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한 빅테크들이 보험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온라인 보험시장 확대가 기대되면서 앞서 보험업에 진출한 인슈어테크와 핀테크 기업들은 기회와 동시에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하는 보험환경 속에서 인슈어테크 기업들의 생존 전략을 살펴본다.
보맵은 보험분야에서 탄탄하게 입지를 다져온 대표적인 인슈어테크 기업으로 꼽힌다.
2015년 설립 이후 KB인베스트먼트, 하나금융 등으로부터 200억원이 넘는 투자를 받았으며, 현재 누적 회원수 170만 명, 보유 중인 보험계약 데이터가 800만 건에 달한다. 데이터의 중요성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인슈어테크 가운데 돋보이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사실 보유 중인 보험상품을 확인하고 보험보장을 분석해 적절한 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는 이미 보험사를 비롯해 많은 금융플랫폼들이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도 보맵이 그동안 꾸준한 성장을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 "사망준비금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보맵의 보험보장 분석서비스인 '보장핏팅'은 고객의 연령, 성별을 비롯해 경제력, 부양가족 등 추가 설문을 통해 보험보장의 적정 수준과 함께 부족한 보장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주목할 점은 해당 현 시점에서 불필요한 보장은 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보맵의 차별성 즉 생존전략이 녹아있다.
대부분 금융플랫폼이나 보험 판매채널에선 '이 보장이 필요하다'라는 사실만 강조할 뿐 '권하지 않는다'라는 조언은 하지 않는다. 가령 사망보장의 경우 보험료가 높아 보험사와 설계사를 비롯한 판매채널에서 모두 선호하는 담보다.
보험사는 발생위험이 높은 담보의 손실 위험을 상쇄할 수 있고, 판매채널에선 보험료가 높은 만큼 수수료를 더 챙길 수 있어 고객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담보에 반드시 연계하는 담보다. 일명 '스코어링'으로 필요 담보의 보장금액을 높이려면 사망보장 금액도 같이 높여야 하는 구조다. 보험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낮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보맵은 이런 구조에서 탈피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보험사의 정책과는 상충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고객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보장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류준우 보맵 대표는 "소비자의 보험 경험이 '깨진' 건 앞단의 보험가입이 아닌 기존 보험에 대한 정보부족과 보험금 청구단계에서 불만"이라며 "보험을 비교 추천하는 매출 중심 전략으로 시작한 다른 인슈어테크들과 비교해 보험에 대한 이해도와 출발선이 달랐던 게 생존과 성장의 발판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에 집중해 플랫폼에 대한 신뢰를 얻은 다음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시 앞단으로 와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추가하는 전략이 주효했다"면서 "보험을 '테트리스화'하는 게 앞으로 목표"라고 말했다.
# 보험을 '테트리스'화 하다
보험상품은 수많은 담보로 이뤄져 있지만 대부분 설계사가 설계한대로 가입하게 된다. 스스로 필요한 보장을 확인하고 선택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보맵은 보험상품을 마치 테트리스처럼 굳이 필요 없는 담보는 빼고, 꼭 필요한 담보는 다른 담보와 연계하지 않고 보장을 늘려주는 방식으로 고객이 자신의 필요에 맞는 보험을 선택하고 또 조정할 수 있는 서비스를 목표하고 있다.
보험에 가입할 때 어떤 보장을 받을 수 있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가입하는 게 아니라 담보를 분리해 본인에게 맞도록 재단하고 맞춰가는 긍정적인 보험경험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이에 따라 현재 뇌·심장질환과 암, 사망보장을 나눠서 추천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를 더 세분화해 선택권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그러려면 보험사의 공감대는 물론 맞춤형 상품을 제시하기 위한 데이터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때문에 보맵은 '마이데이터'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 마이데이터, 헬스케어와 접목해야 생존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의 핵심은 금융정보의 자기결정권이다. 정보 주체인 고객이 자신의 데이터 개방을 요청하면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개인 또는 개인이 지정한 제3자에 개방할 수 있다. 고객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데이터를 개방하고, 사업자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고 추천할 수 있게 된다.
보맵은 현재 마이데이터 사업자 선정을 위해 금융위원회에 예비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사업자로 확정되면 보험데이터는 물론 건강검진 및 공공 데이터에 기반한 질병 발병률과 지역기반의 치료비, 소득 데이터 등을 망라해 최적의 보험상품 추천을 위한 객관적인 지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앞서 지난 7월에는 헬스케어 기업인 '메디에이지'와 건강데이터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질병 발병률을 반영한 보다 상세한 데이터 제공이 가능해졌다.
류 대표는 "앞으로 발병률과 가족력, 중요한 지표 등을 알고리즘에 녹여 고객에게 꼭 필요한 보다 정교한 보장분석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대부분 금융플랫폼은 보험을 금융의 한 섹터로 인식해 작게 보지만, 보험은 헬스케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이를 접목하면 확장성이 무궁무진하다"면서 "헬스케어의 접목과 확대는 향후 생존과 차별화를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반대로 생각하면 헬스케어로 영억을 넓히지 못할 경우 분명한 한계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 경쟁이 아닌 공생
류 대표는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보험사가 플랫폼 역할을 하기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보험사는 자사 상품을 팔아야 하는데 소비자가 보험사 한 곳의 플랫폼만 이용할 경우 상품 비교가 어려운 데다 보험 가입 거절에 자신의 데이터가 이용될 수 있다는 부담도 가질 수 있다.
때문에 플랫폼의 가교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플랫폼은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보험사가 원하는 작업들 역시 비용과 시간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보험사가 유병자 등 특정 고객을 모아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싶다고 해도 대상군을 직접 오프라인에서 모으려면 많은 시간과 영업 비용이 들어간다. 그러나 플랫폼은 고객의 가입 정보나 보장 분석을 통해 쉽게 분류가 가능해 단기간에 맞춤형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 보험계약 단계에서도 실수 등으로 중요 안내사항을 빠트리거나 생략하는 것이 불가능해 불완전판매를 줄일 수 있어 보험사에도 윈윈전략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류 대표는 "보험사가 마케팅과 판매채널 유지를 위해 쓰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줄여 상품으로 끌고 갈 수 있게 된다면 상품이 더 다양해지고 테트리스화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굳이 스코어링을 하지 않아도 보험사의 재무적 건전성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보험 상품이 더 투명해지면서 더 알기 쉬워지면 보험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동시에 소비자들에게 보다 긍정적인 보험경험을 심어줘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보맵의 청사진다.
# 빅테크 진출…위기이자 기회
그러나 빅테크의 잇단 보험업 진출로 인슈어테크 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결국 데이터를 누가 더 많이 가지고 있느냐의 싸움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어서다.
그럼에도 온라인 시장 확대 측면에선 오히려 빅테크를 반기는 분위기다. 류 대표는 "온라인 보험시장이 현재 1%도 안 돼 명백히 시장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려는 있지만 소비자 인식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결국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만큼 빅테크가 이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보험은 다른 금융권에 비해 굉장히 난이도가 있는 산업으로 우리 역시 실패와 좌절의 과정을 숱하게 겪어왔다"면서 "빅테크가 보험을 바라보는 시각은 아직 1차원적이어서 우리는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비슷한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데이터를 고도화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란 얘기다. 그는 "플랫폼 내에서 고객의 신뢰만 얻을 수 있다면 다양한 비금융플랫폼과 제휴해 더 유연한 접근이 가능하고, 빅테크와도 제휴해 새로운 파트너십을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보맵의 목표는 국내에서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인슈어테크'를 목표로 현재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보험사들과 교류를 확대하는 등 해외 보험시장의 문도 두드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