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운이 좋았습니다. 반면 최근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힘이 들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예전과 달리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투자금을 유치하기 어려워서입니다"
최근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내노라 하는 기업으로 성장한 대표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스타트업 업계가 시름하고 있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투자금을 구하기 어려워져서다.
이에 스타트업 업계가 SOS를 치는 곳은 금융지주들이다. 그간 금융지주들은 '스타트업의 요람'을 자처하면서 사무실 임대, 멘토링 서비스 등 지원은 물론 투자금 유치까지 직접 도와줬다.
일단 금융지주들의 올해 스타트업 지원은 마감된 만큼 내년 지원을 확대할지가 관건이다. 다만 금융지주들 역시 최근 보유 자본을 쉽게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직접투자 비용은 줄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타트업 '혹한기' 찾아오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타트업들이 투자금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아가 시장에 자리를 잡은 스타트업 기업의 경우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비용절감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소형 스타트업의 경우 투자금을 유치하지 못해 획기적인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있더라도 시장에 내놓는 판이다. 나아가 시장에 자리를 잡아 인지도를 가진 스타트업의 경우 몸집 줄이기에 나선 모습이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을 지원하는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샌드박스네트워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플랫폼 왓챠 등은 구조조정이 돌입했으며 배달 대행 서비스 부릉, 수산물 배송 서비스 오늘회 등은 회사 매각을 준비중 이거나 서비스를 완전 중단한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이 온 이유는 올해 들어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9월말 이후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 경색이 심화하면서 중견기업들도 자금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스타트업 들은 더욱 어려운 처지에 처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이 자리를 잡기까지는 최대 10년이 걸리는데 그 전까지는 회사의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등으로부터의 투자금 유치가 절실하다"라며 "그런데 올해 하반기 들어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투자금을 유치하기 힘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동앗줄 금융지주, 내년에는?
일부 스타트업들은 국내 4대 금융지주에게 작은 희망을 걸고 있다. 국내 4대 금융지주의 경우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을 수년째 펼쳐오고 있어서다.
구체적으로 KB금융지주 KB이노베이션 허브, 신한금융지주 스퀘어브릿지, 하나금융지주 하나원큐애자일랩, 우리금융지주 디노랩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각 금융지주마다 매년 10개사 정도를 선정해 지원중이다. 각 금융지주에 매년 수백개의 스타트업이 지원할 정도로 스타업들에게는 '동아줄'과 같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일단 '숨통'만 틔워주고 실제 투자금 유치로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문 편이다.
금융지주 스타트업 지원 부서 관계자는 "매년 일정 수 이상의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대부분 회사 운영, 사무실 임대 등이며 실제 투자금은 좀 더 까다로운 조건으로 지원이 이뤄진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투자금 유치는 약 6개월 동안 사업성 평가를 한 이후 일부 기업에게만 돌아간다"라며 "일부 스타트업의 경우 제대로 된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도 자리를 잡지 못해 다른 금융지주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계속해서 지원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위원회는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금융지주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주문한 상황이다. 일단 대상은 금융과 직접연관이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산업은행이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의 연결하기 위해 마련한 '넥스트라운드'에 참석해 "경제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창업과 벤처시장이 투자 혹한기를 맞고 있다"라며 "핀테크 기업에 특화된 혁신펀드 규모를 5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핀테크 혁신펀드는 민간 금융사의 출자를 기본재원으로 한다. 사실상 주요 금융지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지주들은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핀테크 혁신펀드 출자를 늘리는 대신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핀테크 육성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예전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금융지주 스타트업 지원 부서 관계자는 "사무실 임대, 재무설계 등 정성적인 지원은 규모를 굳이 줄이지 않아도 되지만 직접투자는 다르다"라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이라 은행들 역시 자금관리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험자본을 확대해 스타트업에 대한 직접 지원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