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1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물러나면 그 아드님(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경영을 하겠다고 하는데 과연 그 두 분은 뭐가 다른가"라며 경영권 승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3년의 시간을 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이 시간이 없었느냐"며 "한 30년 시간이 주어졌다"고 지적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9일 산업은행에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계획'을 제출했다. 앞으로 3년간 재무구조개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겠다는 조건으로 5000억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금융당국 수장이 사실상 '아시아나항공 자구안'에 불만을 표현하면서 동시에 경영권 승계에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아래는 이날 열린 '신한퓨처스랩 제2출범식' 행사 직후 최 위원장과 기자들의 일문일답이다.
기자 : 아시아나항공 자구안에서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최 위원장 : 채권단이 시장의 반응을 감안해 판단하겠죠. 그러나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퇴진하겠다고 했는데 또다시 3년의 기회를 달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채권단이 판단할 때 회사가 제출한 자구계획안이 과연 진정성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 것인지. 또 보도로 봤지만 박삼구 회장이 물러나면 그 아드님이 경영을 하겠다고 하는데 그럼 과연 그 두 분은 뭐가 다른지, 달라진다고 기대해볼지 이런 부분까지 포함해서 판단을 할 거라 본다. 어찌됐거나 채권단이 결정할 때 기준은 대주주의 제기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이라는 회사를 살리기 위한 것이다.
기자 : 산은에 당국의 입장을 전달했나
최 위원장 : 산은에 따로 전달 안 해도 저희가 이런 생각가지고 있다는 건 보도를 통해 산은도 알게 될 거다.
기자 :당국과 산은은 동일한 입장인가
최 위원장 : 산은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보도에 따르면 5000억원 지원을 요구했다는데 그만한 돈을 지원한다고 한다면 제가 말한 이러한 원칙에 입각해서 검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자 : 이동걸 산은 회장과 원칙에 대해 교감했나
최 위원장 : 산은 회장과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하곤 하지만 이걸 어떻게 해야될지 말하진(않았다).
기자 : 금호가 제시한 3년이란 기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최 위원장 : 과연 그동안 아시아나가 시간이 없었냐. 한 30년이란 시간이 주어졌다. 이 상황에서 또 다시 3년을 달라고 하는 게 과연 어떠한 의미이지 판단해 보겠죠.
최근 최 위원장은 잇따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해 발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 3일 최 위원장은 "과거에도 박 회장이 한번 퇴진했다가 경영일선에 복귀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또 그런 식으로 된다면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아시아나 어려움의 근본적인 배경은 지배구조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최 위원장의 발언을 의식해 "박삼구 회장의 경영복귀는 없다"는 조건을 자구안에 담았다. 벼랑끝에 몰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이번에도 최 위원장의 발언을 반영해 자구안을 수정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