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홍역을 치렀던 두 외국계 은행이 올해 들어 같은 듯 다른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끈다. 둘 다 '글로벌 은행'이라는 강점을 활용하되 한쪽은 판을 벌이는 모양새고, 다른 한쪽은 타깃을 좁히려는 분위기다.
◇ 자산관리 등 비이자 수익에 초점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의 올 상반기 실적은 모두 개선한 모습을 보였다. SC의 경우 111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고, 씨티 역시 1966억 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수익 가운데 이자이익은 두 은행 모두 줄었다. 저금리 영향 탓이다. 반면 비이자이익과 기타영업이익이 늘었다. 투자상품 이익과 자산관리 부문 수수료 등을 통해서다. 충당금 전입액과 판매관리비 등의 비용 부분은 지난해 점포와 인원을 축소한 영향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자이익이 줄고 수수료이익이 늘어난 것은, 저금리 기조의 영향도 있지만 두 은행의 영업 전략과도 상관관계가 있다. 이미 지난해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줄인 두 은행은 예대업무보다는 고객 자산관리와 투자금융 등 서비스 영업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특히 자산관리의 경우 '글로벌 은행'의 특성을 살리면 경쟁력이 있다는 복안이다. 두 은행이 "자산 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며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 SC '찾아가기' vs 씨티 '끌어오기'
다만 세부 전략은 두 은행의 특성에 따라 조금 다르다. 씨티(지점 134개)보다 지점 수가 많고 비교적 전국에 고르게 분포해 있는 SC(259개)는 이런 특성을 살려 채널 다각화를 통한 고객과의 접점 넓히기에 나서고 있다.
고객의 신청으로 은행원이 직접 나가는 '찾아가는 뱅킹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올 하반기에는 신세계 주요 매장 내에 스마트 뱅킹과 이동식 팝업 데스크를 설치할 예정이다. 박종복 SC은행장도 취임 이후 줄곧 현장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지점이 주로 수도권에 집중된 씨티은행은 자산관리 서비스를 통한 부유층 공략에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 고객들에게 수신 금액에 따라 차별화한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존 지점을 개선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이에 대해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전략은 올 상반기 실적에서부터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다.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는 SC는 올 상반기 소폭이나마 여신 규모가 늘었다. 정부 부동산 완화 정책에 따라 가계대출이 증가했고, 기업대출도 늘렸다. 씨티의 경우 대출금 잔액 규모를 키우지 않았다.
SC는 대출을 늘리면서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이 지난해 말 1.47%에서 1.51%로 다소 늘었고, 비교적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씨티는 NPL 비율을 0.98%에서 0.95%로 더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