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들이 유사암(갑상선암·기타피부암·경계성종양·제자리암 등) 보험금을 대폭 줄이기로 했습니다. 다만 하향 조정 속도는 늦추기로 했는데요.
우선 8일부터 일반암(위암, 폐암, 대장암 등) 대비 50%로 낮추고요. 오는 10월부터는 20%로 한 차례 더 떨어뜨리기로 한거죠.
쉽게 말해 지금 일반암 보험금이 1000만원이면 유사암 최대 보장금액(보험금)이 점진적으로 200만원 수준까지 떨어진다는 거에요.
원래는 이달 1일부터 일반암 대비 20%로 바로 내리려고 했는데요. 급하게 보장금액을 줄이기엔 무리가 있고 고객들의 혼란도 예상되면서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한거에요.
보험사 한 관계자는 "일부 설계사들과 GA(보험대리점)에서 이달부터 보험금이 줄어드니 서둘러 보험에 들라는 절판 마케팅까지 성행했었다"고 말했습니다.
보험사는 암보험을 일반암과 유사암으로 구분해 판매합니다. 유사암은 일반암에 비해 발병률이 높지만 비교적 치료가 쉽고 생존율도 높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한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유사암 중 하나인 갑상선암이었으나 5년 상대 생존률이 100%로 나타났죠.
또 보험업법과 보험사기예방모범규준은 보험상품의 질병 진단금에 대해 가입자의 치료비·요양비·통상 소득보장 지원 등을 고려하도록 했는데요.
이를 보더라도 유사암의 보장금액은 일반암의 10~20% 수준으로 책정되는 게 일반적이었죠. 예컨대 일반암의 보장금액이 1000만원이라면 유사암은 10~20% 수준인 100~200만원까지만 보장하는 게 보통이었죠.
그런데 올해 들어 보험사들이 유사암 과열경쟁에 나선 게 문제가 됐어요. 일반암 중심의 암보험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신규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유사암 진단비를 부풀리기 시작한 거죠.
삼성화재가 지난 4월 유사암 가입 한도를 기존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리자 다음달 메리츠화재, D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등도 마찬가지로 5000만원까지 상향조정했죠. 일부 회사는 일반암보다 보장금액이 더 높았다고 해요.
업계 한쪽에서는 생존율이 높고 실제 소요되는 비용보다 보험금을 더 챙겨주니 '착한 암'이라며 사실상 암테크(암+제태크)를 셀링포인트로 내세우기도 했죠.
이게 감독당국의 눈총을 샀습니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에게 '유사암 보장상품 운용시 유의사항' 공문을 발송해 "유사암의 보장금액이 너무 높으니 모범규준을 지켜달라"고 권고했죠. 경고장을 날린 겁니다. 실손의료보험으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으면서도 또 다른 보험상품으로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관련기사 : [논란의 실손보험]②'100% 보장'이 낳은 악순환(2022.01.07)
금감원은 지난 5월에도 손보사 운전자보험 특약인 가족동승자부상치료비(가부치) 판매를 중단케 했습니다. 가부치는 운전자 뿐 아니라 가족 동승자의 상해 위험을 보장해주는 담보인데요.
이 역시 판매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손보사들이 보장금액을 크게 높인 게 문제가 됐죠. 고의로 자동차 사고를 일으켜 보험사기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었습니다.
손보사들은 뜨끔했죠. 금감원의 권고 전 알아서, 미리 유사암 보장금액을 낮춘 곳도 있다고 합니다. 어디서나 눈치가 생명아니겠어요. 다만 이 과정에서 생명보험사는 빠졌는데요. 생보사들은 유사암에 대한 보장금액을 손보사 대비 높게 설정하지 않았다고 해요. 하지만 이 마저도 언제 바뀔지 모르는 실정이랍니다. 금감원의 '회초리'가 무서운 건 생보사나 손보사나 마찬가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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