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건전성 규제가 더 촘촘해진다. 지방은행보다 규모가 커진 대형 저축은행이 등장하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이 운영하고 있는 위기상황 분석제도가 도입되고 대손충당금 적립기준도 엄격해진다.
◇ "덩치커진 저축은행, 위기 대비하라"
금융위원회는 전국 79개 저축은행에 위기상황 분석제도를 도입한다고 14일 밝혔다.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등은 이미 도입해 운영하고 있지만 저축은행 업권에 적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위기상황 분석제도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칠 경우 금융기관이 손실규모를 예측해 대응방안을 마련케 하기 위해 고안한 위험관리기법이다.
저축은행 사태과 구조조정 위기 등을 거친 저축은행은 다른 업권에 비해 규모 자체가 작았다. 하지만 중금리 시장 확대로 업권 규모가 급팽창하면서 위기관리체계 구축 필요성이 커졌다. 올해 3월 말 현재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 자산은 약 77조원으로 2016년 말 약 52조원에서 3년여만에 25조원 가량 확대했다. 저축은행 예적금 상품과 대출 상품 이용 고객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일부 대형 저축은행 규모는 소형 지방은행을 웃돌고 있기도 하다. SBI저축은행의 지난 6월 말 기준 자산규모는 약 10조원으로 신한금융지주 계열 제주은행 자산(약 7조원)을 크게 상회한다.
연체율은 양호한 편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전체 업권 연체율은 4.0%로 1년 전 4.5%에서 0.5%포인트 감소했다. 같은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은 4.7%로 0.5%포인트 줄어들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취약차주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 업권 특성 상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건전성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자산 규모에 따라 별도의 모형을 구축케 할 방침이다. 자산 1조원 이상 대형사는 자체모형을 구축하고 자산 1조원 미만 중소형사는 중앙회 차원에서 표준 모형을 개발해 적용한다는 설명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는 기존에 있는 위험관리 조직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대응하면서 건전성을 확보하겠지만 중소업체가 받는 스트레스는 되레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저축은행 자체 위기상황 분석제도 실시근거를 감독규정에 마련한 뒤 시행세칙 개정과 도입 준비기간 등을 감안해 2022년 1월 시행을 목표로 해당 제도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PF대출도 엄격하고 꼼꼼하게
금융위는 저축은행에 적용되는 대손충당금 적립률 하향규정도 삭제하기로 했다. 은행과 보험, 상호금융권 등과 동일한 적립률을 적용해 저축은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확대유인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과거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업권의 지나친 PF 대출 확대가 꼽힌다. 적절한 위험평가 없이 PF 브릿지론 대출을 과다 취급한 결과 금융위기로 시장여건이 나빠짐과 동시에 자산이 부실해졌다.
그랬던 PF 대출이 최근 규모가 다시 커지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비은행권 PF 대출 잔액은 53조원으로 2013년 말 18조원의 3배 규모가 됐다. 저금리 환경 속 유력한 수익 창출 수단으로 여긴 결과다. 특히 최근 정부 정책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 여건이 바뀌면서 PF 대출 건전성이 한꺼번에 나빠질 우려가 나오는 상황. 이에 부동산 PF 익스포저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충당금 규정 변경에 나선 것이다.
현행 감독규정은 정상분류 자산이 투자적격업체 지급보증을 받으면 적립률을 2.0%에서 0.5%로 내릴 수 있다. 금융위는 해당 규정이 리스크 관리 없이 자산 확대에 치중케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봤다. 요주의분류 자산의 관련자산이 아파트라면 적립률을 10%에서 7%로 내릴 수 있는데, 아파트라고 해서 부실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해당 규정 삭제에 나설 방침이다.
대손충당금 추가적립기준 역시 마련할 계획이다. 저축은행이 관련 기준을 사전에 마련한 뒤 이사회나 위험관리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해당 내용을 금감원에 보고토록 하는 규정을 신설한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관련 대출 확대로 최근 저축은행 대출자산이 빠르게 확대한 것은 분명한 리스크 요인"이라며 "업권 전체에 해당하는 내용이라 공동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