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올린 이후 6개월째 동결이다.
31일 한국은행은 서울 중구 삼성본관 한국은행 임시본부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1.75%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기준금리는 동결했지만 금리인하 소수의견(조동철 금통위원)이 나왔다.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시그널(신호)을 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말한 내용은 금통위원들 다수의 견해를 대변한 것"이라며 "소수의견은 말 뜻대로 소수의견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 기준금리 1.75% 동결 배경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크게 대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대내적으로는 올해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0.3%)을 보였고 수출을 이끌던 반도체 업황이 흔들리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감소했다.
고용지표 역시 좋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실업률은 4.4%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해당 통계를 낸 지 19년 만에 이 기간 기준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실업자는 124만명을 넘어섰다.
OECD,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주요기관들은 올해 우리 나라 경제성장률을 종전 2.6%에서 2.4%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심화되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경기둔화 우려가 커졌다.
대내외 상황이 나빠지면서 일각에선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디플레이션의 우려는 과도하다"며"현재의 상황을 따져봤을 때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 국내경제의 경우 소비가 완만하지만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수출과 설비투자가 하반기에는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미중무역분쟁에 대해선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 3년만에 인하 소수의견…이주열 "시그널 아니다"
이날 금리 동결은 어느정도 시장에서 예측됐다. 금융투자협회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100명 중 97명이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시장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소수의견을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최근 침체된 국내 경기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한은이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란 이유에서다.
통상 시장에서는 소수의견은 향후 금리 조정의 시그널로 예상한다.
이날 금통위에서 조동철 금통위원은 0.2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내놨다. 금리인하에 대한 소수의견이 나온 것은 2016년 4월 이후 3년만이다. 당시 한은은 2개월 뒤인 2016년 6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반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소수의견이 곧 시그널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소수의견이 금통위의 시그널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선을 그었다.
이주열 총재가 소수의견이 시그널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했지만, 향후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을 경우 한국은행이 금리 조정에 나설 것이란 전망은 아직도 남아있다.
금융업계 안팎에서는 2분기 성장률을 비롯한 경제지표가 금통위가 금리 조정을 나서는 데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음 금통위는 7월 18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