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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리 동결하며 '일단 멈춤'…내달 인상 불씨는 여전

  • 2021.10.12(화) 15:09

녹록지 않은 대내외 요건 감안… 0.75%로 금리동결
이주열 내달 인상 가능성 언급…"경기회복 예상경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 두달이 채 되지 않은데다가 최근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으면서 긴축 기어를 잠시 바꿨다.

다만 금통위는 현재 통화정책이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사실상 내달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이에 0%대의 저금리 시대는 올해를 끝으로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주재로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 0.7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한은 기준금리 인상 한 박자 쉬어간다

이날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에는 기준금리를 인상한지 두달이 채 되지 않아 추가 인상에 대한 가계 등의 부담감이 있는 데다 최근 녹록지 않은 대내외 여건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한은이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직후 시장금리는 이미 기대감이 선반영돼 있다는 시장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상승했다. 당장 은행의 대출금리는 한국은행이 8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한달사이 연 0.4%포인트가량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상할 경우 가계가 부담해야 하는 추가 이자금액이 12조원 가량에 이른다는 통계가 연이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현재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가계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통화정책의 정상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힌 한은 입장에서는 한박자 쉬어갈 필요가 있었던 셈이다.

게다가 최근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점 역시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유로 꼽힌다. 최근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 등으로 인해 글로벌 경기 회복 속도가 다소 늦춰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망 쇼크 등으로 인해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의 성장률 잠정치가 연이어 하향 조정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 여파를 피해가긴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런 우려는 금융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코스피지수는 3000선이 무너졌고 달러-원 환율은 1200원을 돌파했다. 게다가 반영되는 속도도 빠르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13일 3127.86(종가 기준)에서 8일 2956.30까지 171.56포인트(5.4%)빠졌고 달러-원 환율은 최근 2주만에 18원이나 치솟았다.

소비자물가도 연일 2%대의 상승세를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더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은 입장에서는 최근 급변하고 있는 대내외 여건을 좀 더 점검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불붙는 내달 인상론

최근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지만 이날 금통위는 내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다시한번 시사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성장세와 물가 오름세 확대로 실물경제 상황에 대비한 통화정책의 실질적 완화 정도는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8월 기준금리 인상으로 실물경제가 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금융불균형이 상당폭 누적돼왔고 금리 외에 다른 요인들이 영향을 미쳐왔다"며 "한 차례 금리인상만으로는 정책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불씨를 살려둔 셈이다.

이 총재뿐만 아니라 금통위 내부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날 금통위에서 임지원, 서영경 금통위원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소수의견을 냈다. 통상 통화정책방향 회의 결정 시 한명의 금통위원이 조정에 대한 소수의견을 낼 경우 다음 회의에서 기준금리 조정이 있을 것이란 신호로 여겨진다. 이날 두 명의 금통위원이 소수의 견을 낸 만큼 사실상 내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내달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는 이유로 한은은 현재 경기상황이 종전의 전망대로 흘러갈 것이란 배경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대외여건을 보면 글로벌 공급 차질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고 이에 따라 각종 상품가격의 오름세가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중국의 경우 헝다사태, 전력난 등으로 전반적으로 대외여건 리스크가 높아져 이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금리와 주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이 총재는 "외국인들의 채권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부에서 영향이 크게 우려할 것은 아니라고 본 것으로 판단한다"며 "실물경제를 기조적으로 볼 때에도 경제활동 재개에 힘입어 경기회복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상황이 예상대로 간다면 11월 추가로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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