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어느 금융그룹까지 감독대상에 포함시킬지를 두고 고민 중이다. 금융그룹 감독은 금융감독의 사각지대였던 '은행없는 금융그룹'과 '산업과 금융회사가 섞인 금융그룹'의 자본적정성 등을 감독하는 제도다.
감독대상 지정 기준은 모범규준으로 정해놨지만 '감독을 실시할 실익이 적은 경우'는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다소 주관적일 수 있는 예외 규정을 구체화하겠다는 얘기다.
아울러 감독대상에서 빠져 있는 중견금융그룹에 대해서도 금융그룹 감독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연구중이다. 중견 금융그룹이 대형사보다 오히려 리스크에 더 취약할 수 있어서다.
현행 감독대상은 ①여수신·금융투자·보험 중 2개 이상을 운영하는 복합금융그룹 ②금융회사의 자산 합이 5조원 이상 ③금융위에 인·허가받거나 등록된 금융회사 1개 이상 등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이 기준에 따라 삼성, 한화, 교보, 미래에셋, 현대차, DB, 롯데 등 7곳이 감독대상으로 지정됐다.
금융당국이 고민하는 지점은 중견 복합금융그룹이 감독대상에서 빠져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대형 복합금융그룹보다 중견 복합금융그룹이 리스크에 오히려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금융그룹 감독대상에서 태광 등 복합금융그룹이 감독대상에서 제외됐는데, 대형 복합금융그룹보다 중견사들이 오히려 리스크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16년 기준 복합금융그룹은 총 20개다. 이 그룹 중 금융회사들 자산 합이 5조원 이상인 곳은 삼성, 한화, 교보, 미래에셋, 현대차, DB, 롯데 등 13곳이다. 이중 동양생명, 태광, 현대해상,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키움증권 등 6곳은 2개 이상 금융사를 운영하면서 자산총합이 5조원이 넘지만 금융융그룹 감독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태광은 흥국생명, 흥국화재, 흥국증권, 흥국자산운용, 고려저축은행, 예가람저축은행 등 금융사업 외에도 TV홈쇼핑 티알엔, 종합유선방송 티브로드, 섬유회사 태광산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태광이 금융그룹에서 제외된 것은 금융회사 사업비중이 보험에 집중돼 있어서다. 2016년 기준 금융자산 37조원 중 36조원이 보험에서 나왔다. 당시 금융위는 태광을 보험에 집중된 동종금융그룹으로 판단했다.
금융그룹 감독 모범규준을 보면 금융그룹 내 여수신, 금융투자, 보험 각각의 자산·자기자본의 비중, 시장점유율 등을 고려해 감독을 실시할 실익이 적은 경우 감독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감독 실익이 적다'는 모범규준이 다소 주관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부터 금융그룹 감독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금융위에 요구하고 있다. 교보그룹 금융자산 97조원 중 92조원이 교보생명에서 나오고 있어서다. 태광처럼 동종금융그룹으로 판단해달라는 얘기다.
하지만 금융당국 입장은 단호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준이 있기 때문에 (교보만) 빼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며 "기준을 충족해야 검토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금융당국 입장에선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매각한 롯데그룹이 올 하반기 금융그룹 감독대상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감독대상을 더 줄어드는 것도 달갑지 않는 상황이다.
금융위는 앞으로 금융그룹감독법을 제정할 때 비주력업종의 규모 뿐 아니라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외요건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지난 11일 '금융그룹 CEO·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한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앞으로 금융그룹 선정 기준을 자산과 함께 자산자본의 비중, 위험도 등을 고려한 기준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견 금융그룹이 리스크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일각에 지적에 대해 금융위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견 금융그룹의 리스크 지적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100여개나 되는 금융그룹을 모두 감독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선 덩치가 큰 금융그룹 위주로 감독을 하고 중견 금융그룹은 업권별 감독을 통해서 금융그룹 감독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스터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금융자산이 5조원 이하여서 감독대상에서 제외된 복합금융그룹은 대한토지신탁, 신안, KTB, 더케이손해보험, 엠케이전자, 한국자산신탁, 머스트 등이다.
금융그룹 지정과 예외 기준에 대한 명확한 잣대는 앞으로 금융그룹감독법이 법제화되는 과정에서 구체화될 예정이다. 지난해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과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금융그룹감독법은 현재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