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에 총체적 위기, 즉 '퍼펙트 스톰'이 닥쳐올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2022년 다시 퍼펙트 스톰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 그리고 우리 경제의 체력 등 전반을 점검해본다.[편집자]
우리나라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차기 정부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그간 정권이양기와는 달리 당장 눈앞에 고물가, 저성장이라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힘든 과제를 해결해야 해서다.
일단 차기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단기적인 문제 해결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금융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추경이 오히려 물가상승과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과거와 달리 돈을 풀어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윤석열 정부 1호 경제팀 역시 아직 윤곽이 잡히지 않은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당장 1기 경제팀을 꾸려 고물가, 저성장 등 해결을 위한 중장기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해야 되는데 아직도 핵심 인선인 금융위원장 등에 대한 인사가 마무리되지 않아서다.
윤석열 정부, 현 정부 짐 물려받는다
앞으로 약 2주 뒤인 5월 10일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으로의 업무를 시작한다. 차기 정부 출범까지 약 2주 남은 셈이다.
정권 이양을 위해 발족한 대통령인수위원회의 최대 고민 중 하나는 현재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높은 물가상승세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제 곧 코로나19로 풀었던 풍부한 유동성의 청구서도 날아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이같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중인 모양새다. 최근 통계청이 지난 3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를 넘어섰다고 발표하고 쌓여만 가는 가계부채를 더이상 보고 있을 수 없다는 지적이 연이어 나오자 인수위는 즉각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 금융·통화당국과 긴급 간담회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와 관련해 원일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수석부대변인은 "지속적인 물가 상승 요인 점검, 물가 안정 대책을 협의하고 대내외 거시경제 여건, 금융 및 외환시장 동향, 가계부채, 공급망 차질 문제, 중국 경제 상황 등에 대해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일단 '추경'으로 급한 불 끈다는데
윤석열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급한 불을 끈다는 방침이다. 이는 당장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이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선거운동 당시 공약으로 50조원의 추경을 편성해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등의 지원을 약속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경을 편성하면 단기적으로는 급한 불을 끄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나라가 나서 거대의 유동성을 시장에 푸는 만큼 내수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통상 대규모 추경이 집행될 경우 민간 소비 심리가 상승하는데다가 나아가서는 분기별 경제성장률을 올리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 역시 코로나19로 침체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매년 수십조원에 달하는 추경을 집행해 급한불을 끈 바 있다.
문제는 현재 이처럼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4%가 넘는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추가로 시장에 유동성이 더 풀린다면 이를 더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게 가장 큰 걱정이다.
최근 채권금리가 연이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추경이 이를 더욱 부채질 할 가능성이 높고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면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이 더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은행 트레이딩 부서 관계자는 "통상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할 경우 자원조달 방안은 세수와 적자국채 발행등으로 이뤄지는데 세수로는 모두 채울 수 없어 적자국채를 찍을 수밖에 없다"며 "이는 국채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국채 일부는 대출의 벤치마킹 금리가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인수위 역시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는 모습이다. 애초 윤 당선인의 공약대로 추경 규모를 50조원이 아닌 30조원+@로 잡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퍼펙트 스톰 우려에 대출규제 완화도 스톱
대통령직 인수위가 준비하고 있던 대출규제 완화 방침 역시 구체적인 방안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내외 경제여건이 좋지 않아 쉽사리 대출규제를 완화하기 어려워서다.
은행 고위 관계자는 "인수위 측에서 LTV(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을 70%까지 완화하겠다는 공약을 실천하겠다고 했고 이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역시 함께 고민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란 반응이 나오면서 대출 규제에 대해 고심이 깊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출규제를 완화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대내외 여건이 대출규제를 완화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도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차기 정부를 이끌어갈 내각에서도 이같은 목소리가 나오는 모습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상환 능력이 없는 사람이 빚을 많이 지게 되면 디폴트가 일어나 전체 금융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대폭적인 대출규제 완화는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 역시 인사청문회 당시 "모든 대출규제 완화 정책이 한번에 시행된다면 물가, 거시경제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점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장기 방안 마련할 때
금융업계에서는 차기 정부가 당장의 급한불을 끄기 보다는 중장기적인 방안을 마련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물가상승세는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며 이로인한 파장이 길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 인수위 측에서는 중장기 방안에 대한 고민 없이 앞선 공약 실천에 매달려 있다"며 "경제문제를 해결할 경제팀 구성은 아직도 완료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인수위는 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을 지명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임명에도 동의했다. 다만 금융위원장 인선에 대해서는 좀처럼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이 교수는 "현재 대내외 경제 상황은 전 주무부처가 함께 머리를 맞대서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민간에게도 분명한 시그널을 줘야 한다"며 "그런데 정권이양기라는 명목아래 몇몇 부처는 손을 놓고 있는 모습까지 보인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지금 인수위는 물론 정치권의 당장 눈앞의 과제는 공약실현과 함께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라며 "금융권에 청구됐던 코로나19 청구서가 3분기부터 날라오는 만큼 이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응방안을 지금이라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