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이자율을 미끼로 한 역외보험 과장·과대 광고가 활개를 치자 생명보험협회가 정상적인 보험상품인지 여부를 확인해 주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보험협회의 확인 절차는 해당 보험사와 상품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만 알려주는 수준이어서 소비자 피해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개인은 아예 역외보험 가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역외보험은 국내에서 보험업 허가를 받지 않은 외국 보험사와 체결하는 보험 계약을 말한다. 보험협회는 해당 역외보험이 체결 가능한 계약인지 여부를 확인해 줄 의무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동안은 확인 요청이 전무했다. B2B로 이뤄지는 기업성보험 계약이 대부분이었던 탓이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보협회 및 보험사들은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열고 역외보험 체결 가능 여부 확인 절차 및 유의사항 안내 등의 내용을 담은 '역외보험계약 업무처리규정 제정(안)'을 의결했다.
규정엔 확인신청서와 보험약관 등을 검토해 해당 역외보험의 체결 가능 여부에 대해 확인서를 교부하는 등 확인절차가 담겼다. 또 신청서와 확인서에 역외보험 체결 시 유의사항을 명시해 보험업법 위반 및 소비자 피해를 예방토록 했다. 유의사항에는 ▲예금자보호법 미적용 ▲민원·분쟁조정 불가 ▲보험업법상 벌칙규정 등의 내용이 담긴다.
실제로 최근 역외보험 확인 요청 건수가 늘고 있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연 6~7% 연복리 유배당보험', '총 납입보험료 1억원, 총 인출금액 40억원' 등 과장·과대 광고성 역외보험 영업이 유튜브나 SNS를 통해 확산하고 있어서다.
개인의 역외보험 가입이 원천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 종목만 허용하고 있고, 특히 우편이나 전화, 컴퓨터 통신 등의 방법이 아닌 국내 거주자의 중개·대리를 통한 가입은 금지하고 있다. 협회에서 해당 상품에 대해 확인 절차를 거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보험설계사나 중개인 등을 통해 역외보험에 가입하면 가입자와 중개인 모두 1000만원 이하 과태료 대상이 된다.
무엇보다 외국어로 작성된 보험계약은 정확하게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데다 국내에서 허가를 받지 않은 보험사와 계약하는 만큼 국내 감독기관의 관리감독도 받지 않는다. 보험사와 분쟁이 발생해도 국내 보험업법에서 정하는 금융분쟁조정이나 감독당국을 통한 구제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당연히 보험사 파산 시 예금자보호도 받을 수 없다.
또 협회는 실제 해당 보험사와 상품이 존재하는지만 확인해 준다. 구체적인 보험계약 내용을 확인하거나 중재하는 기능은 없는 만큼 외국 보험사가 중간에 계약내용을 바꾸거나 불리한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구제받기 어렵다. 역외보험 상품설명서를 볼 때 해당 내용이 확정된 사실이 아닌 예시이거나 보증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는지 꼼꼼히 파악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역외보험은 이래저래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어려운 만큼 개인의 경우 아예 역외보험 가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상용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주요국들은 주로 기업성보험에 한해 역외보험을 허용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개인은 가입 대상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역외보험 거래 시 외국 보험사가 국내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소비자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역외보험 단속보다는 피해 발생이 우려되는 부분이 커 소비자들이 정확한 사실을 알고 가입할 수 있도록 경보조치 등을 발령했다"면서 "협회를 중심으로 SNS 등을 통한 역외보험 과대·과장 광고 행위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