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5일(현지시간) 28년 만에 최대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41년이내 최고 수준으로 뛰고 있는 현지 물가의 급격한 추가 상승을 막기 위해서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0.75~1%에서 1.5~1.75%로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 금리 인상을 단행했는데, 이는 1994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큰 걸음' 금리인상 언제까지?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대비 8.6%였다. 1981년 12월 이후 가장 빠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도다. 연준은 지난 2020년부터 침체를 막기 위해 제로(0) 금리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미 물가 상승세가 본격화되자 올 3월 0.25%포인트의 첫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그리고 5월 0.5%포인트, 이번 0.75%포인트로 인상 보폭을 한 발씩 연이어 키웠다.
이번 결정과 함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올해말 미 기준금리는 예상치는 3.4%로 높아졌다. 이는 지난 3월 추정치보다도 1.5%포인트 높은 것이다. 연준이 연초 설정한 중립금리(성장과 물가를 고려한 최적의 금리)가 2.5%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만큼 물가 위기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연준이 올해 4차례 남은 FOMC에서 0.75→ 0.5→0.25→0.25%포인트 또는 0.5→0.5→0.5→0.25%포인트 순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을 예상하고 있다. 연말이나 내년부터는 속도 조절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이어진다. 소시에테 제네럴은 "연준의 전망보다 빠르고 더 이른 금리인상의 종료를 전망한다"며 "2024년부터는 완만한(modest)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미 금리역전, 길고 깊어진다.
연준의 이번 자이언트 스텝으로 미국 기준금리 상단과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1.75%로 같아졌다. 한미 금리역전 '임계점'에 다다른 것이다. 특히 이번을 계기로 조정된 올 연말 기준금리 예상치는 미국이 3.4%, 우리나라가 2.75%로 약 0.7%포인트 차이다. 이를 감안하면 예상보다 빨리 닥친 금리역전은 향후 폭도 예상보다 크고, 기간도 더 길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금리역전이 예상 수준보다 커지면 국내 시장에서 자본 유출이 급격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우려스러운 점이다. 다만 한은은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고려했을 때 급격한 자본 유출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금리격차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봐야한다"고 진단했다. 앞으로 금융·외환 금융시장의 반향에 따라 통화정책을 조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금리인상 속도를 높이는 것이 불가피해졌다는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없다.
윤 정부 경제팀 첫 숙제도 '물가'
이번 이슈에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재정·통화·금융당국 수장들이 긴급히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소집해 한 자리에 모였다. 가장 최근 거시경제금융회의가 있었던 것은 문재인 정부 말인 지난 2월이다. 당시에는 우크라이나 사태 촉발 무렵 국내외 시장 변동성이 커지며 경기·물가·금융 등 전방위적인 불확실성이 확대되던 때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위시해 한은 이 총재,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 정부 경제 수장들은 가장 앞에 물가 상승 우려를 두고 있다. 이번 회의 논의 역시 첫째가 물가 안정, 둘째가 시장 급변동 완화, 셋째가 금융리스크 관리였다.
국내 물가 상황은 미국만큼 심각하진 않다. 하지만 시장 불확실성과 맞물려 점점 경제 전반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5.4% 오르며 2008년 8월 이후 가장 높았다.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을 4.5%로 높였는데, 이는 2008년 7월에 전망한 그해 연간 전망 4.8%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윤 정부는 다각적 대응노력을 강화해 물가상승 압력을 최대한 완화하겠다는 태세를 보이고 있다. 물가에 더욱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용과 함께, 공급측면에 있어 원가부담 경감, 기대 인플레이션 확산 방지 등을 주요 정책방향으로 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