다.

최근에는 일본의 젊은 여성층을 겨냥한 '팝업 마케팅'이 화제다. 지난해 6월 도쿄 하라주쿠에 오픈한 '신라면 분식'은 월평균 1만명 이상의 방문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곳에서는 한국의 '한강 라면'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힙한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으면서 일본 젊은층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농심 신라면 분식 팝업이 진행 중인 도쿄 거리/사진=김다이 기자 @neverdie

또 농심은 세계 3대 축제인 '삿포로 눈축제'에 2년 연속 참가해 수만 명의 관광객에게 뜨거운 신라면을 대접했다. 일본 최대 야키니쿠 체인 '야키니쿠 킹'과도 7년째 협업 메뉴를 선보이는 등 외식업계와의 협업도 확대하고 있다. 이런 활동은 보수적인 5060세대를 넘어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1020세대로 고객층을 확장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농심은 공항 광고, 버스 래핑, 팝업스토어, 놀이공원 협업 등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IMC 마케팅도 병행했다. 최근에는 4월 10일을 '신라면의 날(Hot의 발음과 유사)'로 지정하고 이를 활용한 데이 마케팅까지 더해 브랜드 노출을 확대하고 있다.

정영일 농심재팬 성장전략본부장은 "식품은 결국 맛으로 설득해야 한다"며 "지속적인 시식과 체험 중심 마케팅이 일본 소비자에게 신라면을 생활 속 브랜드로 자리 잡게 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편의점 장악

농심의 일본 시장 확대 전략의 핵심 채널은 단연 '편의점'이다. 일본에서 편의점은 단순한 소매점을 넘어 공과금 수납, 물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인프라'로 기능한다.

특히 매년 1000종에 가까운 신제품이 쏟아지고 단기간 내 성적이 나지 않으면 곧바로 매대에서 사라지는 '냉혹한 시험대'이기도 하다. 이곳에서의 성공은 곧 일본 시장 내 대중적인 브랜드 파워를 입증하는 보증수표와 같다.

농심이 이 까다로운 편의점 채널을 장악하기까지는 치밀한 현지화 전략이 있었다. 1997년 농심은 일본 최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도쿄 지역 250개 점포에 신라면을 처음 납품하며 물꼬를 텄다. 당시 일본 바이어들은 "너무 맵다"며 퇴짜를 놓기 일쑤였다.

정영일 농심재팬 성장전략본부장/사진=김다이 기자 @neverdie

그러나 농심은 맛을 타협하는 대신 건더기 양을 늘리는 등 일본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품질 차별화로 승부했다. 그 결과 2015년에는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 등 일본 3대 편의점 '전 점포 입점'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K라면의 위상을 굳건히 했다.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최근 '신라면 툼바'는 출시 1년 만에 일본 5만3000여 개 전 편의점 매장에 정식 입점했다. 특히 일본의 독특한 '물 버리는 용기'와 '전자레인지 조리 방식'을 도입해 편의점 바이어들을 매료시켰다. 봉지면의 맛을 그대로 재현한 품질력에 감탄한 세븐일레븐 바이어가 전시회에 직접 제품을 추천할 정도였다.

농심은 이제 신라면의 성공 공식을 '너구리' 브랜드에 이식할 계획이다. 우동 문화가 발달한 일본의 특성에 맞춰 너구리를 '제2의 신라면'으로 육성하겠다는 생각이다.

구체적인 중장기 목표도 내놨다. 농심은 오는 2030년까지 일본 매출 400억엔 달성과 함께 일본 라면업계 톱5 진입을 목표로 제시했다. 동시에 일본 매운라면 시장 비중을 10% 수준까지 키우고 그중 절반 이상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김 법인장은 "일본 대형 라면 업체들이 매운맛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이를 위기로 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시장 파이를 키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현재 일본 라면 시장에서 농심은 6위 수준이지만 5위와의 격차가 큰 상황이다. 매출 500억엔을 달성해 톱5에 진입하고 2030년까지 매운 라면 시장 점유율 50%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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