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경제 여건 불확실성으로 은행들이 4분기 기업 대출을 조이겠다고 밝혔다. 반면 가계 신용위험이 19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은 상황에서, 은행들의 가계대출 빗장은 더 열릴 조짐이다. 가계에 대한 신용위험은 커졌는데 대출은 쉬워지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26일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 자료를 통해 "4분기중 국내은행의 대출태도는 전분기에 이어 기업에 대해서는 강화, 가계에 대해서는 완화적 태도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국내은행들의 4분기 기업 대출태도지수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모두 -3으로 전분기(각각 -3, -6)에 이어 강화 기조를 이어갈 예정이다. 대출태도지수가 음(-)이면 대출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답한 은행이, 양(+)이면 완화하겠다는 은행이 더 많다는 뜻이다.
즉 기업 대출의 경우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지는 등 고삐가 당분간 조여질 것이라는 의미다. 대출 건전성 관리 필요성과 불확실한 대내외 경기 상황에 따른 결과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반면 국내은행들의 가계에 대한 대출태도는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와 금융기관 간 경쟁 심화 등으로 완화적 태도를 유지할 전망이다. 실제 은행의 전년 동기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말 7.1%에서 올해 4월 2.8%, 8월 0.9%로 하향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4분기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 주택 대출태도지수는 17로 전 분기(8)보다 한층 더 완화적인 태도를 견지할 것으로 조사됐다. 가계 일반 대출태도지수도 19로 전 분기(6)보다 심사 문턱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신용위험의 경우 은행들은 기업과 가계 모두 점점 커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내은행들이 예상한 4분기 대기업 신용위험지수는 17, 중소기업은 31로 전 분기(11, 25) 대비 상승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에 대해 한은은 "취약 기업의 재무 건전성 악화와 실적 부진으로 신용위험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은행들이 전망한 4분기 가계에 대한 신용위험은 전 분기(33) 대비 크게 오른 42로 집계됐다. 신용카드 대출 부실 사태가 터진 2003년 3분기(44) 이후 19년여만에 최고 수준이다. 가계의 신용위험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경기 둔화 가능성에 따른 일부 취약 차주의 상환능력 저하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 부담 증대가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국내은행들이 답한 4분기 기업의 대출수요는 대기업 6, 중소기업 3으로 집계됐다. 전분기(대기업 8, 중소기업 3)와 비교해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경기 불확실성 지속에 따른 유동성 확보 수요와 회사채 발행시장 위축 지속 등의 요인으로 기업 대출수요는 증가 추세가 유지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가계 대출수요는 대출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감소세가 이어졌다. 가계 주택 대출수요지수는 3분기 -14에서 4분기 -17로, 가계 일반 대출수요지수는 3분기 4분기 -14를 기록하며 마이너스(-)세가 지속됐다.
비은행권은 3분기 이어 4분기에도 대출 강화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비은행금융기관별 대출태도지수는 상호금융조합(-38), 상호저축은행(-32), 신용카드회사(-25), 생명보험회사(-20) 등 모든 업권에서 대출 심사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비은행금융기관의 신용위험은 대부분 업권에서 높아질 전망이다. 상호저축은행 차주 신용위험지수는 4분기 34로 집계됐다. 2013년 4분기(3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상호금융조합(40), 생명보험(34) 역시 통계 확인이 가능한 2014년 1분기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 경기 둔화 가능성 등에 따른 차주의 채무상환 능력 악화 우려 등에 주로 기인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은 부동산 등 담보가치 하락도 신용위험 증가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편, 한은은 지난 8월 25일부터 9월16일까지 이번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총 204개 금융기관 중 은행 18곳, 상호저축은행 25곳, 상호금융조합 135곳, 신용카드사 8곳, 생명보험사 10곳이 설문조사에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