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융업계 관계자 2명 이상이 모이면 빠지지 않는 대화 주제가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느냐 여부다.
'예비후보 등록 마감일(국회의원 선거일 120일전)인 올해말까지는 기다려봐야 한다', '올 하반기 론스타의 5조5000억원 규모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 결과에 따라 주무부처인 금융위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 등 출마 시기까지 점치고 있다.
대화는 자연스레 차기 금융위원장이 누가 될 것인가로 이어진다. 국책은행장, 청와대 인사, 전직 관료 등 이름이 하마평으로 거론되고 있다.
출마설이 나온지 꽤 됐다. 올해초 일부 언론은 강릉시 더불어민주당 총선 후보로 최 위원장을 거론했다. 강릉은 최 위원장의 고향이다. 지난 4월 최위원장이 강원 고성 산불 현장을 이례적으로 찾자 일각에선 '금융당국 수장이 재난현장을 왜 방문했느냐'며 색안경을 꼈다.
지역뉴스나 소문에 머물던 그의 출마 여부가 전국구 뉴스로 뒤 바뀐 것은 지난달 벌어진 '타다 논쟁'때 부터다. 택시기사 분신관련 '죽음을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된다'는 이재웅 쏘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최 위원장이 "이기적이고 무례한 언사"라고 비판하자, 이 대표는 "갑자기 이분은 왜 이러시는 걸까요? 출마하시려나?"며 되받아쳤다. 타다 논쟁의 프레임이 순식간에 최 위원장의 출마로 바뀌었다.
이후 최 위원장은 '진짜 출마할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 문제에 답변하면 완전 다른 문제로 가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답변할 사항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그가 출마할 것인가 관심은 더 커졌다.
문제는 최 위위원장의 출마 여부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금융수장으로서 입지는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 위원장은 다음달 임기 2주년을 맞는다. 아직 임기가 1년 넘게 남았다는 얘기다. 2017년 취임 때 내세웠던 생산적금융과 포용적금융을 마무리하는 등 할 일도 많다. 하지만 올 초 임기 3년의 반환점을 돌면서부터 그의 발걸음은 출마설로 무거워지고 있다.
금융업계는 그를 '조만간 떠날 수도 있는 사람'으로 보기 시작했고 금융정책이 또 바뀔 수 있다고 불안해하고 있다.
물론 최 위원장도 출마설의 피해자일 수 있다. 소문은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확대 생산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출마설에 대해 애매한 답변만 내놓고 있다. 10일 출마의사가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국회의원 출마는 아무나 합니까. 자기가 하고 싶다고 됩니까"라며 "국회의원 출마는 거기에 맞는 자질과 능력, 또 그런 의지가 있어야 할 수 있다. 고위공무원을 했다고 다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뉘앙스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히지만 끝내 '출마하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지난달 '타다 논쟁' 때와 비슷하게 '문제'를 피해가고 있는 셈이다.
최 위원장이 출마설을 '뜬소문에 불과하다'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출마 의사가 없다면 명확한 의사를 밝혀야 한다. '자기가 하고 싶다고 됩니까'라는 말은 '누가 시켜주면 하고 싶다'고 해석될 수도 있다. 모호함은 의혹만 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